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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우연히 시작된다 - 다큐멘터리가 가르쳐 준 것
채라다 지음 / 포르체 / 2026년 8월
평점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책의 부제가 눈에 띈다. '다큐멘터리가 가르쳐 준 것'. 다큐멘터리는 사전적 의미로 사실을 기록하려고 시도한 논픽션 형태의 시각적 작품을 뜻한다. 과연 저자는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무엇을 느끼고, 깨달았기에 이런 부제를 달았을까.
저자는 16년차 EBS 다큐멘터리 PD이며, 세상을 관찰하고, 사람을 만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프로그램이란 방송해야 하는 날짜와 시간이 정해져 있기에 정확한 계획대로 녹화되어야 한다. 돌발 상황이 일어나는 순간 돌이킬 수 없는 사고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러나 다큐멘터리는 이런 돌발 상황, 저자는 이것을 '우연'이라고 말하는데, 꾸며진 것이 아닌 리얼함이 생생하게 살아있는 '우연'을 사랑하는 장르이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삶에 대해 궁금증이 생겨난다.
책은 크게 5개의 챕터와 부록으로 구성되었다. '다큐멘터리 하고 있네'에서 시작해서 다큐의 세계, 우연의 발견, 우연이 선물이 될 때를 지나서 마지막으로 '다큐를 만들고 싶은 분들에게'로 마무리된다. 저자의 삶과 경험, 방송에 출연한 사람들의 이야기, 말하고자 하는 메세지들이 자연스럽게 녹아져 있다.
그 중에서도 인상적이었던 내용을 꼽자면,
있는 그래도 보여 주면 그게 진짜일까? 다큐멘터리가 있는 그대로 찍어서 방송하는 것이라면, 오히려 CCTV가 나은 것이 아닌가 하는 저자의 고민의 단면이 담겨 있다. 결국 모두에게 객관적이고, 완벽한 진실은 없기에, PD가 지지하는 것을 선택하게 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연출자가 고민하고 연출자의 눈과 손으로 선택한 진실을 보는 것이라는 깨달음을 얻는다.
대화하는 사람. 하나의 프로그램은 함께 일하는 제작진, 출연자들과 대화하는 것 뿐만 아니라, PD, 촬영감독, 편집감독, 미술, 그래픽, 음악, 믹심 감독들과의 대화를 통해 만들어 진다. 스스로의 부족함을 받아들이고, 많은 사람들과 더 많이 이야기하고, 서로의 생각와 고민을 공유할 수록 프로그램의 품질이 높아진다는 점은 깨달음을 선사했다.
우리의 평범한 삶은 어떻게 이야기가 되는가.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흥미로운 이야기로 만들 수 있는지 저자만의 노하우도 알려준다. 바로 우연을 활용하는 것, 디테일을 살리는 것이다. 아울러, 뒤집기/비틀기 하는 것도 방법이다. 사람은 의외성과 모순을 두려워하면서도 열광하고 사랑하기 때문이다.
불확실성이 우리를 구원할 거야. AI의 발전이 놀랍다. 기술분야는 물론, 시, 노래, 그림 등 예술 분야에서도 창작물을 쏟아내고 있다. 혹시라도 콘텐츠를 만드는 것도 AI로 대체되는 것은 아닐까. 저자는 단호히 아니라고 한다. 결국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은 AI가 아니라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다운 콘텐츠에 목달라하고, 다큐멘터리가 가지는 '우연성'과 '불확실성', '예측 불가능성'이 더 귀하게 대접받을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모두 자신의 다큐멘터리를 살아간다'는 문장이 기억난다. 평범한 하루라고 생각할 수도, 아니면 특별한 하루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그것은 모두 자신의 결정에 달려있다. 우연을 통해 우리 삶이 어떻게 스토리텔링 될수 있는지, 저자의 시선으로 다가갈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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