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반 일리치의 죽음 ㅣ 톨스토이 클래식 14
레프 톨스토이 지음, 방교영 옮김 / 뿌쉬낀하우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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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책이 굉장히 얇다. 전체는 150여 페이지에 달하지만, 작품 주석과 역자 해설을 제외하면 100페이지에 남짓하다. 그래서 무명 저자가 가벼운 에세이를 담았겠지 생각했다가 저자 소개를 보고 깜짝 놀랐다.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 등의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작품을 남긴 레프 톨스토이가 저자였다. 안나 카레니나는 옥주현, 정승원, 민영기가 출연한 뮤지컬을 본 적도 있었기에 왠지 저자가 더욱 가깝게 느껴진다.

표지 컬러는 도서명의 죽음에서 영감을 얻은 듯 블랙의 배경에 몇 개의 창을 통해 빛이 비춰진다. 어둠과 빛의 대비, 죽음을 맞이한 사람과 옆에서 죽음을 지켜본 산 사람의 대비를 의미하는 것일까. 궁금해 진다.

성공한 판사 이반 일리치는 사회적인 성공과 명예는 물론, 고급스러운 집까지 외면적인 격식과 품위를 최우선으로 삼으며 살아온 인물이다. 이사할 새 집의 커튼을 달다가 떨어지는 바람에 사소한 부상을 입는데, 이 부상은 결국 원인 모를 불치병으로 발전한다. 병세는 악화되고, 극심한 고통에 시달림에도 불구하고 주변 사람들은 곧 나을 것이라 위로하고, 속으로는 그의 직급 이동이나 연금에만 관심을 가진다.

임종 직전에야 이반은 본인이 살아온 삶에 대해 다시금 되돌아 보고, 삶 전체가 거짓이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하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주위의 사람들을 용서한다. 그리고 그 순간 그를 누르던 죽음에 대한 공포는 사라지고, 빛과 평화 속에서 눈을 감는다. 표지 그림에서 창을 통해 들어온 빛은 결국 어둠의 공포에 갇혀 있던 이반에게 평화를 주는 빛이었다.

이 책은 인간의 솔직한 내면에 대해 적나라하게 폭로한다. 동료의 죽음에 슬픔을 느끼기보다, 그의 자리를 누가 차지할 것인지 궁금해 하고, 카드 놀이나 할 궁리에 몰두한다. 그리고 모두가 외면해도 진실한 마음을 지닌 한 사람이 있다면 다른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희망도 보여준다. 진실이 거짓을 물리친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이 명확한 진실 앞에 설 때 세속적인 모든 것은 사라지고, 거짓 또한 힘을 잃는다. 그래서 죽음은 삶의 단순한 끝이 아니라,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고민하게 만드는 거울과 같다. 죽음을 직시할 때 우리는 비로소 지금 우리가 가진 진실한 가치를 깨닫을 수 있다.

얇은 두께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생로병사와 죽음이라는 본질을 날카롭게 다룬 책이었다. 부록처럼 실려 있는 작품 주석과 역자 해설을 읽는 것도 색다른 재미를 준다.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관점에서의 생각과 해설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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