누가 제이슨 벨을 죽였나 - 여고생 핍의 사건 파일 3 여고생 핍 시리즈
홀리 잭슨 지음, 장여정 옮김 / 북레시피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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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그러지 않을 것이다. 핍은 매일매일 자신과 엄마를 선택한 아빠에게 감사할 것이다. 호기심 어린 조쉬의 궁금증은 뭐가 됐든 다 대답해 줄 것이다. 친구들에게 이해해달라고 요구하는 대신 늘 먼저 배려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 1, 2권을 먼저 읽고 보면 훨씬 재밌게 볼 수 있다. 3 권부터 읽으니 그전 내용을 몰라서 갑갑했다. 이 책에서 언급하는 부분들을 이해하려고  여기저기 검색한 시간이면 앞에 있는 두 권을 다 읽고도 남았을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각하게 재밌다. 드라마는 날 새고 정주행 해봤어도 책을 정주행하기는 처음이다. 졸린데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 도저히 잘 수가 없었다. 그래서 뒷부분을 다시 읽었다는. 


나는 1권은 넷플로 보고, 2권은 서평을 읽고 줄거리를 파악한 다음 이 책 3권만 읽었다. 앞의 내용을 언급하는 부분이 나오면 무슨 일이 있었나 검색했는데, 결국 못 찾고 모르는 채 읽었다. 영국의 리틀 킬턴이라는 마을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이 책의 주인공 의 본명은 핍 피츠 아모비(Pip Fitz-Amobi)다. 남자친구는 샐싱의 동생 라비 싱(Ravi Singh)이다. 


1권에서는 앤디벨(Andie Bell)이 그녀의 남자친구 샐싱(Sal Singh)에게 살해당하고 샐싱은 자살한 사건을, 2권에서는 앤디벨과 샐싱의 추모식에서 사라진 핍의 친구 형인 제이미 레이놀즈(Jamie Reynolds) 사건을 다룬다. 3권은 주인공 핍이 납치되는 사건이다. 그런데 왜 제목은 <누가 제이슨 벨를 죽였을까>일까? 누가 죽였는지 내가 너무 궁금해가지고 정신없이 읽어서 그건 밝히지 않겠다. 


핍이 납치되는 순간부터 가슴이 콩콩 뛰고 긴박감이 장난이 아니다. 이런 느낌을 서스펜스라고 한다. 검색해 봤다. 원래 주인공은 안 죽으니까 2부에서 탈출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맞다. 탈출에 성공한다. 그런데 그 이후로 전혀 예상치 못했던 헉! 하는 일들이 벌어진다.


이 책의 첫 장면은 강간범 맥스와의 조정 장면이다. 엇? 앞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맥스의 변호사는 핍이 운영하는 '여고생 핍의 사건 파일(AGGGTM)'이라는 팟캐스트 때문에 취직도 못하고 있다고 손해배상을 청구한다. 돈으로 풀려난 맥스가 왜 강간범이었는지 앞의 이야기를 모르니 핍이 극대노하는 이유를 알 수 없어서 안타까웠다. 


하지만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외국에도 있네 싶다. 저자는 감사의 말 끝에 '트루 크라임' 트렌드에 영향을 받은 작품을 쓴 이상, 우리 형사사법 시스템과 이 시스템에 대한 아쉬움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영국의 강간 및 성폭력 건수와 신고 및 유죄판결 비율은 거의 절망적인 수준이라면서. 드라마보다 현실이 더하다는 말이다. 이때, 강간범과는 타협하지 않겠다고 단호하게 말하는 핍의 모습과 뒷부분의 이야기가 매우 대조적이다.  


다음은 DT 살인범에게 스토킹 당하는 핍의 이야기가 나온다. DT는 덕 테이프(duct tape, 박스테이프)의 약자. 덕 테이프로 얼굴을 칭칭 감아 죽이고 파란 줄로 목을 매달아 놓아서 붙은 별명이다. 그 살인범이 이제까지 해왔던 살인 예고 패턴들이 핍에게도 똑같이 재현된다. 


