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계속하는 사람 - 내 안의 소리를 꺼내는 일, 내 삶의 호흡을 만드는 일
브랜든 최 (Brandon Choi) 지음 / 필름(Feelm)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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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하얀색 표지 위에 수놓인 짙은 하늘색 음표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마치 맑은 하늘에 뭉게구름 한 점이 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어 상쾌하면서도 깔끔한 인상을 준다. 손에 쏙 들어오는 작은 크기의 이 책은 프랑스 리옹 국립음악원과 미국 신시내티 음악대학원에서 수학하며 한국인 최연소 박사 학위 취득, 조수미와의 협연, 그리고 갑상샘암 수술이라는 굵직한 이력을 지닌 저자의 삶을 담은 에세이다.

그러나 책장을 넘기다 보면 이 기록이 단순한 영웅담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거대한 성공이나 극적인 역경 극복보다는, 오히려 매 순간 흔들리고 헷갈리며 지쳐갔던 한 인간의 정직한 고백에 가깝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잘 살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하고 몰아붙였던 이들의 자화상이 고스란히 겹쳐 보인다.

책은 꿈과 성장, 상처와 회복, 공간과 확장, 그리고 고요한 행복이라는 네 가지 줄기로 이어진다. 잔잔하게 흘러가는 문장들 사이로 문득 가슴을 툭 치고 지나가는 대목들이 있어 한 페이지를 넘기기가 생각보다 묵직하다.

클래식 색소폰이라는 명확한 목표를 위해 중간고사 OMR 카드에 일렬로 번호를 찍어 내려갔던 과감함, 비주류 악기라는 한계를 딛고 한국 클래식 시장에서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 나간 여정은 깊은 인상을 남긴다. 특히 삶의 기준을 속도가 아닌 리듬으로 바꾸고 자신만의 템포를 찾아가는 과정은 현대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주변의 소음 항의로 시작해 스스로 목수가 되어 연습실을 만들어가는 땀방울 맺힌 시간이나, 화려한 조명이 꺼진 후 무대 뒤편에 감도는 묘한 공기와 설명하기 힘든 공허함을 다룬 부분에서는 저자의 인간적인 고뇌가 생생하게 전해진다.

우리는 매일 기술이 발전하고 속도가 빨라지는 세상 속에서 타인과 끊임없이 자신을 비교하며 살아간다. 남들은 모두 앞서가는 듯한데 나만 제자리에 멈춰 서 있는 것 같은 소외감이 들 때, 이 책은 따스한 온기를 건넨다. 지금 지치고 힘든 것은 결코 유약해서가 아니라, 이미 오랜 시간 최선을 다해 버텨왔기 때문이라는 위로는 먹먹한 울림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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