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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본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 1888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ㅣ 더스토리 착한책 프로젝트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장영재 옮김 / 더스토리 / 2025년 11월
평점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러시아 문학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스치듯 지나가는 이름, 톨스토이. 인간 영혼을 꿰뚫어 보는 깊은 통찰과 담백한 문장으로 시대를 넘어 사랑받는 그의 작품은, 삶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힘을 지닌다.
이번에 접한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1888년 초판본의 베이지색 표지를 그대로 재현한 아담한 책으로, 단정한 문양 속에 오래된 고전의 숨결이 묻어난다. 구성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사람에게는 얼마나 많은 땅이 필요한가>를 비롯한 여덟 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짧지만 단단한 메시지가 서늘하게 남는 작품들이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단연 표제작인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다. 신의 관점에서 인간을 바라보는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실은 우리가 잊고 사는 본질을 되묻는다. 사람의 마음속에는 무엇이 있는가,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이 세 가지 질문은 인간이 타인을 통해 사랑을 배우고, 함께 살아가며 완전해진다는 단순하지만 근원적인 진리를 밝혀낸다.
또 다른 단편 <세 가지 질문>에서는 한 인간이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을 찾아가는 여정을 통해 ‘지금, 함께, 선행’이라는 세 축을 명확하게 제시한다. 가장 소중한 순간은 미래가 아니라 바로 지금 이 순간이며,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눈앞에 있는 사람, 그리고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그 사람에게 베푸는 작은 선이라는 메시지는 묵직한 울림을 남긴다.
<달걀만 한 씨앗> 역시 기억에 오래 남았다. 자신의 힘으로 살아가지 않고 남의 것을 넘보는 태도가 어떤 결과를 낳는지를 세 명의 부자를 통해 보여주는 이야기로, 욕망과 허영이 어떻게 인간을 변화시키는지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짧은 우화 같지만 인간 본성의 어두운 밑바닥을 비추며 깊은 반성을 이끈다.
작품 전반에 하나님의 말씀이나 종교적 맥락을 깔고 있기에 다소 부담을 느낄 독자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안에 담긴 핵심은 결국 ‘사람답게 산다는 것’에 대한 고요한 성찰이다. 어려운 철학도, 장엄한 서사도 없다. 단지 소박하고 진솔한 이야기 속에서 톨스토이가 평생 붙들었던 인간다움의 가치를 다시 바라보게 한다. 얇지만 마음에 오래 머무는 귀한 고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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