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은 계절보다 늦게
오윤희 지음 / 리프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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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책 표지의 그림이 눈에 들어온다. 들판에 서 있는 집, 그리고 오두막. 하얀 눈은 모든 것을 덮고 있다. 아직 겨울은 오지 않았지만 책 표지만 보고서도 벌써 겨울이 성큼 우리 곁에 온 듯한 느낌이 든다.

역사의 물결 속에 등 떠밀려 살아간 사람들의 춥고, 아픈 계절을 다룬 이야기이다. 연해주에서 중앙아시아로 쫓겨나듯 이동해야 했던 소냐가 있다. 생존을 위해 시베리아 벌목장에서 도망친 북한 청년 영호도 있다. 국경과 체제의 장벽에 막혀 작별 인사조차 건네지 못하고 헤어졌던 두 사람은 25년이라는 시간 후에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마주한다. 문득 여명의 눈동자가 생각난다. 상황은 다르지만, 본인들의 의미와는 상관 없이 이별을 겪어야 했던 사람들.

책을 읽으면서 고향이라는 단어가 지닌 의미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사전적 의미로 고향이란, "자신이 태어나서 자란 곳"을 뜻한다. 그러나 소설 속에서 고향은 지도 위의 구체적인 장소가 아닌 듯 하다. 타인에게 인정받지 못한 사람, 외로운 이방인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누군가의 따뜻한 마음이 고향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그저 외롭고 쓸쓸했던 그들에게 서로의 존재는 겨울의 추위를 녹여주는 유일한 온기였을 지도 모른다. 서로가 서로의 고향인 셈이다.

작품이 인상적인 이유는 주인공의 범위에만 국한되지 않기 때문이다. 소냐의 곁에서 오랜 시간 가정을 지켜온 남편 파샤의 외로움까지 다룬다. 가장 가까운 가족이나 연인 사이라 할지라도 언제든 서로에게 낯선 이방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은 자칫 너무나 무겁게 다가왔다.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되돌리지 못한 행동으로 서로에게 이방인이 되고 그래서 헤어진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방인의 정의는 특정 기준으로 구분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별은 시간이 흐른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는다. 문장으로 비유하자면 마침표가 찍히지 않는다. 오랜 세월 가슴속에 안고 살았던 마음을 온전히 보내주는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과거를 온전히 놓아줄 수 있다. 과거의 지나간 시간에 묶여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우리 주위에 얼마나 많은가.

25년 만에 전달된 붉은 포인세티아처럼 미루어둔 작별을 마친 후에야 각자의 가슴속 겨울을 내보낼 수 있다. 과거에서 벗어나 새로운 계절을 향해 발걸음을 옮길 수 있다. 포티세티아의 꽃말은 축복, 행복을 담고 있다. 새로운 미래를 향한 시작을 축하한다는 의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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