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 세계
사카모토 유지 지음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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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하얀색 바탕 위로 단정하게 놓인 피아노 건반과 메트로놈의 이미지는 책을 펼치기 전부터 묘한 긴장감과 평온함을 동시에 안겨준다. 음악과 리듬, 그리고 그 속에 흐르는 사랑과 이별의 공기가 어떤 방식으로 직조되어 있을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사카모토 유지 감독의 영화 짝사랑 세계 오리지널 시나리오북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이 텍스트가 품고 있을 특유의 서정성과 깊이에 대한 기대감은 한층 고조된다.
시나리오북이라는 형식은 일반적인 소설이나 에세이와는 확연히 다른 독서 경험을 선사한다.

지문 속에 등장하는 구체적인 장소와 그 앞에 붙은 장면 번호들은 독자에게 하나의 가이드라인이 된다. 인물들의 이름 뒤로 이어지는 대사들을 따라가다 보면 머릿속은 자연스럽게 하나의 거대한 촬영장으로 변모한다.

특정한 공간의 온도와 냄새를 상상하고, 인물들의 목소리 톤과 미세한 표정 변화까지 스스로 채워 넣는 과정은 오롯이 독자만의 입체적인 드라마를 완성해 나가는 창조적인 행위와 닮아 있다. 일반 서적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상상력을 발휘하게 만드는 지점이 바로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다.

이야기는 가족처럼 오랜 시간 함께 살아온 사쿠라, 미사키, 유카 세 사람의 평범한 일상에서 출발한다. 12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묵묵히 이어져 온 그들의 하루는 라디오에서 우연히 흘러나온 짧은 메시지 하나로 인해 서서히 균열을 일으킨다.

익숙한 안온함에서 벗어나 각자 마음속 깊은 곳에 묻어두었던 자기만의 서사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모습은 쓸쓸하면서도 아름답다.

책 제목이 가리키는 짝사랑과 세계라는 단어의 조합을 가만히 곱씹어 보게 된다. 대상과 온전히 닿지 못하고 혼자서 삼켜내야 하는 마음이 어떻게 하나의 거대한 세계를 이루는지, 그 쓸쓸하고도 풍요로운 내면의 풍경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그때 그 순간에 미처 용기 내지 못했던 행동이 불러온 결과나 뒤늦게 밀려오는 후회의 감정들은 우리 삶의 궤적과도 닮아 있어 깊은 공감을 자아낸다.

스포일러를 피해 구체적인 서사를 모두 나열할 수는 없지만, 책장을 덮고 난 뒤에도 인물들이 남긴 대사의 잔향이 귓가에 길게 맴돈다. 메트로놈의 일정한 박자처럼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진심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되묻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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