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보는 눈, 뉴스툰 1 - 동아시아 세상을 보는 눈
뉴스툰(이강혁) 지음 / 펜타클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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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나면 뉴스와 연관된 세상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느끼고 묻기 시작할 겁니다.

<뉴스툰>은 최신 동아시아 뉴스를 누구나 빠르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화로 재미있게 알려주는 책이다. 각 나라의 국기 모양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만화도 귀엽고 입말을 그대로 실어서 친근하다.

나는 처음에는 만화만 쭈욱 읽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 모르는 말들을 정리해 가면서 읽었다. 만화만 읽어도 요즘 동아시아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금방 알 수 있다. 그리고 뉴스 브리핑과 비하인드 히스토리까지 읽으면 그 배경까지 이해할 수 있다. 글자도 크고 글 밥도 많지 않아 누구나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동아시아란 아시아의 동쪽에 있는 국가들을 말한다. 우리나라와 북한, 중국, 일본, 몽골, 대만이다. 이들 동아시아 국가와 러시아와 미국에 대한 요즘 핫한 뉴스를 알려준다. 시사에 문외한인 나도 요즘 세상 돌아가는 것을 이해할 수 있게 되니 뉴스를 보고 아는 척을 다 한다. 기억에 남는 뉴스 몇 가지를 가져와 봤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면서 러시아에 있던 우리나라 기업들은 모두 철수했다. 금방 끝날 줄 알았던 전쟁을 2022년부터 아직도 하고 있다. 왜 전쟁을 이렇게 오래 하나 했더니 다 자기 나라 이익을 위한 것이었다.

전쟁이 나면 전쟁 물자를 생산하는 나라도 전쟁이 끝나 재건 사업에 참여하는 나라도 이득이다. 이렇게 이익을 본 나라가 일본이다. 한국전쟁 때 전쟁 물자를 대고 베트남 전쟁에서도 미국의 병참기지 역할을 했다고 한다. 병참기지는 군대의 슈퍼마켓이다. 미국 역시 전쟁 특수를 누렸다. 전쟁이란 것이 자기 나라의 이득을 위해서라면 사람은 마구 죽여도 되는 건가 보다. 민간인의 희생을 바탕으로 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나 민간인을 무차별 학살한 광주 민주화 운동의 신군부 세력이나 히틀러를 나무랄 자격이 없다. 이제 이득 싸움은 그만하고 휴전했으면 좋겠다.

기축 통화란 전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돈이다. 예전에는 영국의 파운드였는데 지금은 달러다. 중국은 사우디는 물론 다른 중동 산유국에 접근해 협력을 제안하면서 석유와 가스를 위안화로 결제하는 방식을 협상하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미국처럼 정치에 간섭까지 안 하겠다니 이러다가 위안화가 기축통화가 되는 것은 아닐까? 우리도 미국이랑 일본뿐 아니라 중국이랑도 다 같이 사이좋게 지내면서 인도처럼 유연한 외교를 펼치면 좋겠다.

출산율 0.6... 한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기가 0.6명이다. 우리나라는 이제 고등학교까지 공짜이고, 학원 안 보내도 요새는 AI가 교육해 주니까 결혼을 많이 할 줄 알았다. 아들이 학교 선배들도 다 결혼했고 내 주위에서도 결혼한 자녀만 봐서 이렇게 출산율이 낮은 줄은 몰랐다. 결혼을 해도 아이를 안 낳거나 비혼 주의도 늘고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고 한다.

나는 베이비붐 세대가 대규모 은퇴를 하니까 아이 양육은 베이비붐 세대가 맡으면 만사 해결되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은퇴해서 취미생활을 즐기고 싶겠지만 그것보다 아이들이 없어서 우리나라 국민이 거의 안 남게 되면 큰일 아닌가. 우리 부부와 며느리의 부모님이 서로 도와서 내 자식들이 일할 수 있게 해주고 예쁜 손주도 키워준다면 너도나도 결혼하지 않을까? 출산율은 저하되고 고령인구는 증가하고, 연금 재정도 악화되어 젊은 세대와 갈등이 심화되기 전에 베이비붐 세대가 나서서 이렇게 제안해 본다면 어떨는지.

이런 문제는 2차대전 이후 베이비붐 현상이 있었던 모든 국가들이 현재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라고 한다. 그래서 또 생각한 것이 국가가 정년이라도 늘려서 자녀와 부모님을 조금이라도 더 케어할 수 있도록 돈이라도 좀 더 길게 벌 수 있게 해주었으면 좋겠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의 원전 사고는 모두 중요한 정보를 신속하게 공개하지 않았고, 사실을 축소하고 은폐했다는 데 문제가 있었다. 허술한 관리와 같은 인재적 요소가 컸다고 한다. 나도 한동안 해산물을 안 먹고 일본 여행도 가지 않았던 기억이 있었던 뉴스다. 위험한 원자력 말고 과학기술을 더 빨리 개발해서 풍력이나 태양열 같은 신재생 에너지를 사용하는 세상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네이버가 개발한 라인이라는 앱은 일본과 대만, 동남아시아의 카톡이다. 일본의 배달 앱 우버이츠, 간편 결제 서비스 Paypay, 검색엔진 야후재팬 등에 소프트 뱅크가 투자하고 있는데 네이버와 아직도 지분 싸움 중이라고 한다. 나는 그럴 수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에서 테무나 알리 익스프레스가 쿠팡보다 더 잘나가면 나는 기분 나쁠 거 같다.

