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투자, 나는 50에 은퇴했다 - 평생 월 1,000만 원씩 받아내는 ‘배당주’ 입장권
쭈압(정영주) 지음 / 체인지업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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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당주 장기투자는 남은 투자 생애 동안 깡통계좌라는 슬픈 일을 겪지 않고 꾸준히 자산을 불릴 수 있는 안전한 부의 서행차선이다. 


배당주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계신 분들은 이 책 141쪽에 있는 문제 12개를 먼저 풀어보고 본인의 실력 체크를 한 다음에 읽으면 집중력이 불타 오를 것 같다. '보증금 없이 월세 50만 원이 나오는 오피스텔을 매수했다. PER은 15라고 한다. 오피스텔의 가격은 얼마인가?' 와 같은 기초적인 문제들이다. 이 문제를 주식을 좀 아는 지인에게 풀어보라고 했더니 암산으로 풀었다. 


나는 이런 문제는 패스하고, 매달 500만 원 받기와 한 번에 10억 받기 중 어떤 것을 택하겠냐는 물음에 매달 500만 원 이라고 했다. 3.3만 명이 투표했는데 결과를 보니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36%인 11,880명이나 되었다. 매달 500만 원씩 받으면 돈에 대해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한 번에 10억 받아서 엉뚱한 데 투자했다가 전부 날릴 거 같다는 생각을 한 사람도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늘어난 수명을 생각해서라도 자산을 불리는 것이 낫다고 한다. 


나처럼 투자에 대해 너무 모르거나 어려운 분들에게 이 책이 제시하는 꿀팁은 네이버페이 증권이다. 


네이버페이 증권에 '고배당'이라고 검색하면 고배당 종목들을 편입해서 만든 ETF들이 나오는데 이것을 골고루 매수해도 좋다. 그래도 몇 가지 ETF의 성격과 왜 골고루 매수해도 되는지 이유도 알려준다. 


네이버페이 증권에서 맨 위에 있는 리서치를 클릭해 보자. 투자가 어려운 분이나 투자 경험자나 모두에게 꼭 필요한 증권사 리포트를 PDF로 받아 볼 수 있다. 만약 내가 투자할 종목을 찾았다면 반드시 과거부터 현재까지 증권사 리포트를 확인하는 것을 습관으로 만들어 놓아야 한다. 때로는 무관심이 가장 좋은 매매 전략이 될 수 있지만, 투자 전 필수 체크사항인 리포트 확인과 다양한 정보를 무기로 삼아 고수익을 노려보자. 


사회 초년생에게 추천하는 월 100만 원 포트폴리오도 맘에 들었다. 딱 100만 원이 아니고 50만 원만 투자 하더라도 이 포트폴리오의 금액을 반으로 줄여서 본인 월급에 맞게 하면 될 것 같다. 단, 꾸준히가 제일 중요하다. 


<배당투자, 나는 50에 은퇴했다>는 지극히 평범한 개미 투자자가 25년간 투자를 거쳐 지금의 배당주 장기 투자자로 태어나면서 얻은 투자철학의 전부다. 저자는 1999년 9월에 지방 공기업 9급으로 입사한 뒤 2023년 9월까지 24년간 근무를 하고 명예퇴직금이 가장 많은 시기인 정년퇴직 10년 전에 사표를 썼다. 


이 책은 결국 배당주에 관심 있는 분들이 집어 들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자신이 투자할 방향을 정했다는 것만으로 반쯤은 재테크에 성공한 것이다. 저자 역시 유명한 펀드에서부터 인덱스 ETF 금이나 달러 투자까지 많은 곳에서 잦은 매매를 했지만 그 결과는 코스피 지수 추종보다 훨씬 못한 수익률이었다. 그래서 시간 손실을 최소화할 투자 방법을 고심하다 지수와 상관관계가 큰 인덱스형 장기 투자로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그 결론에 배당을 더해 배당주 장기투자를 하게 된 것이다. 중요한 것은 노력이 아니라 수익률이다. 


배당주를 고를 때 실적이 오르고 있어도 주당 배당금이 증액되지 않는 종목이나 주당 순이익 대부분을 배당으로 지급하는 경우 등 조심해야 할 배당주와 배당 관련 용어 정리도 되어있다. 특히 파트 3의 부록인 배당주 투자에 필요한 기초 문제 12개를 모두 풀 수 있다면 배당주 투자에 필요한 것은 다 갖추었다고 봐도 좋다. 그리고 해외의 배당소득세율이 국내보다 높으면 상관없지만 배당소득세율이 14%보다 낮은 국가일 경우 그 차액은 국내에 추가로 납부해야 한다. 