핍은 몇 달째 웹사이트를 통해 보내오는 같은 메시지를 받았다. "네가 사라지면 누가 널 찾지(Who will look for you when you’re the one who disappears)?" 그리고 이 익명의 메시지에 추신까지 있었다는 사실도 발견한다. 돌 하나로 새 두 마리를 잡는다는 것을 늘 기억하라는.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DT 살인범의 경고임을 알리는 말임을 알게 되고 발신번호 추적 앱을 깐다. 


머리 없는 막대 인간 5명의 그림이 벽과 도로에 아이들 낙서처럼 분필로 그려져 있다. 문 앞에는 머리가 잘린 비둘기 시체가 있다.  아무 말 없는 전화는 핍에게 공포를 심어준다. 약 없이는 잠도 못 자고 핍은 극도의 공포에 시달린다. 


이런 복선들을 저자의 안내대로 쭈욱 따라갔는데 갑자기 핍이 DT 살인마에게 납치된다! 


이 책의 색깔은 회색이다. 비난할 수도 잘했다고 할 수도 없는... 그 이유는 책장을 덮으면 느껴진다. 


이 책의 원제인 As good as dead는 죽은 것만큼 좋다는 해석이 이상해서 사전을 찾아보니, 죽은 듯이다. 굿 good 이란 말을 보며 죽은 것과 죽은 듯이 사는 것은 어느 게 나을까 생각해 보았다. 최근에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라는 드라마를 봤다. 경찰이 살인범을 죽인 젊은이를 찾아가, 다 알고 있지만 모르는 척한다는 의미의 말을 넌지시 하면서 죽은 듯이 살고 있는 삶에서 그 젊은이를 해방시켜 주는 장면이 나온다. 나는 이 경찰관의 판단을 지지한다. 이 책을 다 읽은 여러분의 핍에 대한 판단은? 


전편의 제목은 다음과 같다. 

1권 : 여고생 핍의 사건 파일(A Good Girl's Guide To Murder) 

2권 : 굿 걸, 배드 블러드(Good Girl, Bad Bl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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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나는 회고록을 두 번 쓸지도 모른다
노정호 지음 / 지식과감성#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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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학교에서 배우는 지식은 수많은 지식 중 극히 일부이다. 의심 없이 받아들였던 지식에 왜라는 의문을 갖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자. 이 세상 사람들이 모두 스승이다. 지혜는 생활 속에서 나온다.


이 책은, 가진 것은 시각장애뿐, 학벌도 부모의 도움도 없이 성공한 저자의 성공담이다. 아무것도 없기에 이 세상 사람들을 모두 스승으로 삼았다. 그리고 평범한 생활 속에서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찾아냈다. 포기보다는 도전을 택한 파란만장한 성공 스토리가 펼쳐진다.


초등학교 때는 그냥 눈이 나빠진 줄 알았는데중학교 때부터 본격적으로 '망막 색소 변성증'이라는 병이 시작되었다. 나도 처음 들어보는 병인데 세포 변이로 인해서 눈이 기능을 상실하고 시력을 점점 잃어가는 불치병이라고 한다. 


눈이 잘 안 보여 공부도 계속할 수 없고, 집안 환경도 어려워진 저자는 한의원에서 일을 도와주면 고등학교에 보내준다는 조건으로 한의원 일을 배우기 시작한다. 그러나 약속과 달리 고등학교에 보내주지 않았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 밑에서 더 이상 일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동대문 시장에서 타월 도매상을 운영하는 사장님 집에서 숙식하면서 사장님 딸의 공부를 도와주고 잔심부름을 하게 된다. 


타월 업계 도매에서 매출 1위를 달성한 사장 밑에서 일을 배우며 금전 관리를 맡았다. 큰돈을 다루다 보니 '나라고 왜 돈을 벌지 못하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돈 버는 일을 일생일대의 목표로 정했다. 이렇게 어린 나이에 이런 생각을 하고 목표까지 정했다는 것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


사장님께 간청해서 독립하고 성장해 나가는 과정이 한편의 드라마 같다. 독립을 하려고 사장님께 앞으로의 사업 계획 등을 적어 매일 꾸준히 편지를 쓴다. 거의 한 달 이상을 쓴다. 나는 한 번 해보고 안되면 포기할 텐데 이 정도 끈기가 있어야 성공하는구나 싶었다. 사장님께 일을 배우며 돈이 무엇인지, 돈 버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스스로 알아간다. 결국 사장님께 허락을 얻어 타월 사업 도매상으로 독립했다.


