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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 우정과 무가치한 연애들 - 연인도 부부도 아니지만 인생을 함께하는 친구 관계에 대하여
라이나 코헨 지음, 박희원 옮김 / 현암사 / 2025년 9월
평점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라이나 코헨의 『낭만적
우정과 무가치한 연애들』은 사랑이라는 주제에 오래된 질문을 던진다. "우정도 사랑의 한 방식일까?"라는 물음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사회와 문화가 정해놓은 관계의 경계에 도전하는 질문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연애만이 인간관계의 정상적이고 바람직한 형태라는
전제를 의심하며, 우정과 연애의 사이, 혹은 그 바깥에서 존재할 수 있는 다양한 관계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책의 핵심은 ‘우정이
연애보다 덜 가치 있는가?’라는 문제 제기다. 저자는 친구와의 관계가 단순히 연애의 대체재가 아니라, 그 자체로 풍부하고 의미 있는 삶의 한
방식임을 보여준다. 이를 위해 동성 간의 친밀감, 레즈비언 공동체에서 형성되는 특별한 유대, 그리고 전통적인 이성애 중심 사회가 쉽게 인정하지
않는 다채로운 관계들을 사례로 제시한다. 특히 서구 사회의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도 여전히 관계의 규범은 연애 중심적으로 짜여 있음을
지적하며, 독자에게 생각의 전환을 촉구한다.
한국 사회라는 맥락에서
읽을 때 이 책은 더욱 도전적이다. 아직도 유교적 가치가 강하게 남아 있는 환경에서 남녀 사이의 우정을 인정받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저자가
강조하는 ‘관계의 다양성’과 ‘친밀감의 재정의’는 연애 지상주의를 넘어, 인간이 맺을 수 있는 폭넓은 연결을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 “연애는
우정보다 특별하지 않다”라는 문장은 책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문장으로, 독자의 마음에 오래 남는다.
다른 책들과의 차별점은
단순한 연애 조언서나 인간관계 지침서가 아니라, 사회학적 통찰과 개인의 삶을 아우르는 관계 철학을 제시한다는 점이다. 이 책은 관계의 가치를
순위 매기는 대신, 우정과 사랑이 서로 다른 결을 지닌다는 사실을 차분하게 보여준다.
책을 덮고 나면
‘사랑하지 않아도 충분히 서로의 삶에 깊이 스며들 수 있다’는 메시지가 남는다. 나아가 나 자신의 인간관계를 돌아보며, 어떤 친밀이 진정한
나를 지탱해 주는가에 대해 사유하게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는 여전히 우정보다 사랑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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