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케 호모 - 제16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오수완 지음 / 다산책방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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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재앙 때문에 인류 대부분이 사라진 황량한 세상. 한 남자와 어린 소녀가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길을 간다. 혼불문학상 수상작이라는 <에케 호모>는 종말 이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종말 하면 보통 떠오르는 폐허나 쓸쓸함, 고립 같은 차가운 느낌보다는, 따뜻한 인간다움이랑 삶의 본질에 대한 질문이 더 먼저 다가오는 소설이다.

작품 속 세상은 '강림'이라고 불리는 재앙 이후로 모든 게 멈췄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그냥 부서진 기계나 겨우 고쳐가며 근근이 살아가고, 법이고 질서고 사라진 길 위엔 늘 위험이 도사린다.

이런 폐허 속에서 남자는 소녀에게 기계 고치는 법만 가르치는 게 아니다. 타인의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까지 함께 가르친다. 무너진 세계에서 아이를 어떻게든 지켜내려는 남자의 노력이, 파괴된 세상과 대비되면서 묵직하고 따뜻한. 그러면서도 어딘가 외롭고 무거운 감동을 남긴다.

문장이 꽤 간결하다. 보통 소설이라고 하면 화려한 수식어가 주렁주렁 달리기 쉬운데, 여기선 수식어가 별로 없다. 근데 이 담백함이 오히려 문명이 무너진 상황의 서늘한 공기를 더 잘 살려주는 것 같다. 장면이 반복되고 대사도 무심한 편인데, 이상하게 한 편의 긴 시를 읽는 것처럼 운율이 느껴지는 묘한 매력이 있다.

이 소설은 극단적인 상황에서 우리가 진짜 지켜야 할 게 뭔지 자꾸 물어온다. 거대한 문명이 무너지는 것보다, 요리를 하고 책을 읽고 누군가를 챙기는 그 소소한 일상이 사라지는 게 훨씬 더 절박하게 느껴진다는 게 참 아이러니하다. 근데 또 생각해보면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다. 지구 반대편에서 전쟁이 나고 세계 경제가 망한다 어쩐다 해도, 당장 오늘 출근하는 거나 퇴근하고 뭐 먹지 고민하는 게 보통 우리들 모습이니까.

결국 이 남자와 소녀의 여정은 파괴된 세상을 지나며 서로에게 구원이 되어주는 이야기다. 희망이라곤 없어 보이는 길 위에서도 누군가를 향한 애정을 끝까지 놓지 않는 모습. 팍팍한 하루를 살아가는 우리한테 잔잔한 위로가 되기도 하고, 한편으론 묵직한 경각심을 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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