KODEX는 선물(H)에 투자했으나 현물이 아닌 선물투자 상품이다 보니 높은 운용보수와 만기 연장 비용을 감당해야 했다. 결국 꾸준히 은의 가격이 하락해 장기투자를 하기 힘들어지자 다시 배당주로 돌아왔다. 이런 경험들이 보유만으로 돈이 나가는 상품을 피하고 꾸준한 배당이 나오는 배당주에 투자하는 이유가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 저자의 실패를 거울삼아 시간과 돈을 아낄 테니 저자보다는 빠른 성장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세상에는 다양한 투자 방법이 있고 이 책에 동의하기 힘들 수도 있지만 다른 투자자의 생각과 각자의 생각을 비교하는 것도 투자의 길을 찾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배당주와 비교할 만한 고수익률 상품으로 채권 투자, 신종자본증권, 리츠(REITs), 스팩(SPAC)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40대가 되어 투자에 지치고, 공부한다고 읽은 책들도 큰 도움이 안 되었고, 증권방송이나 전문가의 종목상담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주식 판에 전문가는 없다는 결론까지 내버리고 말았다. 개미투자자에게 남은 건 단순한 지수 인덱스 투자보다 못한 투자 성적표였다. 매년 노력해서 손실은 없었지만 큰돈은 벌 수 없다 보니 매매라는 행위에 지쳐버렸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적당히 5% 정도 배당주에 넣어놓고 주식에 신경 쓰지 말자는 것이었다. 


회사 생활이 힘들면 더 좋은 곳으로 옮기는 게 좋고 내가 가진 종목이 불타는 보트라면 빠르게 다른 배로 갈아타야 한다. 대부분의 상장 폐지 종목에는 끝까지 보유하면서 물타기를 하다가 함께 무너진 주주들이 있다. 과거의 경험들은 저자가 배당주에 집중하는 데 영향을 주었고 단발성의 큰 수익보다 꾸준한 수익의 누적으로 자산을 불리는 긴 호흡의 투자도 좋다고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파트 6에서는 필수 절세 계좌 3형제인 연금저축과 IRP, ISA에 대해 살펴보고, 이를 어떻게 주식투자에 활용하면 좋은지 생각해 보자. 마지막 파트 7에서는 전문가들의 말들 중 동의하기 힘들었던 부분,  유튜브에 주식 계좌를 공개하는 이유도 나온다. 저자의 유튜브 채널에 보유 종목을 공개하니 종목 선정과 매매 기준을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았다. 사실 깊은 분석을 통해 매매를 결정한 게 아니고 핸드폰으로 5분 정도 네이버페이 증권의 정보만 훑어보고 결정하는 편이라고 한다. 컴퓨터에는 HTS도 없다. 


우선주를 왜 발행하는 지도 이해하게 되었다. 돈은 필요한데 보유지분이 희석되며 지배력이 약화하는 것은 막기 위해서다. 우선주는 의결권이 없어 보통주보다 싸지만 조금 더 많은 배당금을 받는다. 대표적인 우선주 발행 기업은 삼성전자와 현대차, 대한항공, 구글 등이 있다. 우선주는 보통주와의 가격 괴리율이 높은 종목을 고를수록 좋은 이유도 예시를 통해 자세히 알려준다. 


투자라는 긴 여정을 가기 위한 첫 단계는 자신의 투자 성향을 파악하는 것과 다양한 투자 방법의 경험이므로, 기본적으로 국내외 대형주에 투자한 뒤, 매매회전율을 최소화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또 일본이나 중국, 유럽 등 해외 지수에 ETF로 투자해 보는 것도 추천한다. 


하지만 정작 저자는 ETF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 수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ETF는 가지고만 있어도 운용보수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수 사용료, 위탁판매수수료, 기타 비용 같은 부대비용이 발생하므로 오래 투자할수록 무시할 수 없는 금액이 된다. 또한 원치 않는 종목을 사야 한다는 것도 단점이다. 그래서 ETF의 구성종목을 확인하고 마음에 드는 종목만 따로 매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된다.


