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불행사회
홍선기 지음 / 모티브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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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최소 불행 사회>라는 제목은 단번에 시선을 붙든다. 더 행복해지자는 말 대신, 이미 불행이 일상이 된 사회에서 그 불행을 ‘최소화하자’는 제안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도대체 어떤 사회이기에 불행하다고 말하는 것일까, 그리고 우리는 그 불행을 어떤 방식으로 줄일 수 있을까. 책의 첫 장을 넘기기 전부터 묵직하고 조심스러운 질문이 마음에 남는다.


저자 홍선기는 일본이 1990년 최고의 호황을 누린 뒤, 1991년 거품 붕괴와 함께 시작된 ‘잃어버린 30년’을 출발점으로 삼는다. 그는 10년간 71차례 일본을 방문하며 그 사회를 관찰했고, 71번째 방문에서 일본이 겪었던 쇠퇴의 징후가 한국에서도 거의 동일하게 반복되고 있음을 확신하게 된다. 이 책이 가볍지 않은 이유는 한 나라의 불행,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개인의 불행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각도에서 보아도 결코 즐겁거나 편안한 이야기는 아니다.


1부 ‘일본이라는 거울’은 1985년부터 1995년까지 일본 사회에서 벌어진 변화를 보여준다. 영원할 것 같던 호황은 불과 5년 만에 무너졌고, 이후의 5년 동안 국가는 기업을, 기업은 개인을 버렸다. 땅에 대한 맹신은 광란의 투기로 이어졌고, 사랑 없이 유지되던 부부 관계는 조용한 가족 붕괴로 귀결된다. 일자리가 사라진 시대의 잔혹한 현실은 차마 외면하고 싶어질 만큼 날것 그대로 드러난다.


2부 ‘거울 속 한국: 이미 시작된 파국’에서는 이러한 일본의 과거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님을 분명히 한다. 청년 고립, 돌봄의 대파국, 각자도생의 제도화라는 키워드는 이미 한국 사회 전반에서 감지되는 징후다. 청년 절망의 10년, 무너진 교실과 흔들리는 교육 현장은 이제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되었다.


1·2부가 냉정한 진단이었다면, 3·4부는 이를 타개하기 위한 해법을 담고 있다. 3부 ‘아무도 말하지 못한 9가지 금기된 해법’은 정치와 제도의 개혁을 요구하는 시스템적 대안들을 제시한다. 인터넷 실명제처럼 논쟁적인 주장도 포함되지만, 예상되는 비판과 반론까지 함께 다루며 저자의 깊은 고민을 드러낸다. 4부 ‘파국을 버텨내는 11가지 생존 매뉴얼’은 개인 차원의 실천 방안을 제안한다. 1인 전용 바비큐 레스토랑, 렌털 쇼케이스 사업 등은 단순한 생존 전략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연대를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 하나 인상적인 점은 책 곳곳에 실린 ‘저자 노트’다. 일당 40만 원 공고 앞에서 느낀 청년들의 절망처럼, 통계와 이론으로는 담아낼 수 없는 현실의 온도와 고통이 여과 없이 기록되어 있다. 저자는 말한다. 우리가 함께 살지 않으면, 우리는 함께 무너진다고. <최소 불행 사회>는 희망을 쉽게 말하지 않지만, 더 나빠지지 않기 위해 반드시 직면해야 할 질문을 끝까지 붙잡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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