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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생각하기를 포기한 자는 가장 완벽한 노예가 된다 ㅣ 시대철학 3
그리고리 예피모비치 라스푸틴 지음 / 비원 / 2026년 8월
평점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가을이라서 그런지 철학 책이 눈에 담긴다. 이번에 접한 책의 저자는 그리고리 라스푸티이다. 책 표지를 보니 수염을 길게 기르고, 깊은 눈빛을 가진 한 남자가 비스듬히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저자의 이름이 생소하여 찾아보니 재정 러시아 말기의 수도자이자 희대의 비선 실세라는 설명에 놀랐다. 비선실세... 딱히 좋은 어감은 아닌 것 같은데 출판사는 왜 이 사람에 대한 책을 출간했을까. 궁금증을 자아낸다.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그는 러시아 제국의 몰락을 앞당긴 장본인이지만, 반대로 그의 궤적을 들여다봄으로써 집단이 얼마나 허망하게 무너질 수 있는지 교훈을 얻을 수 있고, 또한 깨어 있는 이성과 투명한 시스템만이 광기와 맹신으로부터 우리를 지킬 수 있다는 점을 다시금 깨닫기 위해서이다.
책은 크게 5개의 챕터로 구성된다. '상식의 해체'에서 시작하여 불안의 착취, 광기의 철학, 권력의 해부를 지나서 '절대적 지배'로 마무리된다. 라스푸틴의 등장을 시작으로 소주제에 따라서 당시 로마노프 왕조의 상황과 라스푸틴의 행동을 녹이고, 거기에 엮은이의 생각을 추가하는 형식이다.
기억에 남는 문장이 있는데, 몇 가지 꼽자면,
진정한 사유란 타인에 좌우되지 않고, 홀로 결단해야 한다. 그리고 결단이란 결과를 홀로 껴안는 일이다. 집단적 상식이라는 도피처에 숨어 사유를 방기할 수록, 우리 스스로 결단할 수 있는 주체성을 영영 상실한다는 말이 강렬하게 다가왔다.
타인을 설득할 때 가장 좋은 것은 명확한 논리일까. 아니다. 실제로 사람의 판단은 잘 짜인 논증이 아니라 잃을까 봐 두려워하는 마음 그 자체에 있다. 논리는 두려움을 정당화하는 장식으로 쓰일 뿐, 결코 그 자체로 사람을 움직이지 못한다. 이성과 감정. 우리는 흔히 사람이 이성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점을 잊곤 한다.
사회의 규범은 반드시 옳을까. 물론 다수의 동의에 의해 정해진 규범이라서 옳겠지만, 중요한 것은 나 스스로 그것에 대해 한 번쯤은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이다. 내가 지키고 있는 규율 중에서 정말 원해서, 진심으로 동의하기 때문에 지키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상대가 강할 수록 힘으로 대응하는 것이 맞을까. 정면에서 부딪히는 싸움은 힘의 크기로 결판나지만, 맹점을 찌르는 싸움은 힘의 크기와 무관하게 판을 뒤집는다는 말에 싸움의 본질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다시 말하지만, 이 책은 라스푸틴을 옹호하기 위한 책이 아니다. 그의 행적을 되짚어 봄으로써 교훈을 얻기 위해서이고, 타인의 장기말로 소모되던 노예의 굴레를 박살내고, 질문을 오래 붙드는 힘을 향상시켜 사유의 주인으로 거듭나기 위함이다.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의 유일한 자산이 될 수 있는 비밀을 알려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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