그러다가 장마로 인한 극심한 피해로 타월 사업을 접고, 1970년 공구상을 시작한다. 저자는 눈을 고치기 위해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유명한 안과들은 다 찾아다녔지만 어디에서도 눈을 고칠 수는 없었다. 눈이 나쁜 것을 말하지 못해 첫사랑도 이루지 못하고 사업을 하며 많은 오해도 샀다. 그래서 남이 먼저 알아볼 수 있게 밝은 곳에서 만나는 습관이 생겼다고 한다. 


24세에 청계천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해지고, 삼성전자는 물론 거의 모든 공구 제조업체의 대리점을 맡게 되었다. 나이도 어리고 눈도 잘 보이지 않았지만 끊임없이 공부해서 남들보다 한 발 더 앞서 나갔다. 매사를 즉흥적으로 처리하지 않고, 계획적으로 점검한 덕에 준재벌이 되었다. 


하지만 접대 위주의 일상으로 몸에 무리가 왔고 병원에 누워 이렇게까지 치열하게 살아서 무엇을 얻었는지 생각하게 된다. 이때부터 건강에 무리가 안 가면서 안정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다. 그리고 운동도 시작한다. 


눈이 잘 안 보이니 산에서도 미끄러져 다친다. 산은 위험해서 동네를 조깅하기로 했다. 그러나 역시 잘 안 보이는 눈 때문에 운동하다가 버스 아래에 깔리는 사고가 일어났다. 1989년에도 교통사고가 나서 죽었다가 살아났는데 또 기적적으로 살아난 것이다. 이 사고 이후, 운동은 집에서만 하게 되었다.  


사고를 낸 버스 기사를 원망하기보다 다치지 않음에 감사했다. 남들에게 어떻게 하면 더 도움이 되는 삶을 살지를 고민하면서 지금도 소명을 찾고 있다. 이 아침 운동 습관은 오늘날까지 쭉 이어오고 있는데, 도를 닦듯 아침 운동을 하는 모습이 감동이다. 


건강에 무리가 안 가면서 안정적인 일을 찾다 보니 투자를 하게 되었는데, 잘나가면 주위에 꼭 시샘하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결국 이 투자건으로 악성 루머가 퍼져 제조업체들이 물건 공급을 중단한다. 졸지에 전 재산을 다 날렸다. 하지만 여기서 또 좌절하지 않고 청계천 뒷골목에 점포 하나를 얻어 남아있는 재고로 공장에 납품을 다시 시작한다.


이후 국내 최초로 이탈리아에서 독점 계약권을 따 와서 전동 공구를 판매하며 제조업 공장도 운영한다. 4개의 주식회사도 설립했다. 그러나 IMF로 회사 하나만 남고 모든 것을 또 잃었다. 그러다가 더 이상 시각 장애를 숨길 수 없게 되었다. 결국 1급 장애인 판정을 받고, 시각 장애가 있음을 모두에게 알린다. 저자는 이때부터 비로소 평온하고 자유로운 삶을 살게 되었다.


저자처럼 자신 있게 후회 없는 삶을 살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왜 이런 눈을 주셨는지 알 수 없지만, 이해할 수 없는 고난 앞에서도 살길이 존재하는 건 분명하다. 만약 시각 장애가 없었다면 애초에 사업에 뛰어들 일도 없었을 것이고, 공부를 계속해서 유명한 대학교 교수님이 되어 있지 않았을까?


30여 년간 아껴 모은 돈을 주식으로 다 날려버리고 용돈벌이를 하는 전직 교사, 이상만 추구하는 과학을 전공한 교수인 두 괴짜 친구들 이야기도 재밌었다. 친구란 함께 한 시간과 추억 때문에 더 소중한 것 같다. 