ETF 투자의 가장 큰 단점으로는 거래세가 없다는 것이다. 나는 세금이 없으면 장점이지 왜 단점이라고 하나 궁금했는데, 매매할 때 세금이 없으니 단기 투자를 자주 하게 되고, 투자 초기에 나쁜 투자 습관이 생겨버릴 수 있어서다. 거래세는 없지만 증권사에 유관기관 수수료를 내야 하는데 1억 원으로 매일 수차례 ETF 단타를 하면 연말에 매매금액 수백억 원이 찍혀있는 거래내역서와 함께 거래세 못지않은 수수료 지출 내역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내가 겪었던 실수를 다른 분들은 피했으면 하는 진심에서 이 책을 내게 되었다. 작은 팁들도 실었다. 이 책을 통해 모두 안전하고 즐거운 투자로 돈 걱정 없는 멋진 인생에 가까워지시길 바란다. -2024년 7월 쭈압


저자의 별명인 쭈압은 '배당투자'로 돈을 맛있게 먹는다는 뜻에서 쭈압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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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 ON OFF
사영 지음 / 좋은땅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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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라는 무너져 내리는 도서관에서 유일하게 불에 타지 않은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은 책의 첫 페이지에, 예전에는 저주였으나 이제는 축복이 된 진실을 적었다. "나는 살아 있다." 모든 가능한 인생의 시작이다.

우리는 살아 있기에 무엇이든 가능하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일에 열정을 불태우며 살고 싶다. 그런데 열정은 쉽게 타오르지 않는다. 게다가 쉽게 식어버린다. <열정 ON OFF> 중 어떤 것을 택하겠는가? 대부분 ON을 택할 것이다. 열정을 ON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내재적 동기가 필요하다.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것을 동기라고 한다. 여기에는 월급이나 보상 같은 외재적 동기와 내재적 동기가 있다. 이 책에서는 열정 ON을 위한 내재적 동기에 대해 알아본다. 정체성, 자율성, 유능성, 관계성 동기가 그것이다.

정체성은 나다움이다. 자율성은 내가 주도하는 것이다. 유능성은 내가 능력을 잘 발휘하고 있다는 것이고, 관계성이란 내게 행복을 주는 관계에 대한 것이다. 내가 살아 있기에 가능하고 모두 다 내가 주체이다. 이 책을 통해 내재적 동기의 특징을 잘 이해하면 어떤 직업에 있든 좀 더 생산적이면서 일할 맛 나는 환경으로 바꿀 수 있게 될 것이다.

사람은 자신이 되고자 하는 무엇으로 살아가려고 노력할 때, 삶의 의미를 느끼는 존재이다. 직장이나 일은 자신이 되고자 하는 무엇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자기실현 수단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오로지 내재적 동기에 의해서만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하며 노력을 한다.

코인으로 부자가 되어 조기 은퇴를 하고, 꿈에 그리던 해외여행과 명품 쇼핑, 맛집 투어 등 모든 것을 다 누리는 파이어족. 그러나 결국 이런 화려함은 다시 따분한 일상이 되어버린다. 그래서 사회복귀나 재취업을 원하게 된다. 그 이유는 뭘까? 외재적 동기로는 열정 ON이 유지되지 않기 때문이다.

요즘 세대 중 86%가 자신의 가치에 부합하는 회사에서 일하기 위해 기꺼이 직책과 보상을 타협하겠다고 한다. 그러면 조직의 입장에서 더 큰 이득을 얻으려면, 구성원과 조직의 가치 중 무엇을 더 중시해야 할까? 당연히 더 큰 목표를 가지고 있는 조직의 가치가 아닐까? 그런데 아니었다. 구성원 개인의 가치를 존중해야 조직의 목표에 자발적으로 몰입하거나, 일에 대한 높은 생산성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자신의 가치 인식 없이 조직의 가치 인식을 강요하면 조직의 가치를 수용하지 못할 뿐 아니라 동기부여도 되지않는다.

책 속에는 일을 구하고 있거나 하고 있거나 상관없이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면 좋은 3가지 질문이 나온다.

  1. 왜 이 회사에서 일하고 싶은가?

  2. 이 회사에서 당신에게 줄 수 있는 가치는 무엇인가?

  3. 왜 이 일을 당신의 직업으로 선택했는가?

이 책에서는 내재적 동기요인들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고, 이것을 적용함으로써 구성원의 자발적인 결정을 어떻게 끌어낼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작동 방식을 촉진하기 위해서 리더들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내재적 동기는 학문적 이론이나 개념이 아니고 소설이나 영화를 예로 들어 설명해 주어서 이해하기도 쉽고 기억에도 오래 남는다.

자기 정체성은 어떤 분야에서 어떤 가치와 욕구를 추구할 때 가장 나다울 수 있는지를 정의하는 것이다. 자신이 가치를 두는 것은 스스로의 판단과 행동에 영향을 준다. 자신이 어떤 방식으로 삶을 살겠다는 주장인 것이다. 나훈아가 이건희나 김정일의 부름에 응하지 않았던 것은 '대중 예술가'라는 자기 정체성 때문이었다. 노래를 듣고 싶으면 티켓을 사서 들으라는 것이다. 나의 자기 정체성은 무엇인가.

