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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의 습격 - 급변하는 돈의 가치 속에서 부를 지켜라
마크 블라이스.니콜로 프라카롤리 지음, 서정아 옮김, 신동준 감수 / 21세기북스 / 2025년 11월
평점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마크 블라이스의
『인플레이션의 습격』은 우리가 익숙하게 받아들여 온 인플레이션 담론을 근본부터 흔드는 책이다. 저자는 인플레이션을 단순한 물가 상승이나 통계
수치의 문제가 아니라, 누가 비용을 부담하고 누가 보호받는가라는 분배의 문제로 끌어올린다. 이 지점에서 이 책은 기존의 경제학서들과 분명히
구별된다.
우선 인플레이션의
정의부터 새롭게 제시된다. 인플레이션은 화폐 가치가 하락해 물가가 오르는 현상이지만, 저자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현대 사회에서 인플레이션이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단순한 경제 변동이 아니라 사회적 질서와 권력 구조를 재편하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공급망 붕괴, 에너지 가격
급등, 전쟁과 팬데믹 같은 외부 충격이 겹치며 인플레이션은 불가피한 결과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그 충격을 누가 감내하느냐는 전혀 다른 문제다.
블라이스가 특히
강조하는 차별점은 인플레이션을 숫자의 문제가 아닌 정치경제학의 문제로 다룬다는 점이다. 물가 상승은 계층 간 갈등의 무대로 확장되고, 임금
노동자와 자산 보유자, 채무자와 채권자 사이의 균열을 드러낸다. 인플레이션은 자산의 가치뿐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의 규칙 자체를 다시
조정하는 과정인 셈이다.
책의 목차 구성 역시
이런 메시지를 명확히 전달한다. 역사적 사례에서 출발해 정책 대응, 그리고 그 이면에 숨겨진 권력 관계로 이동하는 구조는 독자로 하여금 “왜
항상 같은 해법이 반복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한다. 특히 ‘그들이 말하지 않는 인플레이션에 관한 다섯 가지’는 인플레이션 논의가 얼마나
선택적으로 이루어져 왔는지를 보여준다. 그중에서도 중요한 지점은, 인플레이션의 원인이 항상 과잉 수요나 임금 상승에만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금리 인상이 대표적
대응책으로 등장하는 이유 또한 이 책에서 비판적으로 다뤄진다. 금리 인상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도구이지만, 동시에 실업과 경기 둔화라는
비용을 특정 계층에 전가한다. 하이퍼인플레이션 역시 신화처럼 소비되지만, 저자는 그것이 극단적 통화 남발의 결과라기보다 국가 신뢰 붕괴와
정치적 실패의 산물임을 짚는다.
결국 블라이스는
묻는다.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은 과연 물가와의 싸움인가, 아니면 계층 간 전쟁인가. 그리고 지금 우리는 정말 인플레이션 시대의 끝에 와 있는가.
그의 답은 단순하지 않다. 인플레이션은 반복될 것이며,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이해하고, 누구에게 비용을 전가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의 습격』은
경제를 숫자로만 바라보는 시선에서 한 걸음 물러나, 경제가 곧 정치이며 삶이라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인플레이션을 이해하고 싶다면,
그리고 그 이면의 권력 구조까지 읽어내고 싶다면 이 책은 충분히 도발적이고도 유효한 안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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