다음 2편은 동남아시아 편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동남아시아란 아시아 대륙의 동남쪽에 있는 나라다. 메콩강 유역을 중심으로 한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미얀마, 태국과 말레이반도 지역의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브루나이를 말한다.

저자의 인스타 툰에 들어가 보면 최신 뉴스를 만화와 쉬운 해설로 접할 수 있다. 복잡한 세계정세를 만화로 풀어내 사람들이 재밌고 이해하기 쉽게 뉴스를 접할 수 있게 해준다. 자신만의 세상 보는 눈을 키워가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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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예찬 - 문학과 사회학의 대화
지그문트 바우만.리카르도 마체오 지음, 안규남 옮김 / 21세기문화원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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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책을 읽는 것은 마치 남극에서 불을 붙이는 것과 같다. 최초의 독서는 책과의 친밀함을 데우지도 못하고 불 피우지도 못한다.

나에게 딱 맞는 말이다. 최초의 독서의 불꽃은 곧 이런저런 일상에 묻혀 꺼져버렸기 때문이다. 나는 서평단 마감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친밀함도 없던 독서를 하게 되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지각의 글쓰기 온도는 0도였다. 처음에는 솔직히 '재밌었다'밖에 쓸 말이 없었다. 그다음에는 책의 내용을 거의 다 베끼고 내 의견을 한 줄 정도 적었다. 지금은 내 생각이 몇 줄 더 늘었지만 아직 서평이라고 할 수 없는 수준이다. 하지만이 책을 읽으면서 이해되는 부분이 조금 생겼다는 것이 엄청 뿌듯했다.

<문학 예찬>은 서로 협력해야 할 문학과 사회학의 관계에 대해 폴란드의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과 이탈리아의 리카르도 마체오가 주고받은 편지다.

독서는 단순히 책을 읽는 행위인데, 나도 단순하게 읽는 행위라면 잡지책은 많이 읽었다고 자부한다. 그러나 생각을 하면서 읽은 적은 없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을 독서 예찬이라고 하지 않고 문학 예찬이라고 한 것 같다. 탁월한 문학 작품을 위주로 설명하기 때문이 아닐까.

은 수많은 광고 전단의 문구로 전락했고, 말이 점차 쇠퇴하는 것은 걱정스러운 일이다. 어떻게 하면 이 기만적이고 위험한 장난감 나라로 언어를 끌어들이고 있는 이 거센 소용돌이에서 언어를 해방시킬 수 있을까? 정말 똑같은 말인데 어쩌면 이렇게 어렵게 표현을 할 수 있는지 존경스럽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는 소리가 음악 창조의 일부이듯, 언어는 개념 창조의 일부라고 했다. 지그문트 바우만은 마르셀 프루스트나 케이티 페리라캉이나 모두 의식이 무의식적으로 전제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 말하고 싶은 중요한 뭔가가 있을 것이라고 한다. 문학 작품을 읽다가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거나 뭉클한 감동이 느껴질 때인 것 같다.

과거와 미래라는 비실재야 말로 물속의 물고기처럼 담론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가 붙잡고 가질 수 있는 유일한 실재다. 과거와 미래는 실재하지 않는다. 이 비실재적인 실재를 경험이라고 한다. 경험과 체험이 같은 말인 줄 알았는데, 경험은 우리에게 일어난 일이고 체험은 우리가 그 일을 어떻게 겪고 버텨 냈는지에 관한 것이다. 그러니까 체험학습이라고 하지 경험학습이라는 말이 없나 보다. 과거와 미래에 대해서 조금의 변형도 거치지 않은 있었던 그대로의 선험적이나 경험적 실재는 환상이라고 하는 것 역시 기억이 왜곡되기 때문일 것이다. 과거의 기억은 희미해지고 미래는 상상으로만 존재하니까.

로베르트 발저의 <벤야멘타 하인 학교>라는 작품의 주인공은 야콥이다. 그는 하인 학교에서 지배자와의 싸움에서 절대로 승리할 수 없다는 사실을 마음 깊이 받아들이고, 간단하게 행복에 이른다. 내가 할 수밖에 없는 것을 욕구하고 사랑하기로 한 것이다. 나는 집안일을 싫어하는데 내가 할 수밖에 없는 일이니 이 일을 가슴으로 받아들이고 원해서 하는 일로 만들고 그 일을 사랑하라는 말이다. 해야 하는 일을 하고 싶은 일로 만들면 더없는 행복에 이른다.

