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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바라던 바 - 삶과 책이 있는 위스키 바, 그 잔에 담긴 이야기
정성욱 지음 / 애플북스 / 2026년 2월
평점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은은한 조명이 감도는 표지 사진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마음 한구석이 잔잔해진다. 미묘하게 감성을 건드리는 그 색감 위로 삶과 책이 있는 위스키 바, 그 잔에 담긴 이야기라는 문구가 선명하게 다가온다. 퇴근길, 지친 몸을 이끌고 우연히 들어선 골목 끝에서 따스한 불빛을 내뿜는 작은 가게를 발견한 기분이랄까. 책장을 넘기기 전부터 이 안에는 어떤 온도의 이야기가 담겨 있을지 기분 좋은 설렘이 밀려왔다.
저자 정성욱은 세종시에서 위스키 바 산문을 운영하는 바텐더다. 그는 낮에는 글을 쓰고 밤에는 술을 따르며, 공간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사람들의 감정과 취향, 그리고 수많은 이야기가 교차하는 순간을 기록한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 보면 주인공이 하루의 끝에 혼자 바에 앉아 위스키 한 잔을 마시는 장면이 나오곤 하는데, 누구나 한 번쯤은 그런 고독하면서도 멋진 순간을 꿈꿔봤을 것이다. 나 역시 그 정적인 분위기에 매료된 적이 있었기에 저자가 안내하는 위스키 바의 세계가 더욱 궁금해졌다.
이 책은 단순히 위스키의 종류나 역사를 나열하는 정보서도 아니고, 성공한 자영업자의 노하우를 담은 경영서도 아니다. 어떤 페이지에서는 숙련된 바텐더의 섬세한 손길이 느껴지고, 어떤 장에서는 치열하게 고민하는 사장의 고뇌가 묻어난다. 그러다가도 금세 손님들과 마음을 나누는 다정한 이웃의 목소리로 돌아오기도 한다. 특정 장르에 갇히지 않고 저자의 마음이 가는 대로 흘러가는 서술 방식이 오히려 읽는 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은 진솔한 문장들이 마치 위스키의 향처럼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
저자가 운영하는 공간 산문이 지향하는 가치는 명확하다. 누구나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 내려갈 수 있는 가장 자연스럽고도 아름다운 풍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혼술을 외로운 행위라고 생각하지만, 저자는 이를 정면으로 뒤집는다. 혼자 앉아 있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은 혼자가 아니라는 것. 공간을 채우는 공기의 흐름, 낮게 깔린 조명, 감미로운 음악, 그리고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바텐더라는 존재까지. 이 모든 요소가 혼술을 하는 사람과 은밀하게 연결되어 함께 호흡하고 있다는 통찰은 신선하면서도 위로가 된다.
우리는 타인의 시선과 사회적 기준 속에서 튀지 않으려 애쓰며 살아간다. 무난하고 안전한 길을 택하다 보니 정작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조차 잊어버릴 때가 많다. 자신만의 확고한 기호가 희미해진 사람들에게 저자는 위스키 한 잔을 빌려 질문을 던진다. 남들이 좋다는 것 말고, 당신의 감각을 깨우는 진짜 취향은 무엇이냐고 말이다. 나만의 취향이 담긴 술 한 잔을 찾는 과정은 결국 잃어버린 나를 찾아가는 여정과도 닮아 있다.
책 속에는 위스키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으로 향, 맛, 여운이라는 세 단계가 소개된다. 코끝에서 만나는 첫인상부터 혀 위에서 피어나는 다채로운 풍미, 그리고 목을 타고 넘어간 뒤에도 길게 남는 여운까지. 이 과정은 우리의 삶을 대하는 태도와 다르지 않다. 잔을 비우고 다시 채우는 반복적인 행위가 삶의 비움과 채움과 맞닿아 있다는 저자의 말은 긴 여운을 남긴다. 복잡한 생각들로 머릿속이 가득할 때, 이 책을 읽으며 마음의 잔을 잠시 비워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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