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얼굴
이현종 지음 / 모모북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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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작품은 시간여행이라는 소재를 빌려 인간의 관계와 기억의 무게를 이야기한다. 저자는 “과거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직면하고 이해하는 것”이 현재를 살아가는 힘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숨겨진 얼굴이란 타인의 진짜 모습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스스로 감추어온 자기 내면의 모습일 수도 있다.

 

또한 인간이 벗어나기 어려운 욕망과 탐욕, 그리고 그로 인해 뒤틀리는 운명이 어떻게 삶을 흔드는지를 드러낸다. 진실을 외면한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결국 부메랑처럼 되돌아와 개인과 관계를 흔든다는 점을 작품은 강하게 일깨운다.

 

소설은 현재의 평범한 일상 속에서 감춰진 또 다른 ‘얼굴’을 드러내며 전개된다. 주인공은 특정한 사건을 계기로 과거와 연결되는 길을 마주하게 되고, 육체가 아닌 정신만이 시간의 벽을 넘어서는 독특한 방식으로 잊힌 인연과 마주한다. 개인적 기억과 집단적 서사가 교차하면서 결국 인간 내면에 숨겨진 진실이 드러난다.

 

시간여행을 다룬 기존 작품과 비교해보면 차이가 뚜렷하다. 영화 〈어바웃 타임〉은 사랑하는 이를 지키려는 과정 속에서 현재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소설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작은 사건을 바꿀 수 있으나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의 무게를 보여준다. 이와 달리 <숨겨진 얼굴>은 정신만의 이동을 통해 과거와 접속한다는 점에서 신선하다. 특히 작은 에너지를 모아 낙엽을 흔들거나 바람을 일으키는 장면은 과거에 직접 개입하기보다는 ‘신호’를 남기는 방식으로 차별성을 지닌다.

 

정신만 과거로 보낸다는 설정은 과학적 개연성보다는 문학적 장치로 기능한다. 일부 독자에게는 설득력이 부족해 보일 수 있으나, 시적 상상력으로 접근하면 상징적 울림을 준다. 낙엽 하나가 흔들리는 작은 기적이 때로는 운명을 바꾸는 신호가 될 수도 있다는 발상은 인간이 간직한 욕망과 집착을 비유적으로 드러낸다. 결국 이 소설은 시간여행이라는 익숙한 소재를 내면 탐구의 장치로 삼아, 인간이 감추고 싶었던 얼굴을 독자 앞에 내보인다.

 

읽고 나면 ‘시간을 건너서라도 전하고 싶은 마음’이 얼마나 인간적 욕망인지, 그리고 그것이 때로는 운명을 왜곡시킨다는 사실을 곱씹게 된다. <숨겨진 얼굴>은 그 욕망과 진실이 맞부딪칠 때 비로소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지를 묻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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