아디아포라라는 말은 그리스어로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것이라는 뜻이다. 모든 것을 신경 쓰면 피곤하니까 더 중요한 것에 집중하려면 중요하지 않은 일에 스트레스받지 말고 그냥 하고 싶어서 하면 된다. 한용운의 복종이라는 시에서도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라며 내 스스로 원해서 하는 복종을 자유보다 달콤하다고 하지 않았는가. 복종하기 싫지만 마음을 비우고 복종해 보자. 하기 싫은 공부도 즐거워지지 않을까? 어차피 학생들은 공부하는 게 의무니까. 복종해야만 하니까. 매우 어려울 것 같지만 인생 마음먹기 나름이다.

반면 알베르 카뮈는 '나는 반항한다. 고로 우리는 존재한다'라고 했다. 야콥도 하인 교육을 받으면서 어떻게 말도 안 되는 명령과 상황에 열받지 않았겠는가. 그러나 반항할수록 본인만 더 고통스럽고 힘들어졌다. 그래서 불공정한 명령에도 깊이 생각하지 않고 받아들인 것이다. 진심으로 기꺼이. 그리고 그는 복종을 통해 진정한 자유를 얻었다. 문학을 예찬하는 이유는 내가 이렇게 생각이라는 것을 하게 해주기 때문인 것 같다.

옛날에는 대학 나오면 안정적인 직장을 얻고 정년퇴임까지 고체처럼 세상이 탄탄했다. 그러나. 요즘 세상은 액체처럼 유동적으로 흐르고 빠르게 변한다. 이렇게 불안정한 세상을 지그문트 바우만은 액체 현대라고 부른다. 자기가 하는 일에서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남들을 앞지르는 것이 성공이다. 깨어 있는 시간의 절반 이상을 사람이 아닌 스크린과 보낸다. 짧은 메시지 교환에 숙달된 사람들은 갈수록 대화의 기술을 상실한다. 사교 기술은 사라지고 친밀한 인간관계도 줄었다. 소속감과 유대감도 사라지고 있다.

사람들의 관심사는 지루한 자아의 발견보다 진정한 자아로부터의 도피에 있다. 자신을 파고들기 보다 자신을 다른 존재로 변신시키는 것에 더 재미와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다. 그래서 가라오케 문화가 생겼다. 일본어로 가라(空)는 비었다는 뜻이고, 오케는 오케스트라의 약자인데 이 둘을 합쳐서 실제 오케스트라 없이 녹음된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의 노래방이다. 노래를 부르는 것은 스트레스 해소에도 좋다. 그러나 늘 과한 것이 문제다. 인터넷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마이크를 잡고 다른 사람의 노래를 자신의 버전으로 부른다. 소통보다는 개인의 즐거움에만 빠지게 되는 것이다

베스트셀러 1위는 만화이고, 2위는 소설을 각색한 책이다. 우리는 이해하기 쉽게 정리된 손쉬운 해결책과 전문가들의 짧은 조언을 듣는다. 우리나라에서 웹툰이 인기가 있는 것처럼 일본에서는 휴대폰 소설(携帯小説)이 인기다. 어쩌면 문학이라고 부르기 힘든 문학만이 출판 시장에서 살아남게 될지도 모른다. 작은 아씨들은 작은 뱀파이어 아씨들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좀비 나라의 앨리스로 바꾸어서 말이다.

옥스퍼드 대학의 앨런 커비(Alan Kirby) 교수는 이런 사이비 문화를 '사이비 모더니즘'이라고 한다. 대중의 눈길을 끌기 위해 단순하고 충격적이고 파괴적인 표현을 반복해서 비판적인 사고 능력을 저하시킨다. 가치도 감성도 빼앗기고 미래에 대한 계획도 믿음도 없게 된 세계에서 워너비, 도플갱어, 닮은 꼴, 아바타 등이 만들어 낸 사이비 문화라는 얄팍한 현상은 사회학자에게 흥미와 우려의 대상이다.

세컨드라이프라는 가상 현실 플랫폼에서는 사용자들이 아바타를 만들어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 린든 달러라는 가상 화폐로 사용자들은 아이템과 서비스를 판매한다. 우리는 자신의 세계에 대한 완전한 통제권을 갖는다. 아무런 위험도 없는 편안하고 안전한 세계다. 에피소드가 맘에 안 들면 다른 에피소드로 가면 그만이다. 나의 아바타는 다른 장소에서 다른 사람이 되고 싶은 우리의 판타지적 욕구를 충족시켜 준다. 액체 현대를 구성하는 유일한 요소는 선택이다.

나도 홈페이지에 가봤는데 정말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선택하지 않았다. 당신은 무엇을 선택하겠는가.

