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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달리의 봄 - 아픔이 머물던 곳에서, 마음이 피었습니다
김영돈 지음 / 밀크북스 / 2026년 6월
평점 :
♥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명달리의 봄』은 저자가 상담사이자 작가로서 만난 사람들의 사연을 짧은 이야기로 풀어낸 60초 소설이다. 60초 숨을 참아보는 시간. 마음을 귀로 듣는 시간. 살아있는 눈빛을 읽는 시간. 일주일에 1번 온전히 서로에게 닿는 시간이 60초다. 불현듯 만난 사람이라도 그의 마음속 풍경을 물어주면 누구나 들려줄 이야기가 있다 그래서 이 60초 소설이 시작되었다.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습을 '팽이'에 비유한다. 끊임없이 돌지 않으면 쓰러지는 팽이는 바쁜 우리의 삶 속에서 균형을 유지하고, 쓰러지지 않기 위해 치열하게 사는 우리 모습이다. 팽이가 계속 돌 수 있게 만드는 삶의 원동력과 마음의 온기를 '팽이의 온도'라고 부른다. 그래서 60초 소설 앞에는 '팽이의 온도'가 있다.
1. 방황
<상하의 징검다리>
상하 씨는 징검다리가 무너지지 않았던 이유가 그 뿌리에 박힌 신뢰와 사랑 때문임을 깨닫는다. 그는 경찰이 되어, 자신을 지켜준 가족처럼 시민들의 흔들리지 않는 징검다리가 되기로 한다. 날 지켜 주는 존재는 징검다리처럼 무너지지 않는다. 나도 이렇게 단단한 사람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영의 나무>
나는 말없이 가만히 서서도 모든 것을 해내는 나무라는 표현이 와닿았다. 내가 자라면서 만났던 선생님들, 고마운 모든 분들과 가족들. 어쩌면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는 나무처럼 스스로의 자리에서 묵묵히 나를 키워낸 게 아닐까? 아무도 인정해 주지 않았지만 스스로 성장하는 하영의 나무를 응원한다.
2. 돌아보고 만남
<엔딩노트>
p.75 모두 안녕. 죽어가는 모든 것들아, 좀 웃으렴.
그동안의 작별 인사는 만남의 연장이었지만 이제는 종착역에 도착했어요. 새로운 만남이 더 이상 있을 수 없게 된다는 말이 쓸쓸했다.
<삐삐의 마법>
학창 시절 선생님께 "삐삐"라 불렸던 소녀가 세월이 흘러 다시 공부를 시작하며 그 별명의 의미를 되짚어보는 이야기다. 동화 속 삐삐처럼, 인생의 굴곡 속에서도 해맑음을 잃지 않고 초긍정 태도로 삶을 버텨낸다. '말괄량이 삐삐'에서 '마법을 지닌 어른'이 되는 모습에 긍정 에너지 뿜뿜.
3. 성찰
<명달리의 봄>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명달리는 잣나무 숲이 우거져 있고 공기가 맑아, 예전부터 말기 암이나 난치병 환자들이 모여 자연 치유를 하는 황토방 요양 마을이라고 한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와도, 자연 속에서 우리는 다시 살아날 희망(봄)을 맞이할 수 있기에 『명달리의 봄』이라는 제목을 붙인 게 아닐까 싶다.
명달리는 지친 몸과 마음을 다시 데우는 공간이다. 그곳에서 어머니는 다시 봄을 보고 싶어 하다가도, '이제는 그만두고 싶다'라고 한다. 바람이 묻는다. 떠나는 것이 최선인지, 다시 돌아오지 않을 준비가 되었는지. 명달리는 지친 영혼을 안아주는 자연의 품이다.
4. 지혜
<여백 촌장 전영애 씨>
전영애 교수님 책을 읽은 적이 있어서 더 관심 있게 읽었다. 여백 서원은 괴테의 문학과 정신을 기리기 위한 서재이자 독서당이다. 한스는 헤세의 소설 '수레바퀴 아래서'의 주인공이다. 환멸과 모멸감 속에서 "괜찮다는 증거를 보여달라"라고 울부짖는 한스가 여백 서원의 전영애 교수를 만났다면 어땠을까?
"아직 네 앞날엔 열리지 않은 문이 있다"라며 손잡아 줄 단 한 사람의 어른이 있었다면? "괜찮다"라는 증거를 보여달라는 한스에게 필요했던 건 곁에 있어주는 온기가 아니었을까? 굴욕과 수치, 모멸감을 견뎌낼 수 있게 하는 건 묵묵히 함께해 주는 한 사람이 아닐까?
5. 성장
<미경 씨의 명달리 연가>
백합 같은 눈매, 겨울 눈덩이의 서늘함,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한기와 같은 말들은 명달리에 얽힌 미경 씨의 20대, 그리움과 허기가 느껴진다. "이거 먹어요"라는 말이 참 정겹다. 미경 씨의 목소리와 따뜻한 구들장, 눈 내리는 겨울 풍경은 삶을 버티게 한 온기였다.
특히 "그리움은 선이 끊어져도 온기와 소리는 이어지니까요"라는 문장이 인상적이었다. 마음속에 남은 기억은 계속 살아 있다는 뜻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명달리의 봄』은 평범한 일상과 추억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게 만드는 따뜻한 60초 소설이다. 저자는 삶의 고비마다 자신을 지켜 준 글처럼, 책 속의 주인공들이 기뻐할 글을 쓰고 싶다고 한다. 팽이의 온도 65까지의 글들은 누군가의 삶을 따뜻하게 품어 준 작품이었다. 누군가의 마음을 기쁘게 하는 글은 결국 나를 먼저 위로해 주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