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ollow Ones
박태성 지음 / 하움출판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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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표지부터 시선을 붙잡는다. 어디일까. 문이 아주 살짝 열려 있고, 그 틈 사이로 자주색 빛이 새어 나온다.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한 블랙의 공간 속에서 그 빛은 유독 선명하다. 포인트일까, 아니면 감춰진 비밀이 결국 드러난다는 암시일까. 책을 집어 드는 순간부터 궁금증은 자연스럽게 따라붙는다.

책의 뒷면에는 의미심장한 문장이 적혀 있다.
“누군가는 사라지고, 누군가는 잊고, 누군가는 문을 열었다.”
여기서 말하는 ‘누군가’는 같은 사람일까, 아니면 서로 다른 존재들일까. 이 짧은 문장만으로도 독자는 이미 이야기 속으로 한 발짝 들어선 셈이다.

분주한 발소리와 수백 명의 수다가 사라진 뒤, 공허함만 남은 건물. 귀를 긁는 듯한 삐걱거리는 소리. 이 묘사들로 미루어 보아 이야기는 학교를 배경으로 한 공포 혹은 괴기 소설임을 짐작하게 한다. 익숙한 장르적 공식이라면, 주인공이 우연히 어떤 이상한 현상을 발견하고, 그 비밀을 좇는 과정에서 더 깊고 어두운 진실과 마주하게 되는 흐름일 것이다. 그렇다면 박태성 작가는 이 이야기를 어떤 방식으로 변주해 나갈까.

아빠의 직장 문제로 갑작스럽게 이사를 오게 된 ‘나’. 낯선 환경 속에서도 그럭저럭 적응해 가던 어느 날, 제임스를 만나며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학교가 저주받았다는 말, 처음에는 당연히 장난처럼 들린다. 그러나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희미한 속삭임, 락커 안에 누군가 의도적으로 남긴 듯한 자국, 그리고 모두의 기억에서 사라진 수영장의 존재는 점점 ‘나’를 둘러싸며 현실감을 띠기 시작한다.

학교에서 실종된 학생 ‘Evan R.’. 경찰 보고서도, 후속 기사도 없다.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처럼. 하지만 ‘비어 있는 자들(The Hollow Ones)’과 얽힌 단서들이 하나둘 드러나며, 이야기는 단순한 괴담을 넘어선다. 긴장감 있게 이어지는 초중반부는 독자를 끝까지 끌고 가기에 충분하다.

다만 결말은 예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며 다소 아쉬움을 남긴다. 그럼에도 이 작품이 가볍게 소비되지 않는 이유는 등장인물들의 심리 묘사와 작가가 던지는 메시지에 있다.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던 아이, 외로움과 공허함 속에서 얼마나 아팠을지에 대한 질문은 쉽게 지나칠 수 없다. 죽어야만 기억된다고 믿었던 그들의 마음, 그리고 그들을 끝까지 몰아넣은 사회의 무관심은 읽는 이로 하여금 오래 생각하게 만든다.

또 하나 눈에 띄는 점은 영문과 국문본이 함께 수록된 구성이다. 어느 쪽을 먼저 읽어도 무방하며, 자연스럽게 영어 원문과 번역을 비교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색다른 읽기 경험을 제공한다. 공포 소설이라는 장르적 재미와 함께, 사회적 메시지와 독특한 구성까지 겸비한 작품. <THE HOLLOW ONES>는 단순히 무서운 이야기로 끝나지 않고, ‘비어 있는 존재들’을 우리가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되묻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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