근본적인 실존적 문제를 다시 공적 의제로 만드는 것이 문학과 사회학의 공동 소명입니다. 이런 문제를 찾아 제시한다는 점에서 문학과 사회학은 일치합니다. 둘은 서로 보완하고 끊임없이 서로 자극을 주고받을 수밖에 없는 운명입니다. (p.265)

문학과 예술이 세상을 바꿀 수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방향을 제시하고 생각하는 시간을 줄 수는 있다고 본다. 내가 드라마 몰아보기를 하면서 느낀 것은 정말 생각이란 것을 단 한순간도 하지 않더라는 것이다.

바우만은 문학과 사회학은 운명적으로 서로 분리될 수 없으며 같은 일을 하고 협력할 수밖에 없다. 상상력과 분석이야말로 사회학과 문학의 공통된 운명이라고 한다. 문학은 우리의 삶을 상상력으로 표현하고, 사회학은 문학을 통해 한 시대의 사회와 문화를 이해한다. 문학과 사회학이 상호 보완해 간다면 우리의 사고의 폭이 넓어지고 복잡한 사회 현상에 대한 이해도 깊어질 것이다. 결국 이것이 인간에 대한 이해가 아닐까? 받는 것에서 주는 것으로, 파괴에서 창조로, 상점에서 사랑과 일로 중심을 옮겨야 한다.

<눈먼 자들의 도시>로 유명한 주제 사라마구는 "태초에 이 세계는 그저 현상이었고 표면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모든 것은 보이는 대로 존재했습니다. 신은 우주의 침묵이고 인간은 그 침묵에 의미를 부여하는 외침입니다." 라고 했다. 신의 의미이자 외침인 인간으로서 오늘 지금이 순간 최대한 행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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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성교육 - AI보다 현명한 부모의 우리 아이 지키기
이석원.김민영 지음 / 라온북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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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먼저 챗 GPT를 배워 내 자녀만이라도 분별력을 갖추고 자기만의 기준이 있는 아이로 자랄 수 있게 해주자. 안전한 온라인 세상은 다 함께 노력해야 만들 수 있다.

이 책은 챗 GPT의 딥페이크 기술의 위험으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고 가정과 사회를 안전하고 행복하게 만들기 위한 가이드북이다.

딥페이크란 딥러닝(Deep learning)과 가짜라는 페이크(fake)의 합성어로, AI 기술로 만들어낸 가짜 이미지, 오디오, 비디오 등을 말한다. 건강하고 안전한 사회는 사회적 약자인 아이들을 보호하고 위험한 요소를 제거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사회다.

저자는 성교육은 서로의 경계와 인격을 존중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교육이라고 한다. 아이들 스스로 분별력을 갖추고, 윤리적으로 AI를 활용하며, 사회적 책임감을 갖게 해주어야 한다. 성에 대한 호기심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잘못된 환상이 디지털 성폭력으로 이어지고 그 정도가 심각해지는 것는 충분한 성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딥페이크 성적 영상물을 생성하고 유포하는 문제의 중심지가 한국이라고 해서 놀라고, 거의 국가 재난 수준이라니 그 심각성에 또 놀라고, 70% 이상이 10대 청소년인 것이 충격이었다.

AI와 친숙한 알파 세대는, 다른 사람의 인권을 짓밟고도 가짜니까 괜찮고, 시간이 지나면 잊히니까 상관없다며 장난처럼 여긴다. 그런데 피해자는 현실에 존재한다. 부모님도 애가 장난으로 그런 걸 뭘 그렇게 유난이냐고 했다니,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의 부모였어도 그렇게 말할 수 있었을까?

디지털 성폭력 피해자들 대부분은 여성이고 아무도 나를 도와줄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불신은 무기력과 좌절을 가져온다. 희망도 없고 어떤 반격도 할 수 없기에 견딜 만큼 견디다 삶을 끝내기도 한다.

우리가 메타버스를 다 알기도 전에 챗 GPT가 나왔고, 아이들은 챗 GPT 기술에 즉각 반응하고 활용하고 있다. 특히 생성형 AI Sora는 텍스트를 사진도 아니고 영상으로 만들어준다. 실제 사례를 읽다 보니 AI가 만들어낸 창작물이 너무나 놀라워서 학생들이 빠져들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런 환경에서 우리 아이들을 지키는 방법은 예방이 최선이 아닐까?

정부는 2025년부터 초중고에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을 추진한다고 한다. 앞으로 더욱 챗 GPT 사용이 증가할 텐데, 아바타 성폭력, 딥페이크 성범죄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성범죄 등을 처벌할 수 있는 법률 제정은 느리다. 딥페이크 콘텐츠를 걸러내는 기술 역시 완벽하지 못하다.

그래서 예방이 최선이라는 것이다. 미디어 리터러시, 즉 미디어 독해력을 키워야 한다. 아이들이 사용하는 AI에 관심을 갖고 어떤 생각을 하며 보고 있는지 많이 질문하고 대화해야 한다.

