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가시버시입니다
호르바 지음 / 좋은땅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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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것을 먼저 먹으면 좋아하지 않는 것들만 남고, 좋아하지 않는 것을 먼저 먹으면 좋아하는 것들만 남게 되죠. 인생도 나쁜 일들을 먼저 겪으면 좋은 일들이 남는 거죠.

주인공 부부는 혼인신고를 하고 나서 '가시버시 사진관'에서 기념사진을 찍는다. 가시버시가 무슨 뜻이냐고 묻자 부부라는 뜻이라고 한다. 사진관 부부가 '우리는 가시버시입니다'라고 하자, "우리도 가시버시입니다."라고 답하는 주인공의 말에 행복이 넘친다. 이 책을 다 읽으면 부부라는 말과 부모라는 단어가 얼마나 가슴 뭉클한 단어인지 느껴질 것이다. 그래서 이 책 제목이 <우리는 가시버시입니다> 인가보다.

지표와 가수는 수학 용어다. 저자는 의 개념에서 희생을, 가수의 개념에서는 긍정성을 느꼈다고 한다. 그래서 희생과 긍정을 통해 행복을 찾는 이야기를 쓰면서 지표와 가수가 주인공이 된 것이다.

이 책의 남자 주인공은 한지표다. 축구광인 아빠가 박지성의 지와 이영표의 표에서 한 글자씩 따와 이름을 지었다. 도서관에서 수학 문제 알려주다 만난 여학생은 왕가수다. 가수가 꿈인 엄마가 가수 왕이 되라고 지어준 이름이다.

지표의 친구 똥파리는 편의점 아들이다. 아빠가 어릴 때 채변 봉투를 걷었는데, 친구들 것을 대신해 주고 떡볶이를 얻어먹어서 생긴 별명이다. 이 이야기를 듣고 친구들이 껌팔이를 똥파리로 바꿔 부르게 된 것이다.

지표의 아빠는 건설 현장에 가면 1년이 넘도록 얼굴도 못 보고, 엄마는 밤늦게 들어왔다. 아침에 잠을 깨면 엄마는 없고 밥과 반찬만 놓여 있어서 늘 혼자였다. 그러다가 지표에게 어떤 설명도 의논도 없이 엄마 아빠는 이혼한다.

나는 여기서 두 가지 가정을 해보았다. 부모에게 버림받고 혼자 내 살길 찾는 것이 나을까? 아니면 부모님이 아파서 학교도 못 다니고 평생 부모 뒷바라지를 하는 것이 나을까? 나는 부모 뒷바라지를 하기보다는 마음은 아프지만 버림받고 부모 원망하면서 내 인생 사는 게 낫지 싶은데, 친구에게 의견을 물으니, 버려지는 것보다는 내가 부모를 케어하는 쪽이 훨씬 더 낫다고 한다.

TV가 한 사람 몫을 해서 외로움을 달래 준다는 새로운 사실도 알았다. 집에 오자마자 TV부터 키고 자기 전까지 항상 켜 놓는 사람은 외로움 때문이라고. 지표는 TV를 켜놓으면 누군가가 나를 맞이해주는 느낌,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이 든다고 한다.

지표의 담임인 노쌤은 학생들이 모르는 문제 가져가서 풀어달라고 하면 NO라고 해서 노쌤이다. 요새는 선생님 되기가 워낙 어려워서 이런 쌤이 없겠지만 옛날에는 있었다. 질문하면 수업 방해한다고 혼났던 기억이... 고등학교도 무상교육이 됐다는 것은 나도 처음 알았다. 2021년부터 실시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가 점점 선진국이 되어가는 것 같아 기분이 참 좋다.

너무도 억울하게 퇴학을 당한 지표와 아이를 갖게 되어 자퇴한 가수, 고등학교 졸업장도 없이 이 두 사람은 이 세상을 어떻게 헤쳐나가게 될까? 이 책은 희노애락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기쁨은 가수를 만난 것, 노여움은 죄 없이 퇴학당한 것, 슬픔은 부모에게 버림 받은 것, 즐거움은 아기가 태어난 것이 아닐까? 글자로 보는 드라마처럼, 너무 재밌어서 정신없이 읽었다. 아이를 끝까지 책임지고 키우려는 가시버시가 너무 귀하다.

지표와 가수는 예쁜 딸을 낳고, 빵집을 하는 가수의 부모님과도 화해한다. 그러던 어느 날 어떤 노숙자가 칼을 들고 사람들을 위협하는데, 지표가 팔로 내리지 말라고 X자를 표시한 것을 반기는 것으로 오해한 가수가 아기와 함께 버스에서 내린다. 그리고 정신 나간 노숙자에게 칼로 위협을 받게 되는데... 지표는 아내와 아기를 이 상황에서 구해 낼 수 있을까? 인생은 사람으로 풀어야 한다는 말은 어떤 의미일까?

인생은 수학처럼 푸는 게 아니라 사람으로 풀어야 한다.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과 내가 아끼고 좋아하는 사람 모두를 받아들여야 스스로 인생을 풀 수 있다. (p.196)


♥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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