리더는 구성원들에게 유능성을 느낄 수 있는 피드백을 제공해야 한다. 예를 들면, '머리가 좋은데' 보다는 '숙련도가 높아졌네', '생각이 많이 진전되었어' 처럼 유능성의 정보를 실어야 한다. 잘했어요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잘 한 것을 알려줘야 한다. 또한 조언은 가급적이면 '이런 관점에서는 생각해 보았나요?'처럼 질문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좋다.

자신이 혼자 있는 것을 편해 한다면 사교적인 직업에서는 단점이지만, 혼자 오랜 시간 하는 일에서는 장점으로 작용한다. 자신의 자질과 특성을 남들의 관점에서 단점으로 보기보다는 객관적이고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

인정의 강박에 사로잡힌 리더가 보이는 5가지 특징도 알아 두면 자기 인식 능력을 높일 수 있다. 나는 자기 조절력 발휘를 위한 처방 중 김상무가 부하직원들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이 들 때마다 자신의 행동에서 원인을 찾고자 노력하며, 자신의 이기적 동기에서 출발한 것은 아닌지 스스로를 먼저 점검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우리가 내재적 동기를 발휘하며 살고 싶은 것은 인간의 성장하려는 본성을 따르는 것이다. 내재적 동기는 어떻게 업무 현장에서 작동할까? 일을 통해 어떻게 경험의 만족을 얻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열정을 높여 스스로 최선을 다할 수 있을까? 무더위에 이런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아 책 속으로 피서를 떠나보는건 어떤지.

저자는 이 책의 원칙을 이해하고,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직업 현장에서 실험해 본 후 그 결과를 축적하여 함께 공유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열정 ON! 벅스 라이프의 플릭의 외침이 들린다. "개미는 메뚜기를 위해서 존재하는 게 아냐. 개미는 메뚜기를 섬기지 않아. 우리를 필요로 하는 건 바로 메뚜기 당신들이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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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은 어디까지 설명할 수 있는가 - 현대 물리학의 존재론적 질문들에 대한 도발적인 답변
자비네 호젠펠더 지음, 배지은 옮김 / 해나무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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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양자역학 때문이라던가, 할머니가 살아계시긴 하는데 다만 지금 여기에 있지 않을 뿐이라네요. 그 말이 맞나요?  


간단히 답하자면 완전히 틀린 얘기는 아니다. 정보는 파괴될 수 없다. 차 키를 어딘가에 두고 잊어버렸지만 사라진 것은 아니다. 할머니가 돌아가시면 할머니의 친절함, 지혜, 유머 감각들은 돌이킬 수 없지만, 정보는 여전히 존재한다. 우주 전체에 퍼져 있지만 어딘가에, 어떤 식으로든 영원히 보존된다.


물리학이란 사의 치를 탐구하는 학문이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어려운 개념을 우리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예로 설명해 주는 것이다. 또한 현재 물리학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도 알려준다. 


< 물리학은 어디까지 설명할 수 있는가>라는 책을 왜 쓰게 되었느냐 하면  물리학자들은 문제의 답을 기가 막히게 잘 찾지만, 그렇게 찾은 답에 사람들이 왜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를 잘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물리학은 수학이 아니라 과학이다. 물리학의 목적은 자연현상의 관측을 서술하는 것이다.


'엔트로피는 어떤 거시적 성질이 불변인 계의 가능한 구성들을 공식적으로 서술한 것이다.' 무슨 말인지 너무 어려워서 이해할 수 없다. 그런데 밀가루 반죽을 예로 설명해 주니 훨씬 이해가 잘 된다. 그릇 안의 설탕, 밀가루, 달걀 등의 분자들은 계의 미시 상태라고 부른다. 미시 상태는 구성에 관한 완전한 정보다. 즉 모든 분자 하나하나의 위치와 속도가 미시 상태에 해당한다. 


반면 매끄러운 반죽은 거시 상태라고 부른다. 평균적으로 변하지 않는 상태이다. 반죽하기 전 초기 상태의 분자들은 버터 옆에 달걀이 있고, 밀가루 위에 설탕이 있듯 올바른 각자의 영역에 순서대로 잘 배열되어 있다. 그러나 섞인 후에는, 즉 엔트로피가 증가하면 더 이상 순서대로 놓여 있지 않는다. 엔트로피의 증가를 질서의 파괴라고도 하는 이유다. 그러므로 안 섞인 반죽은 엔트로피가 낮고 섞인 반죽은 엔트로피가 높다. 


