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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니즘 미술관 - 모던 아티스트 10
이현민 지음 / 새빛 / 2025년 11월
평점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그림을 바라보는 시간은
마음의 속도를 자연스럽게 늦춘다. 실제로 미술 감상이 스트레스 완화와 정서 안정, 공감 능력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연구와 기사들이
꾸준히 소개되고 있다. 바쁜 일상 속에서 미술관을 찾는 일이 쉽지 않은 요즘, 한 권의 책으로 반 고흐, 뭉크, 모네, 세잔, 마네, 르누아르
같은 근대 미술 거장들을 만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충분히 매력적이다.
세종도서에 선정된
『스티브 잡스가 반한 피카소』의 저자 이현민 교수의 후속작 『휴머니즘 미술관』은 미술을 어렵게 느끼는 독자에게 특히 친절한 책이다. 책의
앞부분에서는 왜 우리가 미술을 알아야 하는지, 어떤 미술을 보면 좋은지, 그리고 작품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를 차분하게 안내한다. 감상의
기준을 먼저 세워준 뒤, 본격적으로 예술가들의 세계로 독자를 이끈다.
특히 인상적인 점은
예술가들을 ‘소심한 은둔형’, ‘금수저 반항형’, ‘행복추구 긍정형’, ‘공사다망 야망형’이라는 네 가지 인간 유형으로 분류한 방식이다. 이는
미술사를 연대기적으로 나열하는 대신, 예술가를 한 명의 인간으로 이해하게 만드는 장치로 작동한다. 작품에는 언제나 그가 살아온 삶과 시간이
고스란히 묻어 있다는 저자의 관점이 자연스럽게 설득된다.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이야기는 이 책에서 가장 강렬한 장면 중 하나다.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던 시절, 병실 창문 너머로 볼 수 있던 유일한 풍경이 바로
밤하늘이었고, 그 절박한 시선 끝에서 별이 소용돌이치듯 빛나는 걸작이 탄생했다는 사실은 작품을 전혀 다른 감정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고흐의
그림은 더 이상 ‘천재의 작품’이 아니라, 고독과 불안 속에서도 세계를 포기하지 않으려 했던 한 인간의 기록처럼 느껴진다.
에드바르 뭉크의 작품
역시 삶의 비극과 깊이 맞닿아 있다. 결핵으로 어머니와 누이를 잃고, 이어 아버지마저 뇌졸중으로 떠나보낸 이후 뭉크는 극도로 예민해지고 우울과
신경증에 시달리게 된다. 니스에서 본 석양이 어린 시절 오슬로의 석양을 떠올리게 했고, 그 순간 자연이 마치 비명을 지르는 듯한 절규를
들었다는 경험은 그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 결정적인 단서가 된다. 그렇게 탄생한 작품을 알고 나면, 뭉크의 그림 속 불안과 공포는 결코 과장이
아니라 삶 그 자체였음을 깨닫게 된다.
파스텔로 화폭 위에
마치 마술처럼 발레리나를 그려냈던 에드가 드가의 이야기는 또 다른 현실성을 보여준다. 동생의 사업 실패로 경제적 책임을 떠안게 된 그는
본격적으로 ‘팔릴 수 있는 그림’을 그려야 했다. 모델료를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발레 극장, 오페라 극장, 세탁소를 찾아다니며 부르주아들이
선호할 만한 아름다운 여성의 모습을 집요하게 화폭에 담았다는 비하인드는, 예술이 생계와 결코 분리될 수 없다는 사실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클로드 모네는
‘행복추구 긍정형’ 예술가의 전형으로 소개된다. 카메라가 포착하지 못하는 빛과 공기를 화폭에 담고자 했던 그는, 인상주의가 조롱과 비난의
대상이던 시절에도 자신의 화풍을 포기하지 않았다. 말년의 수련 연작은 그 집요함의 결정체이자, 그의 최고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정원은 단순한
생활 공간이 아니라 그림의 소재이자 연구소였고, 수련과 함께한 그의 인생 또한 잔잔한 평온 속에 있었을 것 같아 따뜻한 여운을 남긴다.
이처럼 『휴머니즘
미술관』은 예술가의 작품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들이 살아낸 시대와 감정, 선택의 이유를 함께 전한다. 그림을 ‘보는 법’이 아니라
‘이해하는 법’을 배우게 만드는 책이다. 한 번 읽고 끝내기보다는 곁에 두고, 마음이 지칠 때마다 한 명의 예술가를 다시 만나는 미술관 같은
책으로 오래 함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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