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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공부 - 똑바로 볼수록 더 환해지는 삶에 대하여
박광우 지음 / 흐름출판 / 2024년 12월
평점 :

전략 공부, 마케팅 공부, 시간관리 공부들은 들어 봤지만 죽음공부라니… 낯설게 느껴지는 단어이니 만큼 호기심이 생겼다. 어떤 내용을 담았을까
가천대학교 길병원 신경외과에서 환자들을 만나고 있고, 말기 암, 파킨슨병 명의로 알려진 박광우 교수님이 일종의 화자다.
오랜 시간 진료하며 마주쳤던 환자들, 보호자들에게서 느낀 감정, 배운 것들을 진솔하게 전한다.

죽음. 사실 이 단어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살기에도 바쁜 이 세상에서 죽음이라니.
그런데 저자는 존엄한 죽음을 맞이 하기 위해서는 죽음에 대해 공부하고, 죽음의 관점에서 현재의 삶을 다시 해석해야 한다고 말한다. 어떤 의미일까.
사실 내용이 가볍지는 않다. 죽음을 앞둔 환자들과 힘들고 지친 보호자들의 이야기가 계속 이어지기에 가벼울 수가 없다. 무겁고 우울한 쪽에 가깝다.
그럼에도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 병 자체 보다는 환자의 관점에서 접근하려는 저자의 진료에 감탄했고, 존경스러웠다.
죽어가면서도 가족을, 남아 있는 사람들을 생각하는 환자의 마음에 따뜻함을 느꼈고, 조금이나마 아프지 않기를 마음속으로 빌었다.
죽음을 대하는 방법은 모두 달랐다. 객관식 시험지에는 정답이 정해져 있지만, 어떤 죽음을 선택하느냐 하는 것은 오롯이 환자의 몫이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죽음을 선택할 수 있을까. 꼭 몸이 아프고 임종 직전에만 죽음의 방법을 선택할 수 있을까. 아니면 지금도 가능한 것일까.
'살아 있는 사람이 죽은 사람을 기억하지 못하면 사후 세계에서 죽은 자가 영원히 사라진다'는 대목이 있다.
그래서 '죽음 이후에 남는 것은 결국 남은 사람들의 기억 뿐이다'라는 말에 공감한다.
영혼은 형체가 없고, 육신도 없으니 죽음 이후는 남은 사람들의 영역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그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고 싶은가?
기억되고 싶은 대로 다른 사람들을 대하고, 내 삶에 흔적을 새기는 것도 죽음공부의 하나가 될 것이다.
누군가가 아프면 당연히 아픈 사람에게 시선이 간다. 그 뒤에 조용히 서 있는 보호자의 아픔에는 관심이 없다.
초반부터 너무 열정적으로 간호하고, 환자 상태에 일희일비하며 오버하는 보호자에게 저자는 말한다 "부디 지지치 않으셨으면 합니다"
어쩌면 환자와 보호자는 동행자다. 병이란 쉽게 고쳐지지 않기에 긴 길을 함께 걸어갈 각오를 하고 속도를 맞춰야 한다.
환자도 잘 먹어야 하지만, 보호자도 잘 먹고 잘 쉬어야 한다. 서로 기대며 함께 걸어가는 것도 행복한 죽음을 준비하는 삶일 것이다.
'죽을 권리'는 어렴풋이 들어는 봤지만, 이번에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연명의료결정제도'는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가 의학적으로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받지 않을 수 있도록 선택하게 하는 제도이다.
의식도 없고, 몸도 움직일 수 있는데 인공호흡기에 의지하여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다면, 이것은 인간의 삶이라고 할 수 있을까
Euthanasia, 아름다운 죽음. 그리스 로마 시대 귀족들은 불치병 판정을 받거나 죽음을 예감하면 지인들과 인생의 아름다움과 덧없음을 이야기하며
포도주와 함께 독약을 마셨다고 한다. 독약까지는 아니지만 죽음의 순간 만큼은 스스로 선택하고 싶다.
파킨슨병을 앓는 85세의 여자 환자가 있다. 환자의 남편은 백발의 할아버지이다.
손을 마주 잡고 진료실을 걸어 들어오는 모습에서 저자는 젊은 시절부터 동고동락하며 오랜 시간을 쌓아온 애정을 느꼈다고 했다.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나 이지만, 죽는 그 순간에 나의 곁을 지켜 줄 누군가가 있다는 것. 그것 또한 행복한 마무리이지 않을까.
누구나 죽음을 피할 수는 없다. 저자가 말한 죽음공부라는 것은 결국 '살아 있는 동안 어떠한 삶을 살지 고민하고 실천하는 과정'이 아닐까.
온전히 나의 인생을 살고, 행복하게 즐기며 의미 있는 흔적을 남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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