초기 상태의 우주는 엔트로피가 낮았다는 과거 가설은 그냥 그렇다고 가정하는 것 이상으로 더 좋은 설명은 아직 없다. 왜 초기 상태가 그랬는지는 현재 이론들로는 답을 찾을 수 없다고 분명히 밝힌다. 또한 로저 펜로즈의 등각 순환 우주론으로 과거 가설을 설명할 수 있지만 정보 역시 영원히 파괴된다는 점을 감수해야 한다. 줄리언 바버는 우주가 '야누스 포인트'에서 시작되는데 이 지점에서 시간의 방향이 바뀐다고 가정한다. 이런 생각들은 다 좋지만 뒷받침할 증거가 없다. 현재로서는 이들이 단지 추정일 뿐이다. 현재 물리학은 딱 여기까지 설명해 줄 수 있다.


학자들은 알아듣지도 못할 용어로 빈약한 통찰을 값진 것처럼 보이게 한다고 사회학자 스티브 풀러가 말했다. 나도 어떤 분야든 초등학생도 이해할 정도로 설명할 수 있게 공부하라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있다. 저자는 최대한 많은 예를 들어서 알기 쉽게 설명해 주고 있지만, 워낙 어려운 개념이다 보니 어떤 것은 그럴 수도 있겠구나 했지만 이해를 못 한 것도 많았다.


총 9개의 장으로 되어 있는데 각 장마다 질문을 던지고 현재 물리학이 어디까지 설명을 해줄 수 있는지를 밝힌다. 지금 이 순간이 과거와 다르고, 각각의 기본 입자에 과연 우주가 깃들어 있을까? 자연법칙이 우리의 판단을 결정할까? 이런 의문들에 최종 답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과학자들이 현재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과학과 추측이 어느 지점에서 교차하는지 알려준다. 또한 증거를 바탕으로 수립된 이론만 채택한다.


독자들이 오로지 저자의 의견만 듣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서 몇몇 전문가와의 인터뷰도 더했다. 책 말미에는 중요 전문 용어집을 수록했다. 이 용어들이 본문에 처음 등장할 때는 볼드체로 표시했는데 책을 읽다가 볼드체 부분 중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은 것은 용어집에서 찾아보면 좋을 것 같다.


저자는 이 책으로 영적인 개념 중 어떤 것이 현대 물리학과 완벽하게 양립할 수 있고, 어떤 것은 현대 물리학의 지지를 받기도 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한다. 물리학이 우리와 우주의 관계에 관해 뭔가 할 말이 있다는 것이다. 


은하 필라멘트는 뇌 신경망을 닮았다. 이 책에 나온 사진을 보면 정말 뉴런이 연결된 모습과 비슷했다. 하지만 별로 관심이 가지 않는다. 그러면 우주가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은? 우주 자체가 의식이 있다고? 정말 궁금하다. 만약 우주가 정말로 생각을 하고 있다면 생각을 아주 많이 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주가 존재하기 시작한 이후로 생각할 수 있었다 해도 우주의 어마어마한 크기로 인해 사고량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크기는 중요하다. 크기에 따라 물리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만일 생각을 많이 하고 싶다면 모든 것을 작고 조밀하게 유지하는 것이 좋다. 


우주의 종말에 관해서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면, 조바심을 내봐야 의미가 없다. 우주의 종말에 관한 물리학자들의 예측을 신뢰해서는 안 된다. 그럴 바엔 차라리 초파리에게 내일 날씨를 물어보는 편이 낫다. 초기 우주에 관한 이론과 우주의 종말에 관한 것은 아는 게 전혀 없으니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말고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믿자. 


팽창하는 우주는 자체적으로 에너지를 만들 수 있다. 따라서 우리 우주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알아낼 수 있으면 새로운 우주의 성장에 시동을 걸 수 있다. 급팽창 이론은 부정확할 수도 있고, 정확하더라도 이에 필요한 기술은 현재로서는 구현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러나 원칙적으로는 가능하다. 어느 날 실험실에서 우주를 창조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만약 미래의 누군가가 실험실에서 우주를 창조하는 것에 성공했다고 가정을 해보자. 지금 내가 살아가는 이 지구 역시 나와 같은 누군가가 과거에 실험실에서 우주를 창조해서 우리가 있는 것은 아닐까? 그 누군가를 창조주라고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나는 이 책에서 코흐 눈송이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만약 이 삼각형을 우주의 입자라고 생각한다면 그 입자 하나하나에 우주 전체가 들어 있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 안에 우주가 들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부를 많이 하면 내 안에 우주가 있다는 말을 과학적으로도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은 거대한 물음을 서슴없이 떠올리고, 그 답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들을 위한 책이다.(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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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가족의 정서가 행복과 불행의 터전이었다 - 오늘날 가족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강인경 지음, 윤정 감수 / 북보자기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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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정서는 인성의 뿌리다. 인성의 또 다른 이름을 인품이라고 한다.  


