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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와 함께 읽는 동화 - 동화 인문학
이일야 지음 / 담앤북스 / 2024년 9월
평점 :

<철학자와 함께 읽는 동화>는 '마음 읽기'와 관련된 15개의 동화와 '관계 읽기'에 관련된 15개의 동화를 소개하며, 각각의 이야기를 철학자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재해석한다.
동화라고 가볍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자기 자신과 세상에 대해 이해하고 성찰함으로써 자신의 삶과 가치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일방적인 전달이 아니라 다양한 측면에서 철학적인 질문을 하여 독자들이 자신의 철학적 사고를 향상 시킬 수 있도록 돕는다.
몇 가지 기억에 남는 동화를 정리하자면...
'질투'를 애기한 [흥부와 놀부]
놀부는 굉장히 부자이다. 굳이 제비 다리를 부러뜨리고 박씨를 기다리지 않아도 될 만큼은 먹고 산다. 그럼에도 그런 행동을 한 이유은 바로 '질투' 때문이다.
인스타그램을 보고 자존감이 떨어진다는 사람이 많다. 바로 나와 타인의 모습을 비교하기 때문이다. 설령 진실은 다르더라도 우선은 SNS에서 보이는 그 모습에 남을 부러워하고 질투하며, 나의 처지를 비관하는 것이다.
저자는 질투란 '내가 주인공이 되고자 발버둥치는 행위'라고 말한다.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공동주연임에도 불구하고, 단독주연이 되어 스포트라이트 받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모두가 공동주연임을 인정해야만 기쁜 일에 함께 기뻐하고, 불행한 일에는 함께 슬퍼하며 도와주려는 마음이 생길 수 있다.
'배려'를 애기한 [여우와 두루미]
두루미를 초대했지만, 넓고 납작한 접시에 음식을 담았기에 두루미는 전혀 먹지 못한다. 그리고 이번에는 좁고 길쭉한 병에 음식이 담겨 여우가 먹지 못한다.
과연 여우와 두루미는 서로에게 악감정을 가지고 있었기에 이런 행동을 했을까. 물론 두루미는 여우에게 당한 것이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이해를 하지만, 여우가 처음부터 두루미를 놀릴려는 마음이 있었던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상황이 이렇게 악화된 것은 바로 상대가 아닌 자신의 관점으로, 상대를 이해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을 배려했다고 한다.
진짜 배려란 나의 입장이 아닌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마음 씀씀이이고, 내가 아니라 타인이 만족하고 행복해 할 때 비로서 배려가 전달 되었다고 보는 것이 맞다.
그래서 연인 사이에서도 배려 없는 사랑이란 가면을 쓴 폭력이자 조롱일 뿐이라는 저자의 말이 깊게 와 닿았다.
'효'를 애기한 [청개구리]
청개구리 이야기는 여우와 두루미 이야기와 유사한 면이 있다.
엄마 개구리는 청개구리가 반대로 행동할 것으로 생각했기에 냇가에 묻어달라고 유언했지만, 청개구리는 자신의 행동을 뉘우치고, 마지막 유언을 그대로 지킨다. 그리고 비만 오면 무덤이 떠내려갈까 걱정한다.
효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진정한 효란 무엇일까. 바로 타인의, 즉 부모의 숨겨진 욕망을 살피는 것에 있다. 다만, 부모님은 자녀에게 부담줄까봐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지 않는데, 이 때는 나의 욕망을 살펴보면 된다. 내가 여행을 좋아하면 부모님도 여행을 좋아하실 거고, 청소나 빨래 등을 힘들어하면 부모님 역시 그런 것들을 힘들어 하실 것이다.
진정한 효를 실천하는 것은 부모님의 욕망을 잘 파악하는데 핵심이 있다.
'성실'을 애기한 [개미와 베짱이]
책에 수록된 여러가지 동화 중에서 어쩌면 지금 세대가 가장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야기가 아닐까 한다.
비트코인, 떡상, 한 방에 익숙한 요즘의 시각에서는 무더운 여름날 땀 흘리며 일만 하는 개미가 이해 안 갈 수도 있다. 특히나 개천에서 용 나는 일이 불가능해진 오늘날에는 더더욱 감동을 주기 힘들다.
그래서 저자는 '성실함'을 이야기한다. 여름날 하루 종일 일한다는 행위 자체가 아니라 묵묵히 흘린 땀방울에서 인간만이 느낄 수 있는 삶의 의미로 해석한다. 그래서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고, 그 결과를 기다린다는 옛 선인들이 지향하는 삶의 방식을 한 번 더 강조한다.
단순한 교훈 전달을 넘어 깊이 있는 성찰과 삶의 의미를 발견하도록 돕는 책이라고 할 수 있고, 독자들은 이러한 과정 속에서 기존에는 보지 못했던 동화의 아름다움을 다시금 발견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이와 함께 읽거나, 공유하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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