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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작가의 사유와 글쓰기
김보영 지음 / 디플롯 / 2025년 11월
평점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책장을 펼치기 전, 먼저 시선을 붙잡는 것은 표지다. 우주와 천리안, 밤하늘과 마술을 연상시키는 은유적 이미지가 겹겹이 얹혀 있어, 마치 한 편의 SF 세계가 표지 위에서 응축된 듯하다. 이 신비로운 분위기만으로도 ‘사유와 글쓰기’라는 제목이 품고 있는 깊이가 자연스레 기대된다.
저자는 한국을 대표하는 SF 작가 중 한 사람으로, 날카로운 상상력과 치밀한 서사가 괜찮다는 평이 많다. 그런 그가 ‘SF 작가의 글쓰기’라는 주제를 꺼내 들었다는 점에서, 단순한 창작 지침서가 아니라 작가의 내밀한 사고 방식에 더 가까운 책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실제로 이 책은 소설 분야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초보자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을 만큼 부드럽고, 일반적인 문학 이론을 반복하는 대신 저자가 직접 쓰고 실패하고 다시 쌓아 올리며 깨달은 방식을 담아낸다.
가장 인상적인 점은 글쓰기 조언을 건조한 이론이 아닌 에세이의 형식으로 풀어낸다는 것이다. 때로는 담백하게, 때로는 위트를 섞어가며 “왜 내가 쓴 글은 잘 쓴 것처럼 느껴질까?” 같은 본질적인 질문을 건넨다. 저자는 글쓰기의 기초가 타인을 이해하는 데 있다고 말한다. 독자는 나와 다른 존재이며, 글은 그 간극을 좁히는 작업이기 때문에 소리 내어 읽어 그 거리를 확인하라고 권한다.
특히 ‘이중 구조로 전달하기’라는 조언은 소설가가 아니더라도 깊이 있게 다가온다. 이야기를 하나의 줄이 아닌 두 줄로 구성하여, 독자가 직접 보지 않아도 이해 가능한 이중 서사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부분은 서사의 숨은 층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깨닫게 한다. 이는 단순한 기교가 아니라 세계를 다층적으로 바라보는 사유의 훈련에 가깝다. 물론 말처럼 쉽지는 않겠지만, 도전할 가치는 충분하다.
또한 퇴고와 평가 받기의 기술, 글이 끝나는 지점, 완벽함이 아닌 매력의 중요성 등 창작자가 반드시 마주하게 되는 고민들도 차분히 풀어낸다. 글은 끝없이 훑고 다듬는 과정 속에서 살아나며, 너무 완벽한 글은 오히려 독자를 밀어낸다는 통찰은 오래 남는다. 여담처럼 보이지만 SF 독법에 대한 질문, 창작에 필요한 태도, 장르가 발전하기 위한 고민까지 담아내며, 작가의 시선이 어떻게 세계를 해석하고 확장하는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결국 저자는 “작법을 알고, 미망을 버리고, 몰입할 것”이라는 단순하지만 핵심적인 원칙을 강조한다. 글을 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머리로 계산하는 기술이 아니라, 자신을 넘어서게 만드는 깊은 몰입의 순간이라는 메시지다. 이 책은 글쓰기를 두려워하는 사람에게는 방향을 밝혀주는 등불이 되고, 창작을 지속하려는 이에게는 다시 펜을 들게 하는 힘을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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