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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탈출 - 일본 경제에서 찾은 저성장의 돌파구
박상준 지음 / 알키 / 2019년 8월
평점 :
일본과의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사회에서 일본을 객관적으로 알고자 하는 움직임은 찾아보기 힘들다. 도리어 자극적인 구호와 선동만이 난무할 뿐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 일본의 의도와 목적이 무엇인지 파악하고자 하는 시도조차 매우 드물다. 한국정부는 급기야 한국과 일본과의 한일군사 정보보호협정인 지소미아를 이번 주에 연장하지 않겠다고 밝혀 대다수 국민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앞으로 한국과 일본과의 관계가 얼마나 안 좋아질지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런 엄중한 상황에서 일본 와세다대에서 교수로 재직 중인 박상준 교수가 쓴 ‘불황탈출’이란 책은 한국사회에 여러모로 의미가 있는 책이라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이 책은 한국인으로서 일본사회를 최대한 객관적이면서도 자세하게 분석하여 쓴 책이기에 일본을 이해하는데 상당한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불황탈출’은 머리말을 제외하고 총 6장으로 되어있는데, 1장은 ‘한국을 강타한 재팬쇼크’, 2장은 ‘일본은 정말 불황에서 벗어났는가’, 3장은 ‘불황터널 안에 갇힌 한국’, 4장은 ‘일본은 어떻게 불황에서 벗어났는가’, 5장은 ‘일본 기업의 진화’, 6장은 ‘일본은 불황에서 무엇을 배웠는가’라는 소제목을 달고 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이 책만이 가지고 있는 장점 2가지를 발견했다.
첫 번째로 이 책은 최근 한국을 향한 일본의 경제보복이 과거 중국이 일본에게 보여준 경제보복과 매우 유사하다는 것을 자세하게 알려주고 있다. 즉 일본은 자신이 과거 중국에게 당한 것과 상당히 비슷한 방식으로 한국을 괴롭히고 있는 것이다.
“2019년 한국을 향한 일본의 공세는 2010년 일본을 향한 중국의 공세와 여러 면에서 닮았다. 일본은 자신이 당한 수법을 그대로 한국에 써먹고 있다. 아니. 9년 전의 경험에 더해 최근 미중 마찰까지 참고하면서 더 치밀하게 준비한 느낌이다.” (17쪽)
일본은 2010년 중국으로부터 희토류 수입을 규제당한 적이 있었다. 희토류는 말 그대로 아주 희소한 자원을 의미하는데, 반도체와 모터를 생산하는데 중국에서 나는 천연 희토류가 아니면 일본산업이 막대한 타격을 입게 된다. 중국이 2010년도에 일본에 희토류 수출을 규제한 것은 그 당시 중국이 일본을 제치고 G2로 올라서는 시점이었다고 한다. 중국은 그 당시 전략적으로 희토류 수출을 규제해 일본의 경제가 주춤하도록 막아섰고, 이 전략은 단기간 효과를 보았다고 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일본이 기술개발을 통해 희토류 수요를 줄이고 중국에서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더라도 끄떡없는 경제를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이와 같은 역사를 비추어 볼 때 한국이 일본의 수출규제를 통해 경제의 체질을 바꾸는 것은 불가피한 상황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중국이 일본을 공격하는 것과 일본이 한국을 공격하는 것은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르다. 일본과 한국의 경제력 차이가 크기 때문에 일본이 중국에게 희토류 수출 규제를 당하면서 기술개발을 했던 것처럼, 한국기업이 힘든 시간들을 버티며 기술개발에 성공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또한 한일간의 경제전쟁은 실상 역사전쟁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는데, 이 역사전쟁이 어떤 식으로든 해결되지 않으면 경제전쟁 역시 상당히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 할 수 없다.
두 번째로 이 책은 일본이 오랜 불황을 탈출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집단지성을 다양한 예시를 들어 설명한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소니, 히타치, 교세라와 같은 기업은 일본경제가 불황이었을 당시 기업의 미래를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위기를 맞이했다. 그 위기의 시기에 도산한 일본기업도 있지만 끝까지 살아남아 위기를 귀회로 삼은 일본기업도 여럿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일본기업의 대표적 불황탈출 전략을 소개하며 한국이 어떻게 불황탈출을 시도해야 할지 말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일본 기업 개혁의 발자취를 추적해보면, 전례나 관행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다.”(221쪽) 즉 히타치나 소니 등의 일본기업은 불황을 탈출하기 위해 과거의 실패를 바탕으로 새로운 기업문화를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전례나 관행을 벗어나는 역발상이 일본기업이 불황을 탈출하는 중요한 요소였다면, 한국기업이나 한국사회도 과거의 전례만을 그저 반복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시도와 도전을 통해 기존의 프레임을 깨는 것이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는데 핵심요소라 할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일본은 장차 한국이 마주하게 될 10년 후의 미래사회이고, 한국은 일본이 10년 전에 마주한 과거사회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한국경제가 당면한 어려움과 앞으로의 미래를 예측하는데 ‘불황탈출’은 작지만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지금 시기에 한국인들은 정치인의 감정적 선동보다 전문가의 합리적 진단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정치인은 무언가 생각하지 않고 그저 느끼는 데로 말하고, 전문가는 무언가 느끼지만 생각한데로 말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