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효의 마음공부 - 1,400년의 세월을 건너온 마음을 아는 길
강기진 지음 / 유노북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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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원효 스님의 모습은 대체로 몇 가지 일화에 머문다. 무덤에서 해골 물을 마시고 깨달음을 얻었다는 이야기, 요석공주와의 혼인과 설총의 탄생. 그러나 <원효의 마음공부>는 그 익숙한 이미지 너머로, 한 인간이자 사상가였던 원효가 평생을 걸고 탐구한 ‘마음’의 세계를 차분히 펼쳐 보인다. 그래서 이 책은 전기나 철학서라기보다, 한 사람의 치열한 내면 수련기를 따라가는 여정에 가깝다.

마음은 늘 변화하고 붙잡기 어렵다. 오래 함께 산 부부도 서로의 마음을 다 모른다고 말하고, 심지어 나 자신조차 내 마음을 알 수 없다고 고백한다. 저자는 바로 이 지점에서 원효의 사유를 불러온다. 마음을 찾는 일은 곧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지며, 그 과정 속에서 지금의 내가 전부가 아닐 수 있음을 깨닫게 한다.

책은 다섯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내가 생각하는 나는 내가 아니다”라는 장에서는 사회적 역할과 직함에 기대어 살아온 자아의 허상을 짚어낸다. 명함을 내려놓는 순간 찾아오는 허무와 우울은, 내가 아닌 ‘지위’에 집착해 온 결과일 수 있음을 조용히 일깨운다. “어떤 마음을 먹을 것인가”에서는 무명에 갇힌 마음과 천상의 마음을 대비하며, 선택의 책임이 결국 자기 자신에게 있음을 강조한다.

또 절대정신과 무한성에 대한 논의에서는, 모든 것을 다 안다고 믿는 오만이 얼마나 위험한지 경계한다. 특히 반가사유상, 관음보살상,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을 비교한 대목은 사유의 깊이를 시각적으로 확장시켜 주며, 국립중앙박물관에서의 ‘불멍’이라는 경험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약 400쪽에 달하는 분량과 한문·고서 인용은 결코 가볍지 않지만, 마음이 혼란스럽고 방향을 잃었다고 느낄 때 곁에 두고 천천히 읽기 좋은 책이다. 단번에 이해하려 애쓰기보다, 삶의 어느 순간에 다시 펼쳐볼 여지를 남기는 책이라는 점에서 오래도록 곁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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