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너야 할 강이 물 위에 있지 않다
이병철 지음 / 좋은땅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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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건너야 할 강이 물 위에 있지 않다니, 눈앞에 흐르는 강을 보며, 정작 건너야 할 강은 그럼 어디 있다는 걸까? 시집을 읽어 보니 그 강은 시인의 마음속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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켜켜이 쌓인 기억과 상처, 고단한 생의 찌꺼기가 바로 건너야 할 강이었던 것이다. 바이크로 달리던 시인이 속도 끝에서야 그걸 알았다고 한다. 내가 가장 마음에 와닿은 시를 한 편씩 골라 봤다.


1. 철마의 심장을 깨우다

나는 운전을 할 줄 모르지만 자전거는 탈 줄 알아서 외국에서 전기 자전거를 탄 적이 있다. 그 속도감이 얼마나 기분이 좋았던지. 철마인 바이크의 심장을 깨워 시동을 걸고 달릴 때, 시인의 가슴은 또 얼마나 후련하고 뻥 뚫리는 것 같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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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과 봉양 충주를 지나 속도를 높이면, 가슴이 뚫리고 그제서야 건너야 할 강이 밖에 있는 게 아니라 내 안에 있음을 깨닫게 된다. 나까지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느낌이다. 강원도에 있는 연대 미래캠퍼스 안에 있는 매지리 호숫가 교정은 정말 아름다웠다.


2. 기억과 고향

시인은 <왕과 사는 남자>촬영지 쇠목마을 선돌 위에 섰다. 영화와 함께 지나간 역사와 한 사람의 삶이 스크린처럼 펼쳐진다. 시인은 단종이 이 길을 소나기를 맞으며 며칠씩 걸어 넘었을 거라고 상상한다. 박지훈 배우의 그 슬픈 눈이 생각난다. 서러움의 눈물들이 모여 강이 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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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를 읽고 나서야 "건너야 할 강이 물 위에 있지 않다"는 말이 이해됐다. 어릴 적 시인에게 강은 돌을 던져 건너편까지 닿게 하던 놀이터였는데, 어른이 되어 돌아온 고향에는 어머니도, 옛 마을도 사라졌다. 시인이 건너야 할 강은 흘러가 버린 시간과 그리움 같다.


3. 수련과 성찰

내가 은근히 산만하다. 책상 앞에 가만히 앉아 있질 못하고 자꾸 딴짓하며 일어나 왔다갔다 한다. 3부에 나오는 시들을 읽다보니 나만 그런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빙그레 웃다가 묘한 위로와 동질감을 느꼈다. 본능을 바라보는 시인의 성찰이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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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날파리를 잡고, 에어컨 온도를 맞추고, 선풍기 코드를 뽑는 이런 평범한 일들이 인생이라는 무대를 묵묵히 버텨내는 수련 과정이 아닐까? 당신도 오늘하루 졸음을 참으며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참 잘 버텼다고 위로해 주는 듯 하다.



4. 사회와 일상

나는 대전역 대합실에서 열차를 기다리다 TV로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보게 되었다. 얼마나 기쁘고 자랑스러웠는지 모른다. 그런데 시인은 같은 날, 같은 하늘 아래 두 노동자가 목숨을 걸고 아찔한 높이의 밧줄에 매달려 묵묵히 페인트를 칠하는 모습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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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는 상처 입고, 소외되고, 폭력과 고통 속에 놓인 사람들을 깊이 응시해 왔다. 시인은 한강의 문학이 가리키고 있는 삶을 본다. 하지만 그저 무심히 그 장면을 사진으로 찍는다. 나 같아도 그렇게 했을 것 같다. 솔직한 표현에 가슴 한 곳이 아려왔다.


산만하고 부족한 내 모습을 탓하기보다 평범한 일상을 묵묵히 버텨 내는 것 자체가 수련이라고 받아들이니, 오늘 하루가 조금 더 행복해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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