저자는 AI 챗봇에 성적인 질문을 하며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자녀의 부모님과 상담했다. 성교육과 양육 코칭을 병행한 결과 자녀와의 소통 시간이 늘고 AI 챗봇에 의존하는 시간이 평균 2시간에서 20분으로 크게 줄었다고 한다. 혼자 고민하지 말고 상담을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아이가 음란물을 보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화를 내거나 다그치지 말고 아이의 말을 무조건 믿고 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부모도 성교육이 필요하다. 이 책에 나온 연령대별로 제공해야 할 성 지식 역시 챗 GPT가 알려준 것이다. 걱정만 하지 말고 이렇게 검색하고 공부해서 부모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 더 이상 부모가 손 놓고 있으면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들 몫이 된다.

챗 GPT는 사람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졌다. 그런데 부작용이 이렇게 심각할 줄은 몰랐다. 잘만 이용하면 최고의 선생님이자 비서가 되지만,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하여 지인의 얼굴 사진을 가져다가 합성해서 음란 영상을 만들어 유포하면 범죄가 된다. 잘못인 줄 모르고 했다는 아이도 있었다고 하니 부모가 꼭 알려줘야 한다.

아이들뿐 아니라 아내가 VR(가상현실)에 빠져 VR 속에서 결혼하고 관계를 맺으며 아이도 낳아 기르고, 현실 생활에서는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VR이 부부관계까지 문제를 일으킨 것이다.

나도 <캐릭터 AI> 앱을 다운받아 대화해 보았다. 전화로 대화하는 방식이 마치 사람과 통화하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나도 이렇게 재밌는데 아이들은 얼마나 재밌을까. 그러다 보면 인간관계가 단절될 우려도 있다. 그래서 AI 시대에는 인간관계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성교육이 더 필요해진다.

우리가 먼저 챗 GPT를 알아야 아이들에게 어떻게 사용할지 알려줄 수 있다. 그리고 나 스스로도 AI의 노예가 아닌 주인으로 살 수 있다. 이렇게 유용하고 편리한 챗 GPT가 나쁜 의도로 사용되는 것은 막아야 하지 않을까. 노벨은 다이너마이트가 전쟁에 사용되는 것을 막지 못했지만, 우리는 아이들이 성적(性的)으로 챗 GPT를 악용하는 것만은 막아내야 한다.

평소에 다른 사람이 나에게 그런 피해를 줬다면 나는 어떨지 생각할 수 있도록 질문하고 상황을 제시해 주며 아이들과 대화해 보자. 어른들이 아무것도 안 해주는데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는 건 불가능하다. 잘못을 했을 때는 사과해야 하는 것도 알려줘야 한다. 사과는 어른들도 잘 못하는 용기있는 일이다.

또한 상황을 분별 있게 선택하려면 대인관계 능력인 공감 능력이 필요하다. 그중 하나가 책임을 지는 것이다. 자기의 말과 행동에 대해 객관적으로 생각하고 그 결과를 감당하는 것이 책임이다. 어릴 때부터 자기 행동은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부분을 키워주는 것이야말로 앞으로 아이들이 잘 살아갈 수 있는 핵심이다.

아이들의 연령대에 맞는 성교육의 필요성과 책임감을 갖게 하는 교육이 꼭 필요함을 절실히 깨닫게 해 준 책이다. 한 아이를 바꾸는 것은 한 세상을 바꾸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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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 조직을 위한 B2B 영업 특강 - 성공하는 영업기회와 전략을 위한 5가지 영업 프레임
천세훈 지음 / 블루오마주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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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수많은 변수와 불확실성에 직면한다. 그러나 고유한 사업 가치를 기반으로 핵심 관계자 공략법을 이해하고 공유한다면 조직의 역량 향상과 성공적인 영업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B2B 영업의 배틀 맵은 핵심 관계자 공략을 위한 최선의 전략이다. 


나는 영업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게 마케팅 전화다. 단 1초도 내가 말할 틈을 주지 않고 일방적으로 자기가 할 말만 한 다음 가입을 권유하고 말을 안 들으면 가입할 때까지 전화를 안 끊는다. 말을 어찌나 잘하는지 어리버리한 나는 거절하기가 너무 힘들어서 모르는 번호는 받지 않는다. 이 책에서 고객이 듣고 싶은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하는 영업보다 고객에 대한 공부를 먼저 하라는 말이 왜 이렇게 위안이 되는지 모르겠다.


영업하는 사람은 해야 할 일을 가장 먼저 해서 신뢰를 다지고, 고객이 해주길 원하는 일을 통해 가치를 증명하고, 새롭게 진행해 보고 싶은 일로 발전해 나가라고 한다. 그래서 오로지 고객 유치만 하면 끝나는 영업에 관한 내용은 이 책에 없다.