끝부분의 가족 이야기 중에서 딸과 아들이 원하는 인생을 살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하는 모습이 남다른 것 같다. 자녀의 꿈이 아닌 부모의 꿈을 이루려는 부모도 많기 때문이다. 아들에게 사업을 물려주고 싶었을 텐데 아들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게 해준다. 막냇동생은 술에만 의지하며 살다가 병으로 일찍 세상을 떠났는데... 그때 거의 부모 역할을 했던 저자의 마음은 얼마나 아팠을까. 


나는 눈이 보이지 않으면 조상님을 원망하고 팔자 탓하고 나쁜 생각도 했을 것 같다. 그런데,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한다. 생을 포기하는 것은 언제라도 늦지 않으니, 일단 가 보는 데까지 가 보자. 끝을 본 다음에 다시 생각해 보자고 생각했다고. 


"최근 기술의 발달로 드디어 시력을 회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된 작가님을 응원합니다!"


만약 눈이 정상이 된다면 두 번째 회고록은 긍정적인 이야기로 가득 찰 것이다. <어쩌면 나는 회고록을 두 번 쓸지도 모른다> 그리고 여러분은 나의 두 번째 회고록을 읽게 될지도 모른다. 아니! 분명히 읽게 될 것이다. 여러분께서 부디 저의 시각 장애가 극복되도록 함께 빌어 주시길! (p.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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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가시버시입니다
호르바 지음 / 좋은땅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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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것을 먼저 먹으면 좋아하지 않는 것들만 남고, 좋아하지 않는 것을 먼저 먹으면 좋아하는 것들만 남게 되죠. 인생도 나쁜 일들을 먼저 겪으면 좋은 일들이 남는 거죠.

주인공 부부는 혼인신고를 하고 나서 '가시버시 사진관'에서 기념사진을 찍는다. 가시버시가 무슨 뜻이냐고 묻자 부부라는 뜻이라고 한다. 사진관 부부가 '우리는 가시버시입니다'라고 하자, "우리도 가시버시입니다."라고 답하는 주인공의 말에 행복이 넘친다. 이 책을 다 읽으면 부부라는 말과 부모라는 단어가 얼마나 가슴 뭉클한 단어인지 느껴질 것이다. 그래서 이 책 제목이 <우리는 가시버시입니다> 인가보다.

지표와 가수는 수학 용어다. 저자는 의 개념에서 희생을, 가수의 개념에서는 긍정성을 느꼈다고 한다. 그래서 희생과 긍정을 통해 행복을 찾는 이야기를 쓰면서 지표와 가수가 주인공이 된 것이다.

이 책의 남자 주인공은 한지표다. 축구광인 아빠가 박지성의 지와 이영표의 표에서 한 글자씩 따와 이름을 지었다. 도서관에서 수학 문제 알려주다 만난 여학생은 왕가수다. 가수가 꿈인 엄마가 가수 왕이 되라고 지어준 이름이다.

지표의 친구 똥파리는 편의점 아들이다. 아빠가 어릴 때 채변 봉투를 걷었는데, 친구들 것을 대신해 주고 떡볶이를 얻어먹어서 생긴 별명이다. 이 이야기를 듣고 친구들이 껌팔이를 똥파리로 바꿔 부르게 된 것이다.

지표의 아빠는 건설 현장에 가면 1년이 넘도록 얼굴도 못 보고, 엄마는 밤늦게 들어왔다. 아침에 잠을 깨면 엄마는 없고 밥과 반찬만 놓여 있어서 늘 혼자였다. 그러다가 지표에게 어떤 설명도 의논도 없이 엄마 아빠는 이혼한다.

나는 여기서 두 가지 가정을 해보았다. 부모에게 버림받고 혼자 내 살길 찾는 것이 나을까? 아니면 부모님이 아파서 학교도 못 다니고 평생 부모 뒷바라지를 하는 것이 나을까? 나는 부모 뒷바라지를 하기보다는 마음은 아프지만 버림받고 부모 원망하면서 내 인생 사는 게 낫지 싶은데, 친구에게 의견을 물으니, 버려지는 것보다는 내가 부모를 케어하는 쪽이 훨씬 더 낫다고 한다.

