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나는 회고록을 두 번 쓸지도 모른다
노정호 지음 / 지식과감성#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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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학교에서 배우는 지식은 수많은 지식 중 극히 일부이다. 의심 없이 받아들였던 지식에 왜라는 의문을 갖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자. 이 세상 사람들이 모두 스승이다. 지혜는 생활 속에서 나온다.


이 책은, 가진 것은 시각장애뿐, 학벌도 부모의 도움도 없이 성공한 저자의 성공담이다. 아무것도 없기에 이 세상 사람들을 모두 스승으로 삼았다. 그리고 평범한 생활 속에서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찾아냈다. 포기보다는 도전을 택한 파란만장한 성공 스토리가 펼쳐진다.


초등학교 때는 그냥 눈이 나빠진 줄 알았는데중학교 때부터 본격적으로 '망막 색소 변성증'이라는 병이 시작되었다. 나도 처음 들어보는 병인데 세포 변이로 인해서 눈이 기능을 상실하고 시력을 점점 잃어가는 불치병이라고 한다. 


눈이 잘 안 보여 공부도 계속할 수 없고, 집안 환경도 어려워진 저자는 한의원에서 일을 도와주면 고등학교에 보내준다는 조건으로 한의원 일을 배우기 시작한다. 그러나 약속과 달리 고등학교에 보내주지 않았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 밑에서 더 이상 일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동대문 시장에서 타월 도매상을 운영하는 사장님 집에서 숙식하면서 사장님 딸의 공부를 도와주고 잔심부름을 하게 된다. 


타월 업계 도매에서 매출 1위를 달성한 사장 밑에서 일을 배우며 금전 관리를 맡았다. 큰돈을 다루다 보니 '나라고 왜 돈을 벌지 못하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돈 버는 일을 일생일대의 목표로 정했다. 이렇게 어린 나이에 이런 생각을 하고 목표까지 정했다는 것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


사장님께 간청해서 독립하고 성장해 나가는 과정이 한편의 드라마 같다. 독립을 하려고 사장님께 앞으로의 사업 계획 등을 적어 매일 꾸준히 편지를 쓴다. 거의 한 달 이상을 쓴다. 나는 한 번 해보고 안되면 포기할 텐데 이 정도 끈기가 있어야 성공하는구나 싶었다. 사장님께 일을 배우며 돈이 무엇인지, 돈 버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스스로 알아간다. 결국 사장님께 허락을 얻어 타월 사업 도매상으로 독립했다.


그러다가 장마로 인한 극심한 피해로 타월 사업을 접고, 1970년 공구상을 시작한다. 저자는 눈을 고치기 위해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유명한 안과들은 다 찾아다녔지만 어디에서도 눈을 고칠 수는 없었다. 눈이 나쁜 것을 말하지 못해 첫사랑도 이루지 못하고 사업을 하며 많은 오해도 샀다. 그래서 남이 먼저 알아볼 수 있게 밝은 곳에서 만나는 습관이 생겼다고 한다. 


24세에 청계천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해지고, 삼성전자는 물론 거의 모든 공구 제조업체의 대리점을 맡게 되었다. 나이도 어리고 눈도 잘 보이지 않았지만 끊임없이 공부해서 남들보다 한 발 더 앞서 나갔다. 매사를 즉흥적으로 처리하지 않고, 계획적으로 점검한 덕에 준재벌이 되었다. 


하지만 접대 위주의 일상으로 몸에 무리가 왔고 병원에 누워 이렇게까지 치열하게 살아서 무엇을 얻었는지 생각하게 된다. 이때부터 건강에 무리가 안 가면서 안정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다. 그리고 운동도 시작한다. 


눈이 잘 안 보이니 산에서도 미끄러져 다친다. 산은 위험해서 동네를 조깅하기로 했다. 그러나 역시 잘 안 보이는 눈 때문에 운동하다가 버스 아래에 깔리는 사고가 일어났다. 1989년에도 교통사고가 나서 죽었다가 살아났는데 또 기적적으로 살아난 것이다. 이 사고 이후, 운동은 집에서만 하게 되었다.  


사고를 낸 버스 기사를 원망하기보다 다치지 않음에 감사했다. 남들에게 어떻게 하면 더 도움이 되는 삶을 살지를 고민하면서 지금도 소명을 찾고 있다. 이 아침 운동 습관은 오늘날까지 쭉 이어오고 있는데, 도를 닦듯 아침 운동을 하는 모습이 감동이다. 


건강에 무리가 안 가면서 안정적인 일을 찾다 보니 투자를 하게 되었는데, 잘나가면 주위에 꼭 시샘하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결국 이 투자건으로 악성 루머가 퍼져 제조업체들이 물건 공급을 중단한다. 졸지에 전 재산을 다 날렸다. 하지만 여기서 또 좌절하지 않고 청계천 뒷골목에 점포 하나를 얻어 남아있는 재고로 공장에 납품을 다시 시작한다.


이후 국내 최초로 이탈리아에서 독점 계약권을 따 와서 전동 공구를 판매하며 제조업 공장도 운영한다. 4개의 주식회사도 설립했다. 그러나 IMF로 회사 하나만 남고 모든 것을 또 잃었다. 그러다가 더 이상 시각 장애를 숨길 수 없게 되었다. 결국 1급 장애인 판정을 받고, 시각 장애가 있음을 모두에게 알린다. 저자는 이때부터 비로소 평온하고 자유로운 삶을 살게 되었다.


저자처럼 자신 있게 후회 없는 삶을 살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왜 이런 눈을 주셨는지 알 수 없지만, 이해할 수 없는 고난 앞에서도 살길이 존재하는 건 분명하다. 만약 시각 장애가 없었다면 애초에 사업에 뛰어들 일도 없었을 것이고, 공부를 계속해서 유명한 대학교 교수님이 되어 있지 않았을까?


30여 년간 아껴 모은 돈을 주식으로 다 날려버리고 용돈벌이를 하는 전직 교사, 이상만 추구하는 과학을 전공한 교수인 두 괴짜 친구들 이야기도 재밌었다. 친구란 함께 한 시간과 추억 때문에 더 소중한 것 같다. 


끝부분의 가족 이야기 중에서 딸과 아들이 원하는 인생을 살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하는 모습이 남다른 것 같다. 자녀의 꿈이 아닌 부모의 꿈을 이루려는 부모도 많기 때문이다. 아들에게 사업을 물려주고 싶었을 텐데 아들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게 해준다. 막냇동생은 술에만 의지하며 살다가 병으로 일찍 세상을 떠났는데... 그때 거의 부모 역할을 했던 저자의 마음은 얼마나 아팠을까. 


나는 눈이 보이지 않으면 조상님을 원망하고 팔자 탓하고 나쁜 생각도 했을 것 같다. 그런데,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한다. 생을 포기하는 것은 언제라도 늦지 않으니, 일단 가 보는 데까지 가 보자. 끝을 본 다음에 다시 생각해 보자고 생각했다고. 


"최근 기술의 발달로 드디어 시력을 회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된 작가님을 응원합니다!"


만약 눈이 정상이 된다면 두 번째 회고록은 긍정적인 이야기로 가득 찰 것이다. <어쩌면 나는 회고록을 두 번 쓸지도 모른다> 그리고 여러분은 나의 두 번째 회고록을 읽게 될지도 모른다. 아니! 분명히 읽게 될 것이다. 여러분께서 부디 저의 시각 장애가 극복되도록 함께 빌어 주시길! (p.205)


♥ 지식과감성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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