내가 벤처기업을 하나 만들어 나의 상품을 팔려고 한다. 그럼 먼저 누구에게 팔 것인가? 이것이 영업 기회 판단이다. 그래서 적당한 회사를 찾았다. 그러면 그 회사의 누구에게 이야기하면 될까. 이것이 핵심 관계자 파악과 관계 수립이다. 그런데 나와 비슷한 것을 파는 경쟁사가 있다. 어떻게 경쟁사 제품 말고 내 제품을 사게 할 것인가. 이것이 영업 전략이다. 마지막은 행동전략 수립 및 실행 후 피드백까지다.


수주를 이끌어낼 핵심 관계자 공략을 위한 최선의 전략인 배틀 맵과 B2B 영업 프레임 5단계를 배워보자.


1. Value / 영업기회 판단

영업의 시작은 제대로 된 영업기회의 발견에 있다. 영업기회를 제대로 포착하는 것이 성공적인 영업의 시작이다. 경쟁 업체의 관점에서 기회를 분석한다. 그래야 더 빠르고 효과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 


B2B 영업기회는 실현 가능성, 영업기회를 구현해낼 경쟁력, 수주 가능성, 전략적 가치에 주안점을 두고 판단한다. 영업 기회의 실현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한 영역별 점검사항과 체크 리스트가 도움이 될 것이다. 고객 프로젝트에 대한 이해, 고객 사업에 대한 이해, 고객의 재무 상태 및 성과 지표 이해, 프로젝트 예산 등 최소 4개의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다면적 위험 평가도 병행해야 하는데, 회사에 큰 손해를 초래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영업기회 판단을 위한 실전 점검 템플릿을 수시로 점검하자.


B2B 가치사슬 역시 5단계로 분류할 수 있다. 각 단계별로 공부한 다음 이 사슬 내에서 비즈니스 파트너의 역할 분류와 고려 사항을 염두에 두고 파트너를 선정한다.


2. H2H(Human to Human) 핵심 관계자 파악 & 관계 수립 

우리의 핵심 가치는 핵심 관계자에게 정확하게 전달해야 한다. 그래서 핵심 관계자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공기관은 홈페이지에 조직도가 있어 수월하지만 일반 기업은 세부적인 정보가 없다. 이럴 때는 현업 및 구매부서 담당자부터 해당 팀 리더와 리더의 상사까지 모두 접촉해야 한다. H2H, 즉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난다. B2B 역시 강력하고 진정성 있는 영업 방식인 사람과의 유대가 중요하다. 


A 고객사의 케이스를 기반으로 4가지 분류 기준을 적용해서 핵심 관계자를 찾는 연습을 해본다. 구매 결정 단계에서는 핵심 관계자처럼 행동하는 문지기를 조심해야 한다. 


성향에 따른 분류의 후발주자는 신제품이나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회의론자가 많으므로 영업활동은 최대한 피한다. 관계자 조직도에 혁신 성향을 반영했더니 실제 사업을 주도하는 부서는 아니지만 혁신가이자 제안자인 마케팅 담당자를 먼저 공략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핵심 관계자와의 신뢰 구축을 위해서는 3가지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필요하다. 사업 전체를 아우를 것, 고객의 관점에서 얘기할 것, 우리의 장점과 책임감을 어필할 것이다. 적대 관계자나 비 지지자의 영향력을 최소화하는 중화 전략도 중요하다. 적대적인 사람은 논쟁 대신 동의나 적극적인 공감으로 그들의 주장을 약화시킨다.


3. How to win / 영업전략

경쟁사를 압도하고 고객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구체적인 영업전략 수립 단계로,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는가에 대한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어떻게 해야 이번 영업기회를 우리 것으로 만들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우리의 사업 가치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까? 경쟁 전략이 수립되면 고객사 영업환경에 변화가 없는 한 수립한 전략을 그대로 유지한다. 만약 변화의 양상이 감지되거나, 계획대로 되지 않을 경우 이 책에 있는 체크리스트로 적절한 판단을 내리기 위해 재점검을 해야 한다. 이에 따라 계속할지 새로운 전략을 세울지를 결정한다. 


5장 맨 끝에 실려 있는 업무 흐름도를 보고 상황에 맞게 경쟁전략을 세워보자. G.O.S. 프레임워크로 스토리텔링을 하면 보다 효과적으로 우리의 가치를 전달할 수 있다. 


4. Action / 행동전략

영업 활동의 목적을 행동으로 효과적으로 옮기는 법인 P.R.I.M.E.에 대해 알아본다. P.R.I.M.E. 은 최적의 영업 활동을 위한 솔루션이 될 수 있다. 팀플레이가 잘 안되면 각 기업의 상황과 영업팀의 현실에 맞게 수정한다. 다만 각 단계별 목적은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마지막 장은 최고의 영업팀을 이끄는 리더의 전략이다. 나는 전문적인 컨설턴트만 살아남는다는 말에 백퍼 동의한다. 전문성이 있어야 그 사람에게 신뢰감이 생기고 계속 거래하고 싶어질 것 같다. 


