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버넌스 트렌드 인사이트 2026
천준범 지음 / 이스터에그 / 202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거버넌스 트렌드 인사이트 2026>는 지금의 뜨거운 증시 분위기 속에서 한 발 물러서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바야흐로 코스피 5천 시대를 눈앞에 둔 시점, 많은 투자자들은 연일 상승하는 지수와 불어나는 계좌를 보며 환호한다. 그러나 인생이 그렇듯, 주식시장 역시 오르기만 하는 순간은 없다. 상승의 끝에는 언제나 조정이 기다리고 있고, 그 순간을 대비하지 못한 사람에게 시장은 냉혹하다. 이 책은 바로 그 지점에서 출발한다.

저자가 던지는 질문은 명확하다. “재무제표에 보이지 않는 2026년 주식시장의 진짜 변수는 무엇인가?” 그 답으로 제시하는 핵심 키워드가 바로 ‘기업 거버넌스’다. 숫자로 드러나는 실적보다 더 근본적으로, 기업을 움직이는 의사결정 구조와 권한, 책임의 문제를 들여다보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저자에 따르면 현재 한국 증시는 ‘승급’을 기대하는 국면에 있다. 상법과 관련 법령의 꾸준한 개정은 한국 시장이 더 높은 단계로 도약하기 위한 준비 과정이다. 저자가 축구의 EPL, 야구의 MLB에 비유한 대목은 인상적이다. 투명한 룰과 공정한 경쟁, 그리고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질 때 시장은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분명하게 전해진다.

하지만 지금의 주가 상승은 어디까지나 ‘기대의 반영’일 뿐이다. 시장의 질문은 점점 더 날카로워질 것이다. 이사회는 정말로 독립적인 판단을 하고 있는가, 주주총회는 형식적인 절차를 넘어 실제로 결과를 바꾸는 힘을 갖고 있는가, 기업집단은 자본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있는가.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이 실망스럽다면, 그 기대는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 이 책은 바로 그 취약한 지점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책은 크게 두 개의 파트로 구성된다. PART 1은 2025년을 돌아보며 월별로 하나씩, 총 12개의 ‘G(Governance) 트렌드’를 선정해 분석한다. 단순한 사건 나열이 아니라, 그 사건이 왜 중요한지, 시장과 투자자에게 어떤 의미를 남겼는지를 차분하게 복기한다.

예컨대 2025년 2월 3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한 형사 재판 사례는 사회적 인식과 법적 판단의 범위가 어떻게 다른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다뤄진다.

2025년 7월 상법 개정의 핵심 문구인 ‘주주에 충실하라’는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처럼 느껴진다. 형식적으로 진행되던 이사회와 주주총회에 실질적인 책임을 부여하는 변화는, 단기적인 부담을 넘어 장기적인 기업 경쟁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PART 2는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이야기다. 저자는 2026년에 주목해야 할 다섯 가지 거버넌스 전망을 제시하며, 투자자들이 어떤 관점으로 시장을 바라봐야 하는지 방향을 잡아준다.

인상적인 대목은 정치와 기업 경영 전반에서 등장하는 80년대생 리더들에 대한 분석이다. 이소영 국회의원, 이창환 대표, 김동관 부회장, 최수연 대표, 김병훈 대표는 각자의 이념과 스타일은 달라도 ‘관행’이라는 말에 안주하지 않는다는 공통점을 보여준다. 저자는 이 지점에서 한국 자본시장의 지속가능성을 조심스럽게 기대한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중복상장’ 문제 역시 빠지지 않는다. 모회사와 자회사의 동시 상장은 기업가치의 분배와 이해관계 충돌이라는 민감한 문제를 안고 있다. 저자는 왜 이런 구조가 회사와 모든 주주에게 최선인지에 대한 설득력 있는 설명이 없다면, 시장의 엄격한 평가를 피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이 책의 내용은 결코 쉽지 않다. 법과 제도, 지배구조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고, 한 번에 술술 읽히는 성격의 책도 아니다. 그러나 재무제표 바깥에 존재하는 이 ‘보이지 않는 변수’를 아는 만큼, 투자자는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다. 설령 투자 수익과 직접 연결되지 않더라도, 건강한 시장을 만들기 위해 반드시 고민해야 할 주제들이다.

곁에 두고 자주 펼쳐보며, 저자의 <경향신문, 천준범의 기승전 거버넌스> 칼럼과 함께 읽는다면 시장을 바라보는 시야가 한층 깊어질 것이다. 단기 시황에 흔들리기보다, 구조와 흐름을 읽고 싶은 투자자에게 의미 있는 안내서다.

#거버넌스트렌드인사이트2026 #천준범 #이스터에그 #기업거버넌스 #주식시장분석 #장기투자 #주주가치 #지배구조 #투자필독서 #시장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