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가족의 정서가 행복과 불행의 터전이었다 - 오늘날 가족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강인경 지음, 윤정 감수 / 북보자기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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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정서는 인성의 뿌리다. 인성의 또 다른 이름을 인품이라고 한다.  


저자는 윤정 신경정신분석연구소에서 임상 연구원으로 있으면서 정신분석 치료 과정에 4년간 참여하고 있다. 우리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운명적인 삶의 영역이 가정이다. 이런 운명으로 엮인 가족의 정서는 생명의 본질을 담은 우연의 산물이다.


가족의 정서는 자아를 생성하는 근원이다. 늑대 굴에서 양육된 아이들이 인간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심한 스트레스로 9년 만에 죽었고, 병아리와 함께 자란 오리를 어미 오리와 함께 지내게 했어도 닭소리만 냈다, 아이가 만 3세가 될 때 성인의 80%에 해당하는 뇌의 발달을 가져온다는 사실로 <어릴 적 가족의 정서가 행복과 불행의 터전이었다>는 것을 알고 이 책을 쓰게 되었다. 어릴 적 가족의 정서가 얼마나 중요한지 일곱 분의 사례를 읽어가다 보면 독자들은 물론 앞으로 가정을 꾸릴 젊은 세대에게도 치유와 삶의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일곱 분의 사례는 [ 기억이 부르는 날  선택의 삶 → 내면의 거울  외면의 거울  바이러스 가슴으로 고백하는 날 ]의 순서로 되어있다. 저자는 자신의 삶의 기억을 먼저 떠올리면서, 사례자의 삶과 정서를 이야기해 준다. 내면과 외면의 거울로 이성적 판단을 지닌 자아의 선택을 비추어 보고, 바이러스로 자아의 방어기제를 살펴본다. 가슴으로 고백하는 날에서는 사례자 분들이 자신을 성찰하고 수용하면서 변화한 삶의 기록을 남겼다.


1. 도망자(회피)는 이혼, 우울증, 폭식과, 술로의 도피는 모두 자신이 택한 것임을 직시하고 치유해 가는 여성 이야기다.


2. 독단주의자(합리화)는 열심히 일만 하고 살았기에 남들에게 인정은 받았지만, 자신이 원하는 삶이 아니었던 직장인 이야기다. 그래서 정신 분석과 함께 스스로 사랑과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이 나온다.


3. 사랑 받았던 사랑은 사랑이 아닐 수 있다(거부)는 큰 소리를 지르는 남편과의 갈등으로 과거의 유학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여성이 스스로 치유해 가는 여정을 그린다.


4. 어른 아이(퇴행)는 안정적인 가정을 원하는 40대 초반의 두 아이를 둔 여성 이야기이다. 화가 나면 예전의 아버지처럼 자녀에게 폭력과 폭언을 쓰고, 힘들면 어머니에게 위로 받는 전형적인 어른 아이의 모습에서 어떻게 어른이 되어 가는지를 보여준다.


5. 이성의 환상(승화)은 부부 갈등으로 고민하는 40대 중반의 남성 이야기다. 모든 갈등은 합리적인 사고로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던 그는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어머니에 대한 연민 때문에 그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우월의식을 가장한 것이었다. 우월한 자아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착각했지만 행복은 없었다. 치료를 통해 이제 행복을 느끼는 아들이자 남편이자 아버지로서 살아가게 되었다. 


6. 이념의 환상(도피)은 50대 후반의 혼전 임신의 아픔을 안고 사는 여성의 이야기인데 그녀의 딸도 힘든 과정을 똑같이 겪고 있다. 그녀가 살아온 삶으로 딸을 억압한 것이다. 과거의 상처가 이데올로기로 억압 당하면서 조울증을 가지고 살았다. 결국 지혜로운 사람은 자기 상처를 통해 생을 시작함을 깨닫고 자녀의 고통을 함께 나누는 어머니의 삶으로 돌아온다. 


7. 도취(자기애)에서는 70대 후반의 나르시시스트 여성이 나온다. 항상 자신이 스타이고 싶은 욕망 때문에 우울한 나날을 보냈다. 정신 분석을 통해 오직 자신만이 스스로를 치료할 수 있고 치료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의지의 삶을 실천한다. 그녀는 결국 정신 분석 치료와 최면 의학 치료를 통해 스스로 우울증과 공황 장애를 극복했다. 


공감과 동감은 같은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살짝 달랐다. 공감(Empathy)은 함께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이는 삶이지만, 동감( Sympathy)은 함께 그 감정 속에 머물러 있는 삶이었다. 공감은 동적이고 동감은 정적이다. 공감은 치료의 승화이고 삶의 미학이며 상처와 함께 새롭게 살아내는 생명의 삶이었다. 나는 동감 말고 공감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기쁨과 즐거움도 고통이라고 해서 이게 무슨 말이지 싶었다. 알고 보니 기쁨과 즐거움이 지속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고통이었다. 기쁨이 중단될까 봐 걱정하는 마음이 고통이 된다. 분노와 슬픔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화내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멈추어야 덜 고통스럽다. 


불교에서는 생로병사를 사고(四苦), 사람이 가지고 있는 7가지 감정을 칠정(七情)이라고 한다. 7정이란 희노애락애오욕 즉 기쁨, 성냄, 슬픔, 즐거움, 사랑, 증오, 욕구를 말한다. 이런 감정이 다 고통인 것이다. 그 뜻을 이 책을 통해 알았다. 사랑도 기쁨도 즐거움도 중단될까 봐 사라질까 봐 근심하기에 고통이었던 것이다. 저자는 고통을 피하려 하지 말고, 무엇을 위해 살 것인지 고민하지 말고, 고통을 안고 살아보라고 한다. 고통은 사랑을 키운다.


그리고 이렇게 결론을 내린다. 삶에는 답이 없다. 그래서 상처를 통해 묻고 자신의 답을 찾아내야 한다. 서로 다르기에 아프지만 그 아픔은 새로운 답을 열어줄 문이다. 상처 입은 아픔은 쉴 날이 없다. 젊은 날의 살갗에 달라붙어 아직도 여러 개의 못이 박혀 몸살을 한다. 내 인생의 열쇠는 내 손에 있으므로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의존하지 않는 것부터 배워야 한다. 의존은 자신의 삶을 가꾸지 못하게 한다. 선택의 순간마다 의존하는 삶 속에 스스로의 행복은 머물지 않는다. 


어쩌면 힘들다고 술을 마시고 화가 난다고 폭식을 하는 것 역시 무엇인가에 의존하는 것이 아닐까? 나도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살아내는 독립적인 삶을 살도록 노력할 것이다.


정신분석의 삶이란 상처를 알고, 상처를 느끼면서, 그 상처를 안고, 스스로 살아내는 삶이다. (p.182)



♥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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