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안 볼란텐
채기성 지음 / 슬로우리드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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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표지를 장식한 남자의 뒷모습은 기묘한 잔상을 남긴다. 자살로 생을 마감한 남편에 대한 기록이라는 무거운 부제를 떠올리면 으레 어둡고 무채색인 이미지를 예상하게 되지만, 이 책은 덧칠하듯 겹쳐진 붓질 사이로 알록달록한 컬러감이 배어 나온다. 아마도 그것은 한 인간의 삶이 단 한 가지 색으로 정의될 수 없음을, 비극적인 결말 뒤에 숨겨진 수많은 기억의 층위가 존재함을 암시하는 장치가 아닐까 싶다.

저자 채기성은 세계문학상과 사계절문학상 등 굵직한 문학상을 휩쓸며 탄탄한 서사 역량을 증명해 온 작가다. 세계문학상이 인간의 보편적인 고뇌와 사회적 통찰을 다룬 작품에 주목한다면, 사계절문학상은 그보다 세밀한 감수성과 성장통을 깊이 있게 다루는 경향이 있다. 이 두 영역을 가로지르는 저자의 이력은 소설 크리스티안 볼란테가 가진 묵직한 주제 의식과 대중적인 몰입감을 동시에 설명해 준다.

사랑하는 사람이 갑자기 죽었다는 소식, 그것도 그가 일하던 회사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는 비보를 접한다면 어떤 기분일까. 작중 화자이자 아내인 레아 모로는 이 가혹한 현실을 두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자신들의 태생지인 한국으로 향한다. 남편이 왜 굳이 그곳에서 죽음을 택했는지 밝히기 위해 그녀는 남편이 다녔던 회사에 직접 입사하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인다.

줄거리는 레아가 남편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파헤치는 과정을 추적하며 긴박하게 흘러간다. 한국에서 태어나 해외로 입양되었다는 공통점을 가졌지만, 두 사람의 태도는 극명하게 갈렸다. 뿌리를 찾고자 열망했던 크리스티안과 달리 레아는 한국과 철저히 선을 긋고 살았다.

그러나 남편의 흔적을 쫓을수록 그녀가 알던 크리스티안과는 전혀 다른 진실들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가장 잘 안다고 믿었던 존재가 낯설게 변해갈 때 느끼는 당황함과 혼란은 독자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진실에 다가갈수록 주변 인물들의 의심스러운 정황이 드러나고 예상치 못한 협박이 레아를 엄습하는 전개는 스릴러로서의 묘미를 극대화한다. 하지만 이 소설은 단순한 장르물에 머물지 않는다. 입양아로서 겪는 정체성의 혼란, 타인에 대한 진정한 이해가 가능한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 그리고 죽음을 대하는 인간의 자세를 심도 있게 다룬다.

아울러, 외국인을 대하는 한국인의 모습, 권력 다툼이 얽힌 조직의 불편한 민낯, 다양한 인물들의 관계까지 폭 넓게 다루며, 다양한 감정들을 입체적으로 교차시킨다.

누군가를 안다는 것이 얼마나 단편적인 착각일 수 있는지, 그리고 타인의 고통과 삶의 무게를 온전히 위로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말한 이 책은 단순한 소설을 넘어서 묵직한 고민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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