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어보지 말 것 - 미니어처 왕국 훔쳐보기
쓰네카와 고타로 지음 / 그늘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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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쓰네카와 고타로는 1973년 도쿄에서 태어나 다이토분카 대학 경제학부를 졸업한 일본의 소설가다. 그는 여행을 통한 개성 넘치는 경험을 바탕으로, 현실과 환상, 인간의 내면을 아우르는 독특한 세계관을 펼쳐 보인다. 데뷔작 《야시》로 제12회 일본호러소설대상을 수상하며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천둥의 계절》, 《금색기계》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상상력과 섬세함이 담긴 스토리텔링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출간된 《열어보지 말 것》은 ‘미니어처 왕국’이라는 설정을 바탕으로, 상자 속 작은 세계를 통해 인간 본성과 존재의 의미를 탐구하는 판타지 소설로, 옴니버스형 여섯 개의 단편이 하나의 세계관으로 촘촘히 엮여 있다

 

《열어보지 말 것》은 단순한 모험 서사나 명확한 권선징악 구조를 택하는 일반적인 판타지 소설과는 다르게, ‘관찰자’의 시선에서 인간과 사회에 대한 존재론적·윤리적 질문을 던진다. 또 각각의 단편이 독립적이면서도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 거대한 시뮬레이션 세계처럼 느껴진다.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는 이 소설의 미니어처 왕국은 독자가 마치 ‘신’이 되어 상자 속 세계를 지켜보는 느낌을 선사하며, 각 이야기의 결말은 독자의 해석에 여운을 남긴다. 모험보다는 사색과 성찰에, 영웅보다는 ‘관찰자’와 ‘선택의 책임’에 더 집중한다는 점이 기존 판타지 및 환상문학과 뚜렷하게 구별된다.

 

저자는 이 소설을 통해 ‘상자를 열어보는 선택’, 즉 인생에서 마주하는 미지와 변화에 직면하는 용기, 확실하지 않은 세계에 대한 호기심, 그리고 개입과 관찰이라는 인간의 복잡한 심리 구조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상자를 열면 예상치 못한 위험이 도사릴 수도 있지만, 열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메시지는 선택과 책임, 그리고 인생의 무수한 가능성 앞에서 우리가 취할 수 있는 태도에 대해 은유적으로 질문한다. 관찰자로 머무를 것인지, 참여자로 나설 것인지에 대한 사유를 던진다.

 

현대인은 끊임없는 불확실성과 정보의 홍수, 그리고 안정적이고 안전한 선택에 대한 욕구 속에서 살아간다. 저자가 던지는 ‘상자를 열어볼 것인가, 관찰자로 남을 것인가’라는 질문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불확실을 회피하고 예측 가능한 결과만을 좇는 일상에서 실천하기 쉽지 않다.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 변화의 첫발을 내딛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열어보지 말 것》을 읽고 난 후, 단순한 판타지의 재미를 넘어 깊은 사유의 여운이 오래 남는다. 상자 속 세계를 지켜보는 동안, 내 안의 ‘관찰자’와 ‘참여자’ 사이에서 고민하게 만든다. 소설은 경쾌하게 흘러가면서도 어딘가 가슴에 묵직함을 남기며, 각 단편의 결말마다 얻는 작은 깨달음들이 하나의 거대한 인생 질문으로 이어진다.

 

‘열어보지 말 것’이라는 경고에 담긴 온갖 의미와, 선택과 책임의 무게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인간의 본질까지 새삼 생각하게 한다. 끝내 상자를 열든, 열지 않든, 이 책은 독자 스스로 자기만의 결론을 내릴 수 있게 여백을 남긴다는 점에서 오랜 여운을 주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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