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함대는 거대한 성처럼 떡 버티고 서 있었다. 조금의 흔들림도 보이지 않았다. 하얀 꼬리를 그리며 미친 듯 도망치던 조선 수군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학의 날개엔 살벌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이순신 장군이 활을 쏘던 모습이 퍼뜩 노빈손의 뇌리를 스쳐 갔다. 팽팽한 활시위, 파르르 떨리는 굵은 팔의 근육! "굉장하다......" 왜군 하나가 자기도 모르게 감탄을 했다.-106쪽
펑펑! 폭발음과 함께 불길이 솟구쳤다. 컴퓨터 그래픽처럼 화려하게 흩날리던 온갖 깃발과 휘장들도 시뻘건 화마의 날름거리는 혓바닥에 휘말려 들어갔다.-119쪽
아까마꼬 또마꼬의 두 손이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그는 한 줄기 눈물을 흘리더니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그의 칼이 서서히 아래로 내려갔다. "네가 이겼다." 그는 천천히 노빈손에게 다가와 칼을 건넸다. 노빈손은 허공을 향해 칼을 번쩍 들어 보였다. "와~!" 조선군의 함성이 배 너머에서 들려왔다. 마이클이 일어나 달려오더니 노빈손을 와락 끌어안았다. 마이클의 두 눈에서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159쪽
"빈손아, 최선을 다해 싸우자. 나 또한 목숨을 걸고 싸울 터이니. 이순신 장군님이 늘 하시는 말씀이 있다. 필생즉사,필사즉생. 살려 하면 죽을 것이오, 죽으려 하면 살 것이다. 절대 이 말을 잊어선 안 된다." 이해범의 표정이 유난히 비장해 보였다.-17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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