저자는 윤정 신경정신분석연구소에서 임상 연구원으로 있으면서 정신분석 치료 과정에 4년간 참여하고 있다. 우리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운명적인 삶의 영역이 가정이다. 이런 운명으로 엮인 가족의 정서는 생명의 본질을 담은 우연의 산물이다.


가족의 정서는 자아를 생성하는 근원이다. 늑대 굴에서 양육된 아이들이 인간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심한 스트레스로 9년 만에 죽었고, 병아리와 함께 자란 오리를 어미 오리와 함께 지내게 했어도 닭소리만 냈다, 아이가 만 3세가 될 때 성인의 80%에 해당하는 뇌의 발달을 가져온다는 사실로 <어릴 적 가족의 정서가 행복과 불행의 터전이었다>는 것을 알고 이 책을 쓰게 되었다. 어릴 적 가족의 정서가 얼마나 중요한지 일곱 분의 사례를 읽어가다 보면 독자들은 물론 앞으로 가정을 꾸릴 젊은 세대에게도 치유와 삶의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일곱 분의 사례는 [ 기억이 부르는 날  선택의 삶 → 내면의 거울  외면의 거울  바이러스 가슴으로 고백하는 날 ]의 순서로 되어있다. 저자는 자신의 삶의 기억을 먼저 떠올리면서, 사례자의 삶과 정서를 이야기해 준다. 내면과 외면의 거울로 이성적 판단을 지닌 자아의 선택을 비추어 보고, 바이러스로 자아의 방어기제를 살펴본다. 가슴으로 고백하는 날에서는 사례자 분들이 자신을 성찰하고 수용하면서 변화한 삶의 기록을 남겼다.


1. 도망자(회피)는 이혼, 우울증, 폭식과, 술로의 도피는 모두 자신이 택한 것임을 직시하고 치유해 가는 여성 이야기다.


2. 독단주의자(합리화)는 열심히 일만 하고 살았기에 남들에게 인정은 받았지만, 자신이 원하는 삶이 아니었던 직장인 이야기다. 그래서 정신 분석과 함께 스스로 사랑과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이 나온다.


3. 사랑 받았던 사랑은 사랑이 아닐 수 있다(거부)는 큰 소리를 지르는 남편과의 갈등으로 과거의 유학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여성이 스스로 치유해 가는 여정을 그린다.


4. 어른 아이(퇴행)는 안정적인 가정을 원하는 40대 초반의 두 아이를 둔 여성 이야기이다. 화가 나면 예전의 아버지처럼 자녀에게 폭력과 폭언을 쓰고, 힘들면 어머니에게 위로 받는 전형적인 어른 아이의 모습에서 어떻게 어른이 되어 가는지를 보여준다.


5. 이성의 환상(승화)은 부부 갈등으로 고민하는 40대 중반의 남성 이야기다. 모든 갈등은 합리적인 사고로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던 그는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어머니에 대한 연민 때문에 그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우월의식을 가장한 것이었다. 우월한 자아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착각했지만 행복은 없었다. 치료를 통해 이제 행복을 느끼는 아들이자 남편이자 아버지로서 살아가게 되었다. 


6. 이념의 환상(도피)은 50대 후반의 혼전 임신의 아픔을 안고 사는 여성의 이야기인데 그녀의 딸도 힘든 과정을 똑같이 겪고 있다. 그녀가 살아온 삶으로 딸을 억압한 것이다. 과거의 상처가 이데올로기로 억압 당하면서 조울증을 가지고 살았다. 결국 지혜로운 사람은 자기 상처를 통해 생을 시작함을 깨닫고 자녀의 고통을 함께 나누는 어머니의 삶으로 돌아온다. 


7. 도취(자기애)에서는 70대 후반의 나르시시스트 여성이 나온다. 항상 자신이 스타이고 싶은 욕망 때문에 우울한 나날을 보냈다. 정신 분석을 통해 오직 자신만이 스스로를 치료할 수 있고 치료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의지의 삶을 실천한다. 그녀는 결국 정신 분석 치료와 최면 의학 치료를 통해 스스로 우울증과 공황 장애를 극복했다. 


