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함께 있어도 외로울까 - 관계에 휘둘리는 당신에게
황규진 지음 / 북스고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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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사람은 무리를 이루며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동물이다.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은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현대인들은 그 어느 시대보다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외로움'이라는 단어를 입에 달고 산다. 최근 여러 기사에서는 기술이 발전하고 비대면 소통이 늘어날수록 현대인들이 느끼는 정서적 고립감이 심화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화려한 SNS 세상 속에서 타인의 삶과 자신을 끊임없이 비교하며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 그리고 깊이 있는 대화 대신 가벼운 텍스트로 대체된 관계들이 결국 우리를 거대한 외로움의 섬으로 몰아넣고 있는 셈이다.


황규진 저자의 '나는 왜 함께 있어도 외로울까'는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한다. 분명 곁에 누군가 있고, 심지어 그 사람이 남들에게는 '참 좋은 사람'이라는 평판을 듣는데도 왜 정작 가까운 나는 정서적 결핍과 외로움을 느껴야 하는지에 대해 집요하게 파고든다. 이 책은 정서적 교감의 부족이나 결핍이 어떻게 착한 아이 콤플렉스, 가스라이팅, 집착 등으로 변형되어 관계를 망가뜨리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인상적인 대목은 '내현적 나르시시즘'에 대한 정의와 분석이다. 흔히 나르시시스트라고 하면 자기과시가 심한 사람을 떠올리기 쉽지만, 내현적 나르시시즘은 겉으로 보기에는 겸손하고 조용하며 심지어 착해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이들은 내면에 과도한 자기중심성을 숨기고 있으며, 타인의 비판에 극도로 예민하고 은근한 방식으로 상대를 통제하려 든다. 저자는 당신의 부족함 때문에 상대가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그것은 상대가 아주 오랫동안 앓아온 마음의 병일 뿐이며, 결코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책의 흐름은 완벽해 보였던 연인의 서늘한 현재 모습을 직시하는 것에서 출발하여, 우리가 겪어온 아픔과 고통을 차례차례 짚어본다. 착한 아이 콤플렉스를 가진 이들에게 타인의 시선은 생명줄과 같다. 좋은 평판을 유지하기 위해 쏟아붓는 에너지와 비용이 너무 크다 보니, 정작 가장 가까운 파트너에게 가야 할 관심과 에너지를 밖에서 다 끌어다 써버린다. 그 결과 밖에서 좋은 사람일수록 집 안의 배우자나 연인은 더 지독한 외로움에 갇히게 되는 기형적인 구조가 형성된다.


또한 이른바 '효자 코스프레'를 하는 이들에 대한 저자의 일침도 날카롭다. 삶의 1순위는 현재의 파트너와 자신이 꾸린 가정이어야 하며, 부모님은 중심축이 아닌 존경과 사랑의 대상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효라는 방패 뒤에 숨어 독립하지 못하는 모습은 결국 분리 불안이자 젖을 떼지 못한 아이의 생존 본능일 뿐이라는 지적은 뼈아프지만 정직하다. 연인 사이에서 느끼는 질투와 시기 역시 사랑의 다른 이름이 아니라, 상대의 성취를 보며 자신의 초라함을 견디지 못하는 지독한 시기심일 수 있음을 경고한다.


마지막 파트인 '다시, 나로 서기'에서는 관계의 해방을 위한 구체적인 조언을 건넨다. 명확하게 경계선을 긋고, 필요하다면 관계를 끊어내는 단호함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상대를 변하게 할 수 있을 거라는 '구원자 환상'은 일찌감치 버려야 한다. 목적지가 낭떠러지인 기차라는 것을 알았다면, 지금 당장 뛰어내리는 용기가 필요하다. 막연한 환상에 몸과 마음을 맡기기보다 스스로의 깃발을 다시 세우라는 저자의 말이 가슴 깊이 남는다.


이 책은 독자에게 "무조건 이렇게 해라"라고 정답을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현재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돕는 정직한 거울이 되어준다. 비록 상황과 시간의 깊이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나를 갉아먹는 관계에서 벗어나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따뜻하고도 단호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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