TV가 한 사람 몫을 해서 외로움을 달래 준다는 새로운 사실도 알았다. 집에 오자마자 TV부터 키고 자기 전까지 항상 켜 놓는 사람은 외로움 때문이라고. 지표는 TV를 켜놓으면 누군가가 나를 맞이해주는 느낌,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이 든다고 한다.

지표의 담임인 노쌤은 학생들이 모르는 문제 가져가서 풀어달라고 하면 NO라고 해서 노쌤이다. 요새는 선생님 되기가 워낙 어려워서 이런 쌤이 없겠지만 옛날에는 있었다. 질문하면 수업 방해한다고 혼났던 기억이... 고등학교도 무상교육이 됐다는 것은 나도 처음 알았다. 2021년부터 실시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가 점점 선진국이 되어가는 것 같아 기분이 참 좋다.

너무도 억울하게 퇴학을 당한 지표와 아이를 갖게 되어 자퇴한 가수, 고등학교 졸업장도 없이 이 두 사람은 이 세상을 어떻게 헤쳐나가게 될까? 이 책은 희노애락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기쁨은 가수를 만난 것, 노여움은 죄 없이 퇴학당한 것, 슬픔은 부모에게 버림 받은 것, 즐거움은 아기가 태어난 것이 아닐까? 글자로 보는 드라마처럼, 너무 재밌어서 정신없이 읽었다. 아이를 끝까지 책임지고 키우려는 가시버시가 너무 귀하다.

지표와 가수는 예쁜 딸을 낳고, 빵집을 하는 가수의 부모님과도 화해한다. 그러던 어느 날 어떤 노숙자가 칼을 들고 사람들을 위협하는데, 지표가 팔로 내리지 말라고 X자를 표시한 것을 반기는 것으로 오해한 가수가 아기와 함께 버스에서 내린다. 그리고 정신 나간 노숙자에게 칼로 위협을 받게 되는데... 지표는 아내와 아기를 이 상황에서 구해 낼 수 있을까? 인생은 사람으로 풀어야 한다는 말은 어떤 의미일까?

인생은 수학처럼 푸는 게 아니라 사람으로 풀어야 한다.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과 내가 아끼고 좋아하는 사람 모두를 받아들여야 스스로 인생을 풀 수 있다. (p.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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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쓸모 있는 심리학 - 내 마음이 왜 이런지 명쾌하게 이해하는 심리 수업 쓸모 있는 공부 2
강현식 지음, 이혜원 그림 / 풀빛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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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역할(페르소나)과 나를 구분하고, 나의 어둡고 열등하고 숨기고 싶은 모습(그림자)도 나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생물학적 성 역할에 충실하느라 억압해 두었던 이성성(아니마/아니무스)과 화해하고 나면, 비로소 마음의 가장 중심부에 있는 자기를 만나게 된다. 


남에게 보이는 내 모습보다 내 마음 살피기에 집중해 보자. 우리는 사회가 요구하는 모습에 맞추려고 과도하게 애를 쓴다. 이렇게 살다 보면 진짜 자신이 모습대로 살아가지 못할 수 있다. 어울려 살아가면서도 나의 모습을 잃지 않는 삶이 융이 말하는 자기실현의 삶이다. 


이 책은 심리학이 어떤 학문인지 기초 지식을 배워보려고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읽게 되었다. 원래는 심리학에 관심이 있는 청소년을 위한 책이지만 나와 같은 심리학 초보자도 읽으니 이론을 지루하게 나열하는 책이 아니고, 친구들의 고민 상담 사례를 소개하고 이론으로 해석해서 쉽게 이해된다.


심리학은 내 마음과 행동에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학문이다. 철학적 내용(인식론)을 과학적인 방법(실험)으로 접근한다. 이렇게 마음을 과학적 방법으로 연구하는 것이 생리심리학이다. 인간의 마음은 뇌의 작용이라 뇌를 연구하는 분야가 심리학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과학적 방법론에서 중요한 건 통계적 검증이다. 심리학과 철학은 과학적인 접근을 하느냐 못 하느냐에 따라 구분된다고 할 수 있다. 과학적 방법론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심리학은 철학에서 분리되어 하나의 독립된 학문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독심술은 아니지만 심리학을 공부하면 사람의 마음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 타인의 마음과 행동을 비교적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쓸모 있는 학문이다. 


