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이스
최이도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5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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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전체 1위 〈메스를 든 사냥꾼〉의 저자 최이도의 신작이라는 문구는 시작부터 강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킨다. 전작에서 보여주었던 긴장감 있는 서사와 인물의 내면을 파고드는 필력이 이번 작품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확장되었을지 궁금해지며 자연스럽게 첫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 『체이스』는 그 기대에 응답하듯, 속도와 긴장, 그리고 멈춤의 순간을 대비시키는 이야기로 독자를 끌어들인다.

 

표지 그림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주인공 재희는 프로 모토 레이싱 선수다. 소설 초반에 펼쳐지는 레이싱 장면은 단순한 배경 설명을 넘어, 재희라는 인물이 살아온 세계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바람을 가르며 질주하는 순간의 감각, 미세한 판단 하나로 결과가 갈리는 트랙 위의 긴장감은 상상만으로도 손에 힘이 들어갈 만큼 생생하다. 작가의 묘사는 빠르고 정확하며, 재희가 왜 그토록 레이싱에 모든 것을 걸었는지 자연스럽게 납득하게 만든다.

 

그러나 정상을 향해 질주하던 재희의 삶은 불의의 사고로 급격히 멈춘다. 몸에 남은 상처보다 더 깊은 것은 마음에 각인된 트라우마다. 재희는 다시 일어서기 위해 애쓰지만, 의지와 현실 사이의 간극은 생각보다 크다. 이 과정에서 소설은 ‘극복’이라는 단어를 쉽게 꺼내 들지 않는다. 대신 흔들리고, 망설이고, 때로는 도망치고 싶어지는 인간적인 모습을 차분히 따라간다.

 

이야기는 재희 개인의 고통에만 머물지 않는다. 소라와 정수, 그리고 가로도에서 새롭게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해지며 서사는 다층적으로 확장된다. 각 인물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있으며, 재희와의 관계 속에서 조금씩 다른 선택을 보여준다. 이 만남들은 재희에게 위로이자 혼란이며, 동시에 삶의 방향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소설이 인상적인 이유는 많은 독자가 예상할 법한 전개를 과감히 비껴간다는 점이다. 좌절 이후의 화려한 재기, 다시 한 번 정상에 오르는 서사는 이 작품의 중심이 아니다. 대신 자신의 전부였던 꿈을 포기해야 하는 사람의 심정, 그리고 딸의 성공을 위해 자신의 삶을 희생해온 부모가 마주해야 하는 공허와 상실이 깊이 있게 그려진다. 누구의 선택이 옳고 그르다고 단정하지 않은 채, 각자의 자리에서 느끼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태도가 오래 여운으로 남는다.

 

『체이스』는 결국 ‘계속 달려야만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소설이다. 때로는 멈추는 것이, 혹은 다른 길을 선택하는 것이 패배가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을 조심스럽게 말한다. 그러나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선택인지 역시 숨기지 않는다. 그래서 이 소설은 위로라기보다, 삶을 정직하게 바라보게 만드는 이야기로 다가온다.

 

재희의 새로운 출발에 조용히 박수를 보내며 책을 덮는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나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하는 장애물을 만났을 때 끝까지 버텨야 할지, 아니면 방향을 바꿔야 할지. 『체이스』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대신해 주지 않지만, 충분히 고민해 볼 용기는 건네준다. 그 점에서 이 소설은 속도감 넘치는 이야기이면서도, 가장 느린 질문을 남기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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