공감과 동감은 같은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살짝 달랐다. 공감(Empathy)은 함께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이는 삶이지만, 동감( Sympathy)은 함께 그 감정 속에 머물러 있는 삶이었다. 공감은 동적이고 동감은 정적이다. 공감은 치료의 승화이고 삶의 미학이며 상처와 함께 새롭게 살아내는 생명의 삶이었다. 나는 동감 말고 공감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기쁨과 즐거움도 고통이라고 해서 이게 무슨 말이지 싶었다. 알고 보니 기쁨과 즐거움이 지속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고통이었다. 기쁨이 중단될까 봐 걱정하는 마음이 고통이 된다. 분노와 슬픔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화내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멈추어야 덜 고통스럽다. 


불교에서는 생로병사를 사고(四苦), 사람이 가지고 있는 7가지 감정을 칠정(七情)이라고 한다. 7정이란 희노애락애오욕 즉 기쁨, 성냄, 슬픔, 즐거움, 사랑, 증오, 욕구를 말한다. 이런 감정이 다 고통인 것이다. 그 뜻을 이 책을 통해 알았다. 사랑도 기쁨도 즐거움도 중단될까 봐 사라질까 봐 근심하기에 고통이었던 것이다. 저자는 고통을 피하려 하지 말고, 무엇을 위해 살 것인지 고민하지 말고, 고통을 안고 살아보라고 한다. 고통은 사랑을 키운다.


그리고 이렇게 결론을 내린다. 삶에는 답이 없다. 그래서 상처를 통해 묻고 자신의 답을 찾아내야 한다. 서로 다르기에 아프지만 그 아픔은 새로운 답을 열어줄 문이다. 상처 입은 아픔은 쉴 날이 없다. 젊은 날의 살갗에 달라붙어 아직도 여러 개의 못이 박혀 몸살을 한다. 내 인생의 열쇠는 내 손에 있으므로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의존하지 않는 것부터 배워야 한다. 의존은 자신의 삶을 가꾸지 못하게 한다. 선택의 순간마다 의존하는 삶 속에 스스로의 행복은 머물지 않는다. 


어쩌면 힘들다고 술을 마시고 화가 난다고 폭식을 하는 것 역시 무엇인가에 의존하는 것이 아닐까? 나도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살아내는 독립적인 삶을 살도록 노력할 것이다.


정신분석의 삶이란 상처를 알고, 상처를 느끼면서, 그 상처를 안고, 스스로 살아내는 삶이다. (p.182)



♥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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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는 생명의 사랑을 기다리며 산다 - 나는 나를 초대하여 정신분석 삶을 고백하다?
김현미 지음, 윤정 감수 / 북보자기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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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의 삶이란 서로 다른 삶을 보면서 품을 수 있는 공간을 찾아 살아가는 여정이다. 그래서 인간은 상처의 노래를 부른다. 상처의 노래는 삶을 살아낸 일상의 순간순간들이다. 상처는 삶으로 살아내기에 사랑이고 생명이다. 살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생명인지. 상처는 사랑의 생명을 내어준다. 상처는 생명을 기다리는 희망이다. 


윤정 신경정신분석연구소 9년 차인 저자는 프로이트와 라캉을 연구하고 정신분석가 윤정의 '정신적 바이러스'로 자아를 해석하는 정신분석 치료 세계를 공부했다. 일치할 수 없는 정신분석학의 시선 응시의 세계는 끊임없는 분열속에서 자아가 하나의 의미 있는 가치로 전이한다. 본인의 고백이 새로운 여명을 여는 기회가 되기를 바라면서.


<상처는 생명의 사랑을 기다리며 산다>의 구성은 매우 독특하다. 스스로의 정신분석  과정을 통해 성장하는 모습을 소설이나 수필형식이 아닌 정신분석학에서 사용되는 용어로 구성했다. 시선→ 응시 → 분열 → 전이 그리고 상처의 노래이다. 상처의 노래는 저자의 마음을 담은 시(詩)다. 이렇게 스스로를 분석하며 어떻게 성장하게 되었는지 함께 따라가다 보면 나도 모르게 살아 있음 자체가, 생명이 소중하고 감사해 진다.


부모를 향한 원망과 불만을 가지고 겉으로는 밝게 웃으며 끊임없이 이중적인 삶을 살았던 저자의 고백에 나의 옛 모습이 떠올랐다. 늘 과하게 웃었던 나도 부모를 향한 불만 때문이 아니었나 생각해 본다. 안정적인 가정에서 부모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란 아이는 밝게 웃으려 노력하지 않아도 자신도 모르는 편한 웃는 모습이라고 한다. 


