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게 흐르는 Dear 그림책
변영근 지음 / 사계절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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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다들 더 빨리 가라고, 더 높이 오르라고 말하는 시대에  <낮게 흐르는>은 정반대의 방향으로 조용히 손짓하는 책입니다. 변영근 작가의 이 그래픽 노블*은 말 한마디 없이도 지금을 살아가는 청년들의 마음을 정확히 건드립니다. 취업난 속에서 수십, 수백 장의 이력서를 보내며 자존감이 조금씩 깎여 나가는 사람들, 남들은 이미 앞서 나간 것처럼 보이는데 자신만 제자리에 멈춰 있는 것 같아 불안해지는 사람들, SNS 속 타인의 성취와 여행 사진 앞에서 이유 모를 좌절을 느끼는 이들에게 이 책은 하나의 숨 쉴 공간이 됩니다.

* 그래픽 노블 : 만화 형식을 빌려 하나의 완결된 서사와 주제를 깊이 있게 담아낸 이야기 책 


최근 언론에서는 장기화된 취업 시장 침체와 ‘N포 세대’라는 말이 일상처럼 등장하고, 동시에 FOMO 현상으로 인한 불안과 우울을 호소하는 청년들의 이야기가 자주 전해집니다. 모두가 연결된 화면 속에서 끊임없이 비교당하고, 뒤처지지 않기 위해 더 빨리 달려야 한다는 압박 속에 놓인 현실입니다.  <낮게 흐르는> 속 청년 역시 그런 세계에서 출발합니다. 유명한 폭포 앞에서 사람들은 사진을 찍느라 분주하고, 정해진 시간 안에 ‘즐거운 경험’을 소비하듯 지나갑니다. 그러나 그는 그 소란에서 한 발 물러나 혼자 걷는 길을 택합니다.


이 작품이 특별한 이유는 텍스트가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설명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대사 하나 없이 이어지는 수채화 풍경 속에서 청년은 숲을 지나고, 물소리를 듣고, 빛과 그늘을 오래 바라봅니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자연스럽게 속도를 늦추게 됩니다. ‘남들처럼 하지 않아도 괜찮을까’라는 질문이, ‘지금 이렇게 멈춰 서 있어도 되는 걸까’라는 마음속 독백으로 변합니다. 작가의 섬세한 그림은 성과와 결과로만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사회에서 잊고 지냈던 감각들을 천천히 되살려 줍니다.


특히 혼자 폭포를 찾아 걷는 장면들은 많은 청년들의 현실과 겹쳐 보입니다. 정해진 길, 모두가 아는 목적지가 아니라 자신만의 속도로 나아가겠다는 선택. 이는 실패를 두려워해 안전한 길만 고집하던 우리에게 조용한 용기를 건넵니다. 최근 “불안한 미래 때문에 쉬는 것조차 죄책감이 된다”는 청년들의 인터뷰가 자주 등장하는데, 이 책은 그런 마음에 괜찮다고, 잠시 멈춰도 된다고 말해주는 듯합니다.


마지막에 펼쳐지는 넓은 평원과 숲길의 장면은 강렬하면서도 담담합니다. 어디로 향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그럼에도 걷기를 멈추지 않는 한 인간의 뒷모습이 오래 남습니다. <낮게 흐르는>은 성공이나 목표를 말하지 않습니다. 대신 삶의 속도를 다시 묻고, 비교와 불안에 지친 마음을 낮은 곳으로 이끕니다. 지금 조금 느리게 가고 있는 것 같아 스스로를 책망하고 있다면, 이 책은 분명 따뜻한 위로가 되어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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