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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와 어? 인문과 과학이 손을 잡다
권희민.주수자 지음 / 문학나무 / 2020년 11월
평점 :
하루의 고된 육아를 마치고 소파에 앉아 jtbc에서 방송하는 '싱어게인'을 시청했다. '싱어게인'은 무명가수가 다시금 무대에서 노래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자 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지난 1라운드에서는 무명가수 1인이 혼자 나와서 무대를 꾸몄는데, 2라운드에서는 무명가수 2인이 한 팀을 이루어 듀엣으로 새로운 무대를 선사했다. 2라운드에서 무명가수가 듀엣을 이루어 노래를 부르니, 1라운드와는 전혀 다른 무대를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혼자였다면, 결코 부르지 않았을 노래와 하지 않았을 퍼포먼스를 두 사람이 함께 힘을 합쳐 시도하는 모습이 상당히 아름다웠다. 8명의 심사위원들도 1라운드보다 2라운드의 무대에 더 크게 감동받은 것처럼 보였다.
나는 '싱어게인'을 보면서 느꼈던 감동을 '아! 와 어?'를 읽으면서 비슷하게 느꼈다. 이 책 역시 부부인 주수자 작가와 권희민 교수가 듀엣으로 집필한 책이기 때문이다. 주 작가는 미술을 전공하고, 이후 문단에 등단해 소설과 희곡을 쓰는 현직 작가이고, 권 교수는 물리학을 전공하고, 삼성전자 부사장과 서울대 객원교수를 역임한 과학자이다. 내가 두 사람을 직접 만나지는 못했지만, 아마도 두 사람은 달라도 너무 다를 것이다. 작가와 과학자는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과 표현하는 방식이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두 사람이 결혼해 하나가 되었고, 각자의 달란트를 모아 '아! 와 어?'라는 책을 집필했다. 나는 '아! 와 어?'를 읽으며 과학과 문학의 아름다운 이중창을 듣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 책은 총 5장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1장은 '일상', 2장은 '우주', 3장은 '자연', 4장은 '인간', 5장은 '신비한 언어, 수'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책을 집필하며 남편인 권 교수는 주로 책의 구조와 얼개를 책임지고, 아내인 주 작가는 주로 책의 내용을 책임진 것으로 보인다. 나는 개인적으로 2장 '우주'의 내용이 상당히 과학적이면서도, 문학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이는 아마도 우주라는 공간이 가진 불확실성이 과학자에게는 탐구정신을 불러일으키고, 작가에게는 상상력을 자극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우주라는 공간은 그저 광활하고 무질서해 보이지만 나름대로 질서와 법칙에 따라서 해와 달과 별이 운행한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그 해와 달과 별의 움직임이 우리에게 새로운 깨달음을 준다.
"지구는 우주의 공간에서 매 순간 새로운 위치에 있다. 시곗바늘이 같은 원을 돌고 있는 것과는 전혀 다른 패턴이다. 시계바늘은 가운데 중점으로 두고 원운동을 하며 계속 제자리로 돌아오지만, 지구나, 행성이나, 은하는 절대로 같은 곳으로 돌아오는 반복을 하지 않는다. 우주 공간에서 지구의 여행이 바로 그러하다. 즉 지구의 위치는 늘 새로운 곳에 있다. 마치 거대한 강물이 흘러가듯 지구도 우주공간에서 한 번도 같은 위치에 머물지 않는다. 시시각각 지구는 우주에서 한 번도 가보지 않는 새로운 지점에 위치한다." (97쪽)
달은 지구를 공전하고, 지구는 태양을 공전한다. 그런데 태양 역시 자전과 공전을 하면서, 운하의 둘레를 돈다고 한다. 태양과 지구와 달이 항상 그 자리에 있는 게 아니라 매번 돌면서 새로운 곳을 간다는 과학적 사실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것은 태양과 지구와 달이 날마다 새로운 곳을 향하여 나아가듯이 우리의 삶 역시 어제가 다르고, 오늘이 다르고, 내일이 다르다는 것이다. 그리고 태양과 지구와 달이 미지의 공간을 향해 나아가는 것을 멈추지 않듯이 우리 역시 삶의 불확실성을 뚫고 새롭게 발걸음을 내디뎌야 할 것이다. 그게 바로 우주의 섭리이며, 삶의 기본 원리이다. 다시 돌아갈 수도 없고, 다시 돌아가서도 안되는 그곳으로 돌아가기 위해 애쓰는 삶이 아닌 이전에 가보지 못한 곳으로 쉼 없이 나아가는 게 바로 우리의 인생이 되어야 한다.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간다'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나는 이 말을 이렇게 바꾸고 싶다. '혼자 가면 매일 가본 길만 가지만, 함께 가면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간다'라고 말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다 보니 내가 이전에 한 번도 걷지 않은 길을 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종종 생긴다. 지금 이 시기에 새로운 길을 걷는 게 맞지만, 이전에는 한 번도 걷지 않은 길이기에 쉽게 확신이 서지 않는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며, 다시금 내가 새롭게 걷는 이 길의 가치에 대해서 믿음이 생기게 되었다. 지금 내가 걷는 이 새로운 길은 천지를 창조한 창조주의 질서에 부합한 길이라고 말이다. 창조주는 하늘의 해와 달과 별이 날마다 새로운 공간으로 가기를 원하셨다. 그리고 우리 역시 그렇게 살아가길 원하신다.
과학자의 체계성과 작가의 문학성이 어우러진 '아! 와 어?'는 왜 1+1이 단순히 2가 아니라, 3이 되고 10이 되고 100이 될 수 있는지 내게 알려주었다. 이 책을 통해 단순히 과학지식을 얻은 게 아니라, 불확실성이 가득한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인생의 지혜를 깨달은 것 같아 참으로 감사하다. 인문과 과학의 콜라보를 맛보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이 책에 담긴 과학지식을 다 이해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인상적인 한 문장만 마음에 품고 책을 덮을 수 있다면, 이 책을 읽은 시간이 그리 아깝지만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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