진실을 왜곡하며 살아야 했기에 늘 행복한 삶을 동경하며 생을 학대하고 다른 이들에게 아픔을 주었다. 나 역시 나의 아픔을 가장 소중한 가족에게 투영하며 산 것이었다. 생은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준비되는 것을 보며 행복할 줄 아는 순간순간임을 알게 된 저자는 지금의 나와 같은 마음이 아니었을까.


부모를 선택할 수 없지만 무능력한 아버지 밑에서 동생들을 돌보며 살아야 했다.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고통 속에서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싶었다. 하지만 남동생이 중학교에 가려면 고등학교를 다닐 수 없었다. 그래서 구청 민원실에서 사무보조로 일하게 된다. 여학생들이 입고 다니는 교복이 부러워 교복 비슷한 옷을 입고 구청에 출근하면서 남에게 보이는 삶이 시작된다. 평범하게 교복 입고 학교 다니는 학생들이 얼마나 부러웠을까... 하지만 그런 창피하고 수치스러운 삶이 없었다면 새로운 삶을 꿈꿀 수 없었다고 한다. 


구청에서 일하면서 고등학교를 다닐 수 있는 야간 상업고등학교에 입학한다. 야간 고등학교에 입학 후 성적이 좋아서인지 학급 대표가 되어 책임지는 삶의 모습이 무엇인지 배우게 되었다. 3년간 낮에 일하고 밤에 공부하는 학생으로 생활한 것이 학문의 열정과 사회 구성원으로 책임지는 삶으로 전이되어 안정된 보금자리를 얻었고, 특히 자녀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책임지는 자세를 갖게 되었다.


야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건설 회사에 취직하여 회계 업무 담당 부서에서 2년간 근무하면서 노동의 가치와 돈에 대한 의미를 알아가며 성공한 삶에 대해 고민한다. 교회를 다니며 아동 복지선교 단체를 소개받고 그곳에서 새로운 삶의 의미를 느낄 수 있는 사무 간사로 일한다. 존경스러운 인물들을 많이 만나게 되었고, 그 삶을 선망하면서 누군가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선망의 대상이 되고자 꿈을 키워간다.


교회에서는 즐겁게 웃다가 집에서는 늘 불만을 갖고 원망과 비참함을 부모에게 투사하고 살았다. 겉으로만 웃는 척하며 살았던 것이다. 새로운 빛을 얻기까진 긴 여정의 시간이 필요했다. 인정받고 싶은 나를 상상하는 삶 속에 부모의 외로움과 아픔은 없었다. 오로지 타인에게 인정받는 것이 중요했다.


종교 단체에서 기획하는 세미나에서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처음으로 남편을 바라보면서 세심하고 배려 있는 인상을 받았던 이유가 아버지에게 느낄 수 없었던 삶의 부분이었기에 더 기대를 하면서 결혼했다. 정신분석 치료를 받지 않았다면 모든 불만은 남편에게 향했을 것이다. 14년 가까이 일하던 여성 운동 단체가 개편되면서 퇴사하고 구직 여성들을 위한 직업 교육과 취업을 지원하는 실무자로 일하게 되었다. 그런데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견디지 못한 저자는 갑자기 질병을 얻게 된다. 공황장애였다. 


불행은 상처를 바라보게 하고, 살아내는 의지가 얼마나 값진 행복인지 알게 해 준다. 정신분석 치료를 받을수록 상처는 새 삶을 열어주고, 새로운 생명을 얻을 수 있는 기회임을 깨달았다. 정신분석에서 자신을 되돌아보는 세계를 '응시의 세계'라고 한다. 응시 속에서 자신에게 혼잣말을 건넨다. 사람은 이 응시의 세계를 있기에 자신의 문제를 기억하면서 새로운 삶을 선택할 수 있다. 영혼이란 어쩌면 기억과 이미지에 불과한 것인지도 모른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어느 여름날 해바라기 속에 비친다. 이런 '비침'은, 내 의식 위로 어떤 기억이 떠올라 내 삶의 모습에 투영되는 것이다. '비침'의 응시는 끝끝내 상실하지 않게 해주는 신성한 신의 선물이자 새로운 삶을 바라보게 하는 위대한 신이다. 


고등학교를 다니지 못해 남몰래 입었던 교복의 '비침' 속에 거짓된 모방이 머물러 있었다. 그 모방은 교육을 대신하는 '상징적 대타자'였다. 이것은 라캉의 정신분석학에서 '말하는 주체'이다. 이제 저자는 거짓된 모방을 부끄럽지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미워했던 아버지, 제대로 사랑하지 못한 남편 그리고 사랑하는 자녀에게 이 책이 생명의 고백이 되길 기도한다. 


♥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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