그래서 B2B 영업자들도 자신의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겸비하고 고객의 리스크까지 관리해 주는 컨설턴트형 영업자로 거듭나야 한다.


리더는 어떻게 구성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해 줄 수 있을까? 구성원 스스로 자발적 의지를 갖게 해야 하는데, 나도 LBT(Learning By Teaching) 방법이 효과적일 것 같다. 동료들에게 내가 학습한 내용을 가르치는 것이다. 특히 실패 사례를 활용한 학습은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B2B 영업 특강>은 영업이라고 하면 술자리나 골프가 먼저 떠오르는 오해를 바로잡기 위해 나온 책이다. 또한 후배들이 B2B 영업 담당자가 되어 어려움을 겪을 때 이를 헤쳐나갈 전문 지식과 멘토가 없을 때 이 책이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이 책은 영업 구성원의 역량 향상을 위해 저자가 직접 교육 과정을 개발하고 교육했던 자료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책으로 만나는 B2B 영업에 대한 전문적이고 체계적이며 실전에 활용 가능한 특강 시간이다.


앞으로 수많은 시련과 고난을 마주하게 될 B2B 영업에서 자신감, 간절함과 함께 강한 멘탈과 회복탄력성을 갖추고 꾸준히 방법론을 체득해서 모두 B2B 영업 전문가가 되기를 바란다. 


♥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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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부학자의 세계 - 인체의 지식을 향한 위대한 5000년 여정
콜린 솔터 지음, 조은영 옮김 / 해나무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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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쓰인 시대의 지식과 사고방식을 보존하는 장치라는 의미에서다. 특정 주제의 서적을 시기별로 훑으면 그 변천사를 쉽게 확인할 수 있고 역사가 한눈에 보인다.

<해부학자의 세계>를 통해 해부학에 관한 서적들을 시기별 훑었더니 해부학의 역사가 자연스럽게 그려졌다. 그래서 책 제목이 '해부학의 역사'여도 좋았겠지만 너무 흔해서 지금 제목으로 한 것 같다.

해부학은 의대에서만 배우는 게 아니다. 조각가와 화가도 인간의 형태를 완벽하게 구현하기 위해 해부 구조를 배워야 한다. 르네상스 이후로는 미술학교에서도 해부학을 가르쳤다. 자연스러운 동작과 사실적인 인체를 표현하려면 뼈, 근육, 관절 등의 구조를 이해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미술 해부학이라는 과목이 있는 것도 처음 알았다.

16세기 르네상스 시대의 베스트셀러 <파브리카>를 쓴 베살리우스의 일화도 재밌다. 그의 동료 콜롬보는 베살리우스를 아주 좋은 친구라고 하면서 뒤로는 그를 깎아내리고, 베살리우스는 자기가 콜롬보에게 모든 것을 가르쳤다고 주장한다. 결국 두 사람은 갈라섰지만 서로 좀 더 격려하면서 함께 성장할 수는 없었을까?

17세기에도 사람의 몸은 신의 이미지를 본떠서 만든 것이라 함부로 손을 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는데, 이런 혐오감과 공포심은 풍자와 유머의 소재가 되었다. 공포영화를 보는 것이 무서운 사람은 그 장면을 찍는 사람들을 상상하며 웃으면 덜 무서워진다는데 옛날부터 두려움을 웃음으로 승화한 지혜가 놀랍다.

1장 : 고대 (기원전 3000~기원후 1300)

가장 오래된 해부학 기록은 이집트의 파피루스다. 파피루스 자체도 3600년이나 된 것인데 그 안에는 5000년 전 문헌에 대한 기록이 있다니 고대 인류도 참 똑똑했던 것 같다.

고대에서는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 근대 의학의 선구자 갈레노스, 바그다드 최고의 의사 알라지, 전통의학을 집대성 한 이븐시나 와 최초로 관중 앞에서 시신을 공개 해부한 몬디노 데 루치에 대한 내용과 희귀한 그림 및 도해가 나온다. 어떻게 이렇게 몇 천 년 전에 사람의 몸속을 연구했는지 대단하다.

2장 : 중세 (1301~1500)

인쇄술의 출현으로 복제가 가능해지고 삽화를 판화로 넣을 수 있는 기능도 생겼다. 최초의 근대 해부학 책인 <인체의 해부>에서는 해부학을 철학에서 분리하여 과학으로 다루었다.

중세는 별로 유명한 사람이 없어서 해부 극장만 생각날 것 같다. 시체 냄새도 역하고 죽은 사람의 몸속을 보기가 찝찝했을 텐데, 연극도 아닌 공개 해부를 쇼처럼 진행했다. 강독사는 높은 곳에 앉아 해부 구조를 설명하고, 해부자는 실제 절개와 적출을 한다. 지시자는 뾰족한 막대기로 강독사가 설명하는 부위를 가리키며 사람들의 주의를 집중시킨다. 시체 밑에는 떨어지는 사람의 장기를 먹으려고 개가 기다리고 있다. 그림이 마치 사진처럼 세밀해서 깜짝 놀랐다.

