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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제이슨 벨을 죽였나 - 여고생 핍의 사건 파일 3 ㅣ 여고생 핍 시리즈
홀리 잭슨 지음, 장여정 옮김 / 북레시피 / 2024년 8월
평점 :
다시는 그러지 않을 것이다. 핍은 매일매일 자신과 엄마를 선택한 아빠에게 감사할 것이다. 호기심 어린 조쉬의 궁금증은 뭐가 됐든 다 대답해 줄 것이다. 친구들에게 이해해달라고 요구하는 대신 늘 먼저 배려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 1, 2권을 먼저 읽고 보면 훨씬 재밌게 볼 수 있다. 3 권부터 읽으니 그전 내용을 몰라서 갑갑했다. 이 책에서 언급하는 부분들을 이해하려고 여기저기 검색한 시간이면 앞에 있는 두 권을 다 읽고도 남았을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각하게 재밌다. 드라마는 날 새고 정주행 해봤어도 책을 정주행하기는 처음이다. 졸린데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 도저히 잘 수가 없었다. 그래서 뒷부분을 다시 읽었다는.
나는 1권은 넷플로 보고, 2권은 서평을 읽고 줄거리를 파악한 다음 이 책 3권만 읽었다. 앞의 내용을 언급하는 부분이 나오면 무슨 일이 있었나 검색했는데, 결국 못 찾고 모르는 채 읽었다. 영국의 리틀 킬턴이라는 마을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이 책의 주인공 핍의 본명은 핍 피츠 아모비(Pip Fitz-Amobi)다. 남자친구는 샐싱의 동생 라비 싱(Ravi Singh)이다.
1권에서는 앤디벨(Andie Bell)이 그녀의 남자친구 샐싱(Sal Singh)에게 살해당하고 샐싱은 자살한 사건을, 2권에서는 앤디벨과 샐싱의 추모식에서 사라진 핍의 친구 형인 제이미 레이놀즈(Jamie Reynolds) 사건을 다룬다. 3권은 주인공 핍이 납치되는 사건이다. 그런데 왜 제목은 <누가 제이슨 벨를 죽였을까>일까? 누가 죽였는지 내가 너무 궁금해가지고 정신없이 읽어서 그건 밝히지 않겠다.
핍이 납치되는 순간부터 가슴이 콩콩 뛰고 긴박감이 장난이 아니다. 이런 느낌을 서스펜스라고 한다. 검색해 봤다. 원래 주인공은 안 죽으니까 2부에서 탈출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맞다. 탈출에 성공한다. 그런데 그 이후로 전혀 예상치 못했던 헉! 하는 일들이 벌어진다.
이 책의 첫 장면은 강간범 맥스와의 조정 장면이다. 엇? 앞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맥스의 변호사는 핍이 운영하는 '여고생 핍의 사건 파일(AGGGTM)'이라는 팟캐스트 때문에 취직도 못하고 있다고 손해배상을 청구한다. 돈으로 풀려난 맥스가 왜 강간범이었는지 앞의 이야기를 모르니 핍이 극대노하는 이유를 알 수 없어서 안타까웠다.
하지만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외국에도 있네 싶다. 저자는 감사의 말 끝에 '트루 크라임' 트렌드에 영향을 받은 작품을 쓴 이상, 우리 형사사법 시스템과 이 시스템에 대한 아쉬움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영국의 강간 및 성폭력 건수와 신고 및 유죄판결 비율은 거의 절망적인 수준이라면서. 드라마보다 현실이 더하다는 말이다. 이때, 강간범과는 타협하지 않겠다고 단호하게 말하는 핍의 모습과 뒷부분의 이야기가 매우 대조적이다.
다음은 DT 살인범에게 스토킹 당하는 핍의 이야기가 나온다. DT는 덕 테이프(duct tape, 박스테이프)의 약자. 덕 테이프로 얼굴을 칭칭 감아 죽이고 파란 줄로 목을 매달아 놓아서 붙은 별명이다. 그 살인범이 이제까지 해왔던 살인 예고 패턴들이 핍에게도 똑같이 재현된다.
핍은 몇 달째 웹사이트를 통해 보내오는 같은 메시지를 받았다. "네가 사라지면 누가 널 찾지(Who will look for you when you’re the one who disappears)?" 그리고 이 익명의 메시지에 추신까지 있었다는 사실도 발견한다. 돌 하나로 새 두 마리를 잡는다는 것을 늘 기억하라는.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DT 살인범의 경고임을 알리는 말임을 알게 되고 발신번호 추적 앱을 깐다.
머리 없는 막대 인간 5명의 그림이 벽과 도로에 아이들 낙서처럼 분필로 그려져 있다. 문 앞에는 머리가 잘린 비둘기 시체가 있다. 아무 말 없는 전화는 핍에게 공포를 심어준다. 약 없이는 잠도 못 자고 핍은 극도의 공포에 시달린다.
이런 복선들을 저자의 안내대로 쭈욱 따라갔는데 갑자기 핍이 DT 살인마에게 납치된다!
이 책의 색깔은 회색이다. 비난할 수도 잘했다고 할 수도 없는... 그 이유는 책장을 덮으면 느껴진다.
이 책의 원제인 As good as dead는 죽은 것만큼 좋다는 해석이 이상해서 사전을 찾아보니, 죽은 듯이다. 굿 good 이란 말을 보며 죽은 것과 죽은 듯이 사는 것은 어느 게 나을까 생각해 보았다. 최근에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라는 드라마를 봤다. 경찰이 살인범을 죽인 젊은이를 찾아가, 다 알고 있지만 모르는 척한다는 의미의 말을 넌지시 하면서 죽은 듯이 살고 있는 삶에서 그 젊은이를 해방시켜 주는 장면이 나온다. 나는 이 경찰관의 판단을 지지한다. 이 책을 다 읽은 여러분의 핍에 대한 판단은?
전편의 제목은 다음과 같다.
1권 : 여고생 핍의 사건 파일(A Good Girl's Guide To Murder)
2권 : 굿 걸, 배드 블러드(Good Girl, Bad Blood)
♥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