프로아나(뼈말라족)가 되려고 극심한 다이어트를 한 세희의 경우, 살이 찌면 안 된다는 생각에 아주 최소한의 음식만 먹었는데, 먹고 싶은 충동은 원초아(이드), 살이 찌면 안 된다는 생각은 초자아, 최소한의 음식만 먹기로 한 선택은 자아이다.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고 싶고, 미움받고 싶지 않다는 것은 실현 불가능하므로, 무의식이나 충동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이런 바람을 버려야 한다. 


진우는 아무 이유도 없이 우진이를 싫어한다. 나도 그런 적이 있다. 아무 이유도 없이 TV에 나오는 배우가 그냥 밥맛이 없는 것이다. 나의 그림자 때문이다. 무조건 싫은 사람이 바로 나의 그림자라고 한다. 자신의 열등한 모습이 보여서 화를 내는 것이다. 자신의 그림자와 화해 한 사람은 화가 덜 난다. 왜 그럴까? 내 마음이지만 내가 알지 못하니까 무의식이다. 카를 (Carl Jung)은 개인만이 아니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는 의식이라 집단이라는 말을 붙여서 집단 무의식이라고 했다. 


아들러는 개인심리학을 창시했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이 열등감이다. 시력이 안 좋은 사람은 청력이 발달한다는 것을 알고, 사람은 자신의 열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다른 능력을 더 발달시킬 수 있는 존재임을 알게 된다. 


철학과 과학을 놓고 다툰 은수와 희철이에게 심리학의 아버지 분트는 서로에 대한 비난이 아니라 보완이라고 말해 줄 것이다. 인위적인 학문의 구분에 연연하지 말고, 서로가 다르다면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면 된다. 반대보다 상호 보완적인 협력이 더 힘이 세다!


유기견 센터에서 웰시코기를 입양한 세은이는 변을 아무 데나 보는 행동을 수정하기 위해 패드 위에 변을 볼 때마다 간식을 주어 잘한 행동을 강화한다. 반려동물 회초리가 아닌 레몬을 문에 발라 문을 긁는 행동을 수정한다. 사람도 동물도 때려야 말을 듣는다는 잘못된 사고를 세은이가 회초리 없이 멋지게 결과로 보여주어 강아지를 키웠던 나도 기뻤다. 올바른 처벌로 행동 수정에 성공!


세은이는 웰시가 부모님께 사납게 굴면 아무런 반응도 하지 말라고 부탁한다. 이것이 어떤 행동이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소거(extinction)다. 어머니는 회초리를 사용하고, 아버지는 소리를 질러왔는데 반응을 하지 않으니 웰시의 사나운 행동이 완전히 사라졌다. 


나는 체벌을 반대하는데, 심리학자들도 신체적인 고통과 같은 부정적인 처벌을 반대한다고 하니 위안이 된다. 원래는 잘못된 행동의 빈도를 줄이기 위한 처벌이 결국 학대와 폭력으로 이어져서 그렇다. 어떤 아빠는 아이가 거짓말을 했다고 욕조에 담가 물고문을 했다고 하니 말이다. 


무기력증에 빠진 고3 지은이 이야기로 Wee 클래스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은이는 상담실 선생님이 이곳에서는 무엇을 하든 자유라고 하는 말에 울컥한다. 


로저스는 자신의 상담 이론을 '비지시적인 상담'이라고 했다. 문제의 해답은 내담자 스스로가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지시적이란 말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여서 '내담자 중심 치료'라고 불렀다. 그러다 상담자와 내담자를 구분한다는 자체가 권위주의적인 발상이라고 생각해서 한 인간으로 상대와 관계를 맺었기 때문에 최종적으로는 '인간 중심 치료'라고 부른다. 그것의 핵심은 존중, 공감, 솔직함이다. 


자기 비난을 일삼는 고2 도현이의 이야기는 나를 말하는 건가? 싶었다.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니 결국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져서 스트레스받고, 하기 싫으니 드라마로 도피하면서 마음은 편하지 않은. 이 사례에서 마틴 셀리그먼 긍정심리학을 알게 되었다. 인간 마음의 밝은 면,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조건과 과정을 연구하는 분야다. 


