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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을 긋다 - 서예와 캘리그라피에서 인생을 배우다
이경화 지음 / 머메이드 / 2025년 7월
평점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서예는 붓과 먹을
사용해 글자를 쓰는 전통 예술로, 단순한 글씨가 아니라 마음과 몸이 합쳐져 표현되는 종합적인 예술이다. 그러나 현대인들에게는 시간이 많이
들고, 생활 속에서 직접 사용할 기회가 적어 점차 멀어지고 있다. 디지털 기기의 보편화로 손글씨의 필요성이 줄어든 것도 이유 중 하나다.
저자는 서예라는 매개를
통해, 한 사람이 어떻게 자기 안의 선을 찾고 그려 나가는지를 담담히 이야기한다. 먹물이 번지고 붓끝이 흔들리는 순간, 우리는 어쩔 수 없는
인간적인 결을 마주한다. 서예는 그 결을 억누르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한다. 저자의 글은 마치 속삭이듯, “한 줄의 선도 결국
나라는 사람의 길”이라고 말한다.
많은 예술 에세이가
창작의 영감이나 결과물을 중심으로 풀어가는 데 비해, 이 책은 ‘과정’과 ‘멈춤’을 이야기한다. 완벽한 선을 그리기보다, 삐뚤거나 번진 획
속에서 발견한 진실을 더 소중하게 여긴다. 결과보다 과정이 더 큰 울림을 주는 글, 그게 이 책의 결이다.
기억에 남는 장면은
“일상을 바꿀 수는 없지만 서예는 나를 변화시켰다.” 현재의 배움이 다음 생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상상은, 배움이 단순한 기술 습득이 아니라 삶의 태도임을 보여준다.
마라톤을 달리듯,
서예도 지루하고 힘든 구간을 지나야 완성된다. 중간에 붓을 내려놓고 싶어도, 한 번만 더, 한 줄만 더 이어가는 힘. 그것이 완주의 의미다.
여백은 단순한 빈칸이
아니라, 숨이 트이고 생각이 머무는 공간이다. 채우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살아나는 것들, 그것이 여백의 생명력이다.
기억에 남는 문장은 “여백은 비어 있기에 살아
있다.” 짧지만 오래 맴도는 문장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순간에도 삶은 숨 쉬고 있다는, 느림과 비움의 가치를 전한다.
책을 읽는 내내, 먹물이 번진 종이 위를 천천히 바라보는 기분이었다. 불완전함이 주는 평온, 삐뚤어진 선에서 느껴지는 인간적인
아름다움. 서예라는 매체가 낯선 사람에게도 이 책은 ‘한 줄 긋기’의 단순한 행위 속에 숨어 있는 깊이를 보여준다. 무언가를 잘하려는 마음보다 한 번이라도 더 천천히, 깊게, 그리고 나답게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스민다. 아울러, 작가의 멋진 작품을 감상하는
일은 이 책이 주는 또 하나의 선물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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