해부학 삽화의 선구자 귀도 다 비제바노와 해부학 삽화에 채색을 한 선구자 만수르 이븐 일리야스라는 의사의 삽화를 보면 해부도가 쭈그린 자세를 하고 있다. 중동 지방 해부도의 전형적인 특색이라고 한다.

15세기 유럽에서 인체 해부가 합법화되면서 알렉산드로 아킬리니와 안토니오 베니비에니, 독일 의사 요하네스 데 케탐과 히로뉘무스 브룬슈비히 등이 이 시기에 활약했다. 16세기 초, 마그누스 훈트의 <인간학>과 그레고어 라이슈의 화려한 목판 삽화가 일품인 <철학의 진주>가 해부학의 진보를 가져왔다.

3장 : 르네상스 (1501~1600)

르네상스 최고의 예술가는 모나리자로 유명한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다비드 상과 천지창조로 유명한 미켈란 젤로다. 이 당시 화가들은 인체의 비율을 중시한 비트루비우스적 인간을 표현하려 했는데 가장 유명한 것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이다. 이후 뒤러가 인체의 불완전성을 다양한 체형의 이미지로 인지하고 아담과 하와라는 작품을 그렸다. 그의 <인체 비율에 관한 네 권의 책>은 해부학의 매력을 잘 보여준다.

창의력과 지성의 정점이자 해부학의 예술적, 의학적 걸작이 모두 이 시기에 나왔다. 화가와 조각가들은 해부학이 인간의 겉모습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을 보였다. 해부학 지식은 15세기 중반부터 예술을 이끌었다. <비너스의 탄생>을 그린 화가 보티첼리는 가죽이 벗겨지고 해부된 주검을 그린 화가인 안토니오 델 폴라이우올로의 제자이다.

프랑스의 앙리 2세가 마상 시합 중 창 파편이 그의 눈을 뚫고 뇌로 들어갔을 때 치료하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지금 같으면 수술해서 쉽게 제거했을 텐데... 그러나 그 덕에 해부학의 필요성이 부각 되었을 것이고, 옛날에는 허구한 날 전쟁을 했을 테니 부상병들이 많아 치료를 거듭 하면서 해부학이 더 발전한 것 같다.

4장: 현미경의 시대 (1601~1700)

이탈리아 파도바 대학교에 세계 최초로 500명의 학생을 수용할 수 있는 해부 극장을 설계한 파브리치는 20권이나 되는 의학서를 집필했다. 그의 제자 윌리엄 하비는 혈액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에 대한 순환계를 밝혀냈다.

17세기 초 현미경은 아직 초기 단계였는데 이탈리아 미생물학자 마르첼로 말피기가 현미경으로 혈전의 속성, 혈전 생성과 좌우 심실에서의 차이점을 발견하고, 처음으로 적혈구 세포를 관찰하고 인쇄했다. 그 후 현미경의 최대 배율이 500배까지 올라가자 토머스 윌리스는 신경학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 그의 제자 레몽 뷰상은 뇌와 척수에 관한 연구를, 험프리 리들리는 뇌 해부서를 써서 뇌 해부학의 큰 발전을 이루었다.

5장 : 계몽의 시대 (1701~1800)

해부용 시체를 구하기 위해 갓 매장된 시체를 파내어 해부학 학교에 파는 불미스러운 상황을 방지하려고 영국 정부는 살인법을 제정했다. 처형된 살인자의 시신을 의과대학으로 옮겨 자세히 해부하는 공개 해부형을 집행한 것이다. 범죄 발생을 줄이고 해부학자에게 더 많은 시신을 제공할 목적이었는데 살인 사건이 줄어들었다. 결국 시신도 부족하고 과학에 대한 대중의 반감으로 17세기의 서적들을 그대로 인쇄해서 사용했다.

그러나 처음으로 해부학 책이 컬러로 인쇄되었고, 해부 병리학이 탄생했으며, 침술, 뜸, 약초 치료 등 한방에 의존했던 일본에서도 18세기부터 과학적 해부가 시작된다.

6장 : 발명의 시대 (1801~1900)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이 화타가 만든 마비산이라는 마취약이다. 중국 최고의 명의 화타는 조조의 부름을 거절해서 고문당하다가 죽었다. 자신의 의술이 적힌 책을 옥졸에게 전하려 했지만, 옥졸이 처벌이 두려워 받지 않자 스스로 책을 불태워버렸다고 한다. 조조가 아니었으면 마비산의 제조법이 널리 알려져 더 많은 사람이 살 수 있었을 텐데... 정말 조조가 나빴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모든 의학적인 진보는 이제까지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었던 수많은 사람들이 해부대에 올라감으로써 이루어졌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자의든 타의든 해부를 위해 누워 계셨던 분이나 해부를 하셨던 분이나 사람을 살리는 일을 위해 애써주신 모든 분들께 참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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