사람은 얻은 것에 만족하기보다는 얻지 못한 것에 대한 불만을 더 크게 인식한다. 아무리 좋은 상황이 되어도 그것에 대한 만족과 감사는 오래 가지 못한다. 핸드폰도 처음 바꿨을 때만 좋고, TV 바꿀 때도 처음에만 좋다. 나는 바다를 참 좋아하지만 아마 매일 보면 또 처음만 좋고 그 감정이 얼마 못 갈 것이다. 인간의 뛰어난 적응력 때문이다. 


셀리그먼의 낙관주의는 무조건 하면 된다, 넌 반드시 성공할 거야 하는 식의 맹신이 아니라 역경과 좌절을 겪은 후에도 새로운 가능성에 주목해서 다시 일어나 도전하는 것을 의미한다. 낙관주의는 얼마든지 스스로 훈련할 수 있다. 


부정의 감소보다 긍정의 촉진이 필요하다. 해결해야 할 문제는 과거에 있지 않고 미래에 있으므로, 낙관주의 사고방식을 연습하며 긍정에 초점을 마주고, 해낸 것에 집중하면서 다시 도전하고 앞으로 나가자. 성취감과 자신감을 더 크게 느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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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있는 그대로 완전하다 - 나는 깨어나고 있다
도아.김원준 지음 / 맑은샘(김양수)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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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망하는 마음들이 인생 구름을 만든다. 내가 굳이 한 것이 있다면 비바람이 치는 동안 버틴 것뿐이다. 우리는 너무 많은 마음의 짐을 지고 산다.  마음을 비운다는 것은 마음속에 담아놓은 미해결된 생각들을 정리하고 포기하고 용서하고 털어버리자는 뜻이다. 


저자의 아들은 2005년부터 저자는 2011년부터 감각 넘어 다른 것들이 인식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다른 차원을 보고 전생을 본다. 하지만 남의 미래나 점 같은 건 볼 줄 모른다.


이런 장르를 뭐라고 할까? 시 같으면서도 수필인 듯 잠언인 듯? 어떻게 다른 것이 인식이 되는지는 모르지만 구구절절 공감이 되서 쉽게 책장을 넘기지 못했다. 책의 내용은 제목 그대로 <세상은 있는 그대로 완전하다>이다. 내가 세상이고 세상이 곧 나다. 나는 있는 그대로 완전하다. 다만 육체에 빛이 가리어져 있을 뿐이다. 나는 그저 존재하는 자체로 아름답고 완전하다. 현재에 만족하고 마음을 비우면 그게 행복이라는 거다. 


본인의 전생을 드라마처럼 보는 게  신기했다. 원해서 보는 게 아니라 그냥 보인다고 한다. 그때의 그 감정까지 느낄 수 있다니. 아들과 식탁에서 차 마시고 있는데 갑자기 눈을 뜨고 꿈을 꾼다. 의식이 동시에 두 곳에 존재하는 것이다. 그게 저자의 의지와 상관없이 일어난다. 드라마를 TV나 폰 같은 매체 없이 보는 느낌일까?


우리는 이 세상에 왜 태어났을까? 이 책에서는 가장 인간답게 살기 위해 태어났다고 한다. 인간을 초월하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고. 우주는 우리가 행복하고 즐거울 때 가장 기뻐한다. 사과가 노력한다고 봄에 익는 게 아니고, 개미가 노력해서 나비가 되지 않듯 사람도 익어가는 철이 있다. 우리는 참나무로 살아보기 위해서 왔다. 어떤 참나무로 살지는 자유다. 어떤 나무도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다. 


'그는 미래를 걱정하거나 불안해하지 않는다. 그는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하지 않는다. 현재 주어진 그대로 충분히 만족하기에 더 바라는 게 아니라 매사에 감사하고 삶을 즐긴다.'라는 말이 참 좋았다. 사람은 계속 무언가를 자꾸 하려고 하는데 아무것도 안 해도 괜찮다. 뭔가 하지 않으면 뒤 처지는 것 같아서 마음의 여유가 없었는데, 이 책을 읽으니 뒤처져도 좋고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어도 좋다는 말에 힐링이 된다.


