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사복청 숙소 뜰에는 달빛이 은가루를 뿌린 듯 깔려 있었다. 채윤은 반들반들 닳은 돌 축대를 올라 툇마루에 걸터앉았다. 지난 닷새 동안의 피로가 물살처럼 밀려왔다. -94쪽
자신의 신음소리에 놀란 채윤은 흠칫 정신이 들었다. 제일 먼저 숙직각의 높은 대들보와 서까래가 눈에 들어왔다. 이어 가물거리는 눈꺼풀 너머로 아리따운 여자의 모습이 어렴풋이 보였다. 그건 분명 대전 나인 소이였다. 그런데 소이가 어찌 겸사복 숙직각에 있단 말인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것인가?-10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