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의 말 - 지행 33훈과 생각이 녹아있는 천금의 어록
민윤기 엮음 / 스타북스 / 202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지난달 25일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이 사망한 이후, 그의 삶을 추모하는 언론의 보도가 계속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단편적인 언론 보도를 통해서는 이 회장의 진면목을 알기가 쉽지 않다. 아무래도 이 회장의 진면목을 알기 위해서는 그가 직접 했던 말을 통해서 그의 사상을 직접 대면해야 한다. 민윤기 시인이 엮고 스타북스에서 출간한 '이건희의 말'은 이 회장이 삼성을 이끄는 수장이 되고 나서부터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말한 여러 어록을 모은 책이다. 비록 이 책에 이 회장의 생애가 자세하게 언급되어 있지는 않지만, 최소한 이 책 한 권이면, 이 회장이 남겼던 촌철살인의 명구를 충분히 되새길 수 있을 것이다.

이 회장이 했던 말 중에 아마도 가장 유명한 말은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라는 말일 것이다. 이는 이 회장이 삼성전자의 신경영을 부르짖으며, 삼성전자의 구습과 체질을 바꾸고자 하는 열정에서 비롯된 말로 보인다. 일평생 이 회장의 열정이 가장 타오른 분야는 바로 반도체 분야였다. 사실 지금이야 삼성전자가 세계 1위의 반도체 기업이라고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처음 삼성전자가 반도체 분야에 뛰어들었을 때 삼성전자의 성공을 전망하는 사람은 당시에 이 회장 말고 없었다. 이 회장 말고 누구도 지금과 같은 반도체 기업으로서의 삼성전자를 상상하지 못했다.

"반도체 사업이 우리 민족의 재주와 특성에 딱 들어맞는 업종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젓가락 문화권이어서 손재주가 좋고, 주거생활 자체가 신발을 벗고 생활하는 등 청결을 매우 중요시한다. 이런 문화가 반도체 생산에 아주 적합하다." (185쪽)

이 회장의 이러한 판단은 적중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분야 후발주자였지만 꾸준히 반도체 기술력을 증진해 1994년 8월 29일에 세계 최초로 256M D 램을 생산하기에 이르렀다. 이날은 원래 1910년 8월 29일에 우리 민족이 일제에 강제 합병당한 국치일이었지만, 삼성전자는 일본을 극복한 극치일로 바꾸었다. 이 회장의 반도체를 향한 애정과 열정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삼성전자는 존재하지 않았을 수 있다.

이 회장의 어록을 살펴보면 미래, 인재, 도전이란 단어가 많이 등장하는 편이고, 자신의 생각을 주로 스포츠에 비유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이 회장은 삼성전자를 경영하며,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인 일본을 경쟁상대로 줄곧 생각했던 것 같다. 이러한 이 회장의 본심이 "레슬링이든 탁구든 사업이든 뭐든 일본만 이기면 기분이 좋다"라는 말에 잘 드러난다. 젊은 시절 레슬링 선수를 할 정도로 운동에 관심이 많았고, IOC 위원이 되어 평창동계올림픽을 유치하는 데도 일조한 이 회장은 대한민국의 프로 스포츠 문화가 형성되는데도 크게 기여했다.

이 회장 역시 사람인지라 살아생전에 좋은 일도 많이 했지만 나쁜 일도 여러 차례 가담했다. 나는 몇 년 전까지는 이 회장의 안 좋은 점을 유독 비판했지만, 조금 나이가 들고 보니 내가 과연 이 회장을 비판할 깜냥이나 되는지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이 회장은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말은 여전히 다시금 곱씹을만한 가치가 있다. 지금의 삼성전자가 있기까지 이 회장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삼성전자를 이끌었는지 알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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