상담자 중에 싫은 소리 못 해서 손해를 본다고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묻는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딱 나다. 나는 지인들의 보험 다 들어 주고 해지하고 손해 보고를 반복하며 살았다. 저자의 해답이 명언이다. 그냥 그대로 조금 더 사시라고. 조금 더 당하면 독이 올라 엎어 놓게 된다고. 딱 맞다. 하도 손해만 보다 보니 이제 거절도 잘 한다. 그것도 때로는 단호하게, 막무가내로 내게 강요하면 화도 좀 내면서. 


생각과 물질은 하나에서 나온다. 생각이 여러 장 쌓이면 그림이 선명해지고, 밀도가 올라가고 응축되어 임계점에 이르면 물질이 결합하여 형상이 만들어지는데 이것이 창조의 기본 원리다. 마치 생각을 구체화해서 설계를 완성하고 벽돌을 쌓아 올리면 머릿속의 이미지가 건물이 되는 것과 같다. 


우주에 비밀은 없다. 나는 비밀이 많아서 신비로운 우주라고 배웠는데. 신의 계획이 대자연에 그대로 드러나 있으니 우주의 비밀은 없다는 것이다. 다만 우리가 이해하지 못할 뿐이다. 자연은 신의 경전이다.


마음이 걸림 없이 자유로워야 행복해진다. 현대인들은 마음을 온통 고무줄로 감고 있다. 맺힌 마음을 스스로 풀 수 있어야 한다. 마음의 병이 몸의 병을 만든다. 마음이 편하면 굳이 더 가지고자 기를 쓰지 않는다. 


월세 사는 사람은 전세 살아보는 게 소원이고 전세 사는 사람은 내 집 마련이 꿈이고, 화장실 2개인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면 그다음에는 화장실 3개인 집으로 가는 것이 소원이 된다. 사람 인생은 화장실 개수 늘리다 끝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보상을 받거나 한을 풀면 잠시 도파민이 나오지만 곧 사라진다. 그래서 또다시 새로운 것을 찾아야 한다. 그러니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하면 끊임없이 목마르고 결코 쉼이 없다. 애씀을 내려놓고 받아들임이 필요하다. 마음이 편안해지면 세상 부러운 것이 없다.


우리의 행복에는 늘 조건이 붙어서 불행하다. 부자가 되고 싶고, 더 날씬하고, 젊어지고 싶다. 늘 부족한 것만 생각하니 불행하다. 그러면 재벌과 젊은 연예인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해야 할 것이다. 저자는 행복은 마음 상태라고 한다. 돈만 많으면 행복할까? 돈은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 아니다. 불행은 돈이 아니라 자유를 잃었기 때문이다. 스스로 만든 감옥에서 살기 때문이다. 행복은 채워서 얻는 게 아니라 비워서 얻는다. 


그대가 고통스러운 것은 그 생각 속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그 생각이 늪이고 감옥이다. 마음이 생각에 잡혀서 꼼짝할 수 없어서 고통을 느낀다. 지금 그대에게 급선무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이 감정 상태에서 빠져나갈지 고민해야 한다. 그대가 문제를 끌어안고 고뇌하고 있다면 그 문제가 무럭무럭 자라도록 먹이를 주는 것이다. 마음만 먹으면 어둠에서 빛으로 순간 이동할 수 있다. 


마음이 지복의 상태에 이르면 현실이 지복의 상태가 된다. 환경이 바뀌어야 마음이 편해지는 게 아니고 마음이 편해야 현실이 바뀐다. 마음이 여유로우면 애쓰지 않아도 필요한 것이 필요한 때에 내게로 온다. 우리는 원래 그렇게 창조되었다.


저자는 아들을 사회 통념대로 키우는 게 옳다는 확신도 없고 이런 놈도 있고 저런 놈도 있다면서 나는 먼 훗날 말고 지금 이 순간 아들의 행복이 더 중요하다는 말에 가슴이 뭉클했다. 사람이 사람을 위해서 마음과 정성을 다하고 사랑을 쏟는 것만큼 고귀하고 가치 있는 게 또 있을까? 


♥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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