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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는 리더가 온다 - 직원이 스스로 답을 찾게 만드는, 사장의 세 마디
한동빈 지음 / 휴앤스토리 / 2026년 10월
평점 :
♥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저자가 30년 동안 가장 많이 한 실수는 답을 알려준 것이었고, 가장 잘한 일은 질문을 던진 것이라고 한다. 답을 주면 직원은 시키는 대로만 움직이지만, 질문을 던지면 스스로 생각하기 시작한다. 이 책은 그렇게 대표가 지시하는 자리에서 내려와 직원 곁에 서게 된 과정을 담은 기록이다.
회사를 바꾼 것은 더 좋은 직원이 아니라, 위에서 지시하다가 곁에 서서 묻기 시작한 저자 자신이었다. "이거 해놔" 대신 "뭐가 막혔어"라고 묻자 회사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나를 설득해 봐", "그건 자네가 결정해", "자네는 어디까지 가고 싶나"라는 질문을 중심으로 정리해 보았다.
1. 가장 단단한 리더는 가장 부드럽다
단단한 리더란, 강하게 밀어붙이는 리더가 아니라, 떠날 사람은 부드럽게 놓아주면서도 사람에 대한 믿음을 거두지 않는 리더다. 실수한 직원에게도 "시말서 써" 대신 "어쩌다 그렇게 됐을까"라고 묻는다.
사람을 믿는 일은 쉽지 않다. 좋은 사람을 뽑아 키워 놓으면 더 좋은 조건을 찾아 떠나기도 한다. 그때 배신감과 서운함이 쌓이면 사람을 믿는 일이 두려워지고, 결국 직원을 못 믿는 회사가 된다. 직원은 그 불신을 귀신같이 알아챈다. 그래서 단단한 리더는 떠난 사람을 미워하지 않는다. 잘 키워 잘 보낸 사람은 회사 밖에서도 회사의 사람으로 남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것을 사람을 남기는 경영이라고 부른다. 사람을 키우며 몇 명을 떠나보냈지만, 그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곁에 남았다. 사람을 키운다는 건 어쩌면 떠날 사람까지 안고 가는 일이다.
2. 나를 설득해 봐
"나를 설득해 봐"라는 말속에는 두 가지 뉘앙스가 있다. 어떤 마음으로 건네느냐에 따라 정반대의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답은 정해 놓고 "어디 한번 설득해 봐" 하고 비꼬듯 던지면 그건 질문이 아니라 시험이다. 직원은 답이 정해져 있다는 걸 금방 알아채고 입을 닫는다. 반대로 나도 아직 답을 정하지 않았다는 마음으로 정말 들어볼 생각으로 말하면 초대가 된다. 네 생각을 들려달라는 초대다.
그때 "나를 설득해 봐"는 직원이 충분히 검토하고 감정이 아닌 근거로 말하게 한다. 그래서 저자는 "내가 해봐서 아는데" 대신 "나를 설득해 봐"라고 말한다.
3. 그건 자네가 결정해
"그건 자네가 결정해"는 신뢰를 넘기는 한마디다.
사람은 질문을 받으면 스스로 답을 찾기 시작하고, 끝까지 들어주면 그 사람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가 보인다. 그때 일을 그의 손에 쥐여주는 말이 바로 이 말이다.
하지만 이 말은 나 같아도 못할 것 같다. 그러다 회사가 망하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이 앞서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결정이 대표를 거쳐야 하는 회사에서 직원은 영원히 손님으로 남는다고 한다. 손님은 집을 아끼지 않고, 주인만 집을 돌본다. 그래서 직원을 주인으로 만들고 싶다면 주인이 하는 일인 결정권을 넘겨줘야 한다.
"자네는 어디까지 가고 싶나"는 사람을 키우는 한마디다.
결정을 맡겨 직원이 자기 일의 주인이 되었다면, 이제는 그 사람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물어야 한다. 특히 돈 이야기에서 막힌다. 더 크게 키우겠다는 말은 결국 더 많이 나누겠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4. 7초의 침묵을 견딜 수 있는가
경청을 연습해 본 사람이라면, 진심으로 들어주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 것이다. 침묵 앞에서 리더의 태도는 둘로 갈린다. 침묵을 못 참고 답을 내놓으며 밀어붙이는 리더가 있고, 7초를 기다려 직원의 답과 성장을 끌어내는 리더가 있다.
7초는 사람이 자기 안에서 답을 길어 올리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이다. 기다린 뒤에는 지금 무엇이 막혀 있는지 묻고, 어떻게 풀면 좋을지 직원 스스로 답하게 한다. 마지막으로 내가 어떤 걸 도와주면 좋겠냐고 물어 실행을 맡긴다.
이렇게 직원이 스스로 답을 찾는 과정이 곧 성장이다. 자기가 낸 답이니 그 일은 자기 일이 되고, 그래서 시키지 않은 것까지 하게 된다.
5. 사람을 남기는 힘
마지막은 '묻는 리더의 대화 사전 50'이다. 같은 상황을 먼저 읽고 보스와 리더의 대화를 비교해 보면, 무엇이 달라졌는지가 보인다. 사람은 무시를 당하면 가시를 세우고, 쓸모를 인정받으면 품을 내주기 때문이다.
자꾸 지각하는 직원이 있다고 해 보자. 보스는 기강이 빠졌다고 책망하지만, 곁에 서는 리더는 무슨 일 있냐고 묻는다. 그제야 직원은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오느라 아침이 빠듯하다고 털어놓는다. 그러면 리더는 출근 시간을 30분 늦추고 그만큼 저녁에 채우자고 제안한다.
성실하던 사람이 흐트러질 때는 감당하기 힘든 무언가가 생긴 경우가 많다. 그것을 함께 풀어 주면 지각은 잔소리 없이도 사라진다. 이런 리더, 너무 멋있다. 저자의 30년 곁의 경영은 말이 아니라 일로 증명된 것들이었다. 그중에서 정년이 없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부록의 30일 워크북은 매일 따라 하며 내 것으로 만드는 연습이고, 질문 서랍은 직원과 마주 앉았는데 무슨 말부터 꺼낼지 막막할 때 한 문장 빌려 쓸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상대가 바뀌기를 기다리기 전에 내가 먼저 묻는 사람이 되면, 잔소리 없이도 사람이 스스로 움직이고 곁에 남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묻는 힘은 회사뿐 아니라 가정과 모든 관계로 넓혀 갈 수 있다. 그래서 오늘부터 가족에게 잔소리 대신 "어떻게 생각해?" 하고 먼저 물어보려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