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그대에게 잘해줄 의무가 없다
페마 초드론 지음, 신동숙 옮김 / 윌마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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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책에서 뽑은 한 줄은 '붙잡을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이 행복의 근원'이라는 문장이다. 관계든, 성과든, 인정이든 집착을 내려놓아야 행복해진다는 뜻이다. 하지만 붙잡지 않고 내려놓는 게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뜻은 아니다. 노력은 하되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말라는 것이다.

더 나아가, 결과뿐 아니라 그걸 붙잡고 있는 '나'라는 존재 자체도 허상이라 내려놓으라고 한다. 붙잡을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말은 애초에 붙잡을 실체가 없다는 것이다. 붙잡으려는 시도 자체가 고통의 원인이다.

『삶은 그대에게 잘해줄 의무가 없다』는 제목을 팩트로 받아들이면, 안 좋은 일이 생겨도 억울해 하지 않게 된다. 삶이 나에게 뭔가를 해줘야 한다는 헛된 기대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주어지는 그대로 감사하며 자유를 얻는다. 이 책은 어떤 상황을 만나든 자신을 다독일 수 있는 힘을 내 안에서 찾을 수 있게 해 준다.

그래서 곁에 두고 힘들 때마다 꺼내 읽기를 추천한다. 108가지 이야기 중 아무 곳이나 펼쳐 보자. 어쩌면 책 속 한 문장이 오늘의 번뇌 하나를 내려놓게 해줄지도 모르니까.

< 용기를 기르는 연습 >

'날씨와 사성제' 이야기 중에서 산처럼 흔들림 없이 앉아 있는 것이 용기라는 말이 색다르게 다가왔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산처럼 도망치지 않고 앉아 있는 훈련이야말로 진짜 용기를 기르는 연습이 아닐까?

우리가 만물을 창조하는 에너지의 일부임을 깨닫게 되면 이를 제대로 사용할 수 있다. 산처럼 흔들림 없이 앉아있는 법을 배운다면 모든 일이 우리 뜻대로 풀려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다. 저항하지 않는 것은 회피가 아니라 삶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용기다. 용기는 상황을 억지로 바꾸는 게 아니라 바꿀 수 없는 현실 앞에서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데서 시작된다.

힘든 순간은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는다. 삶의 변화를 흘러가는 대로 바라볼 수 있다면,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 조금 더 온전히 머물 수 있다. 삶에 대한 저항을 멈추고 날씨가 자연스럽게 변화하듯 흘러가도록 내버려 두자. 중요한 건 어떤 날씨에서도 나 자신을 잃지 않는 힘에서 시작된다.


< 불안과 함께 사는 연습 >

무아(無我)라는 말은 나를 버리라는 뜻이 아니고 영원히 변하지 않는 '나'는 없다는 뜻이었다. 실제로 우리의 본질은 유연하고 열린 상태인데, 자기 자신을 견고한 존재라고 여길 때 불안이 깊어진다.

내가 불안하다고 여기면, 나는 불안 그 자체가 된다. 하지만 불안이 왔다가 지나가는 감정일 뿐임을 알아차리는 순간, 조금씩 여유가 생긴다. 무아란 불안을 느끼는 나도 견고하게 붙잡을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이 책이 말하는 연습은 단순하다. 불안을 없애려 애쓰지 말고, 지금 불안하다는 걸 그냥 알아차린다. 불안과 싸우면 마음은 불안을 밀어내느라 더 좁아지고 긴장한다. 반대로 저항 없이 받아들이면, 싸울 대상이 없어 여백이 생기고 마음은 자연스럽게 넓어진다.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은 다른 사람도 똑같이 느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나만 이렇게 불안한 게 아니라는 생각이 진짜 위로가 됐다. 불안을 알아차리는 것도, 연결감을 느끼는 것도,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느끼는 데서 시작된다.


< 있는 그대로를 보는 연습 >

있는 그대로 본다는 게 뭘까? 지금 힘들거나 불확실 한 상황에 처했을 때, 내 안에서 일어나는 생각과 감정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는 일이다. 이 단순한 태도가 두려움을 녹여, '나'라는 감각을 허물어뜨린다.

어려운 상황을 깨어남의 길로 바꾸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 떠오르는 생각을 알아차리고 다시 호흡으로 돌아오는 ① 맞서서 버둥거리지 않기, 내 고통을 밀어내지 말고 같은 고통을 겪는 이들에게 연민을 확장하는 ② 독을 약으로 삼기, 우리는 이미 깨어 있는 존재라는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③ 일어나는 모든 일을 지혜의 발현으로 보기이다.

우리 삶의 모든 순간은 깨달음의 밑거름이 된다. 우리가 '나'라고 믿는 존재가 수행의 출발점이기 때문에, 우리는 매 순간 삶의 원재료들과 어떤 방식으로 관계 맺을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지를 스스로 묻고 선택해야 한다.


요새 남편의 수술을 앞두고 너무 불안해서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가 않았다. 왜 하필 우리에게 이런 일이 생겼는지, 나도 모르게 탓할 사람이나 원인을 찾았다. 이 책을 읽으며 내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봤다. 나는 결과를 알 수 없는 불투명한 미래가 불안하고 두려웠던 거다.

불안과 혼란 속에서 자꾸 흔들리는 사람이라면, 이 책이 도움이 될 것이다. 삶을 바꾸려 애쓰기보다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힘을 길러주니까. 고통을 없애야 할 것이 아닌, 깨어남과 지혜로 가는 재료로 바라보게 한다.

나 역시 불안하지 않으려고 애쓰고, 원인을 찾으면 마음이 편해질 거라 생각했지만, 끝내 원인은 찾지 못했다. 그렇다면 지금 내게 필요한 건 답을 찾는 게 아니라, 불안하고 두려운 마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게 아닐까?

앞으로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찾아오면 나는 또 마음이 불안하고 흔들릴 것이다. 하지만이 흔들리는 나 자신을 다독이며 그 흔들림과 함께 걸어갈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 책이 나에게 남긴 선물은 이런 마음의 여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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