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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 전집 2 ㅣ 다시 읽는 우리 문학 2
이효석 지음 / 가람기획 / 2025년 12월
평점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효석 전집 1을 덮고 나서, 전집 2를 마주하는 순간에는 자연스레 마음이 먼저 설렌다. 다시 한 번 이효석의 문장 속으로 걸어 들어갈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전집 1과 마찬가지로 녹색 표지 위에 그려진 이효석의 캐리커처는 소박한 웃음을 건네며, 독자를 조용히 환영한다. 이미 한 차례 그의 세계를 경험했기에,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작가는 또 어떤 질문을 던질지 호기심과 궁금증이 더욱 깊어진다.
무엇보다 반가운 만남은 역시 <메밀꽃 필 무렵>이다. 총 28편의 단편소설 중 가장 먼저 독자를 맞이하는 이 작품은, 첫 문장부터 마음을 사로잡는다. 어둑서니처럼 눈이 어두웠던 허 생원의 시선에 들어온 둥이의 왼손잡이라는 설정은, 이미 결말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슴 한쪽을 서늘하게 만든다. 운명처럼 이어진 혈연의 암시는 조용히 눈시울을 적신게 만든다. 이효석의 문장은 언제나 이렇게, 설명보다 감각으로 먼저 다가온다.
<장미 병들다>는 인간 내면의 욕망과 좌절을 섬세하게 포착한 작품이다. 화려한 장미가 병들어 가는 과정은 곧 인간의 이상이 현실 속에서 무너지는 모습을 닮아 있다. 이효석은 여기서 욕망 자체를 비난하지 않는다. 다만 그것이 삶과 조화를 이루지 못할 때 어떤 상처를 남기는지를 담담하게 보여준다. 아름다움과 허무가 동시에 존재하는 세계가 이 작품 속에 겹쳐진다.
<향수>는 제목 그대로 지나간 시간에 대한 그리움이 짙게 배어 있는 작품이다. 고향과 과거, 그리고 돌아갈 수 없는 시절에 대한 감정이 문장 사이에 스며 있다. 이효석은 향수를 단순한 미화로 그리지 않는다. 그리움 속에는 아픔도, 후회도 함께 존재함을 인정하며, 기억이 인간을 어떻게 단단하게 만드는지를 보여준다.
<은은한 빛>은 삶을 비추는 작은 희망에 대한 이야기다. 화려하지 않지만,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빛. 이효석은 이 작품을 통해 인간이 절망 속에서도 끝내 놓지 않는 미약한 희망의 존재를 이야기한다. 그 은은함은 오히려 강렬한 빛보다 오래 마음에 남는다.
<일요일>은 일상의 틈새를 바라보는 작품이다. 쉼을 상징하는 날이지만, 오히려 그 공백 속에서 인간의 고독과 공허가 더 선명해진다. 이효석은 특별할 것 없는 하루를 통해, 삶의 본질적인 외로움과 사소한 위안을 동시에 그려낸다.
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했고, 사회는 이전보다 훨씬 빠르게 움직인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 이런 시대에 이효석의 소설은 ‘느리게 바라보는 법’을 다시 가르쳐 준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이효석의 소설에서 인간을 이해하는 속도를 배울 수 있다. 쉽게 판단하지 않고, 함부로 결론 내리지 않으며, 눈에 보이지 않는 감정을 존중하는 태도 말이다. 그의 소설은 삶을 바꾸라고 외치지 않는다. 다만, 삶을 대하는 우리의 시선을 조금 낮추고, 조금 부드럽게 만들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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