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흔
데라오 데쓰야 지음, 김소희 옮김 / 드롬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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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위를 쳐다본다. 자신이 가진 능력에 노력을 더해서 위로, 더 위로 올라가려고 애쓰는데, 그것이 자본이든, 사회적 위치든, 권력이든 종류는 다양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다른 사람과 경쟁할 수 밖에 없는데, 때로는 이기기도 하고, 때로는 지기도 한다.

그런데 만약 압도적인 경쟁자가 있다면 어떤 감정이 생겨날까. 내가 아무리 애를 쓰고, 노력하고, 시간을 투입해도 그 사람의 발 끝 근처에도 다가갈 수 없다면 어떤 감정이 생겨날까. 반면 질투심과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그 사람은 과연 어떤 생각과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갈까.

책은 누가 봐도 대단한 능력을 보유하고, 화려한 경력을 쌓아가는 엘리트, 제헝이 주인공이다. 친구들 사이에서는 부러움의 대상이면서도, 질투의 대상이기도 하고, 후배들은 그를 롤 모델로 생각한다. 하지만, 그는 어릴 적부터 품어온 마음이 있다. 마치 마을의 족장 처럼 학급에서 군림한 우이샹에 대한 막역한 갈망과 동성애적인 욕구가 그것이다. 그를 생각하면서 분출의 쾌감을 느낀다. 아울러, 인생에 대해 기대감을 품어서는 안된다는 냉소적인 체념 또한 그를 뒷받치고 있다.

책은 재헝을 중심으로 그와 그의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풀어간다. 어쩌면 반항, 어쩌면 과도기, 각자의 인생의 완성해 가는 도중에 흔들리면서도 중심을 잡으려는 그들의 이야기가 독자 앞에 펼쳐지는데,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이들의 삶이 단지 책 속에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의 삶과 닮은 면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소설이지만, 문장이 마치 시 처럼 느껴진다. 상황을 설명하는 문장이 마치 그림을 그리듯 아련하게 다가온다. 탄흔, 산화, 탄피...

바둑 황제 조훈현과 돌부처 이창호의 이야기도 실려 있다. 의형과 제헝 사이의 관계를 마치 그 이야기가 대신 말해 주는 것 같다.

경쟁에 대한 중압감, 그리고 그들이 겪는 고통들이 마치 폭탄이 떨어지듯 다가온다. 세상을 향한 외침인 듯 자신을 향한 독백인지 모를 말들이 펼쳐진다.

총알은 발사되는 순간 정해진 탄도를 따라 움직인다. 정해진 성공 궤도만을 따라가던 자가 갑자기 목표를 잃으면 어떻게 될까. 총알은 계속 날아갈 수 있을까. 아니면 추락하는 것일까.

자신이 가진 것들이 행복으로 연결될 수 있을까. 풍족한 대우, 사람들의 부러운 시선은 과연 나를 행복의 세계로 안내할까. 상상을 뛰어넘는 천재들과의 경쟁은 나를 어떠한 고통에 빠트리게 만들까. 실제 구글 엔지니어로 일했던 저자의 경험이 녹아 있는, 간결하면서도 냉철한, 그러면서도 생동감 있는 문체가 가득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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