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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공화국 북조선 탈출 - 1급 설계원.보위부 비밀요원의 자유.인권.민주주의 향한 여정
한원채 지음 / 행복에너지 / 2019년 6월
평점 :
‘노예공화국 북조선 탈출’을 작가가 머릿속으로 상상해서 쓴 소설이 아니라 실제 작가가 북한에서 피와 땀과 눈물을 흘리며 경험한 것을 쓴 책이다. 이 책의 저자인 한원채 씨는 1943년에 함경남도 흥남시 출생해 인생의 대부분을 함북 길주팔프련함기업소에서 일하며 살았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에 북한에서 발생한 대기근으로 인해 한 씨 일가족은 중국으로 탈북을 감행하게 되었다. 한 씨 일가족이 중국에서 보낸 1년 반가량의 생활은 상당히 경제적으로 안정적이었다. 그곳에 머무는 동안 한 씨 일가족이 굶어죽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1년 정도 지난 후에 한 씨는 중국에서 불시에 붙잡혀 강제북송을 당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많은 구타와 폭행을 당하게 되었다. 그러한 비참한 상황에서 한 씨는 기적적으로 다시 북한을 탈출해 중국에 들어갔는데 거기서 며칠 있다가 다시 중국공안에 붙잡혀 강제북송 되고 말았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한 씨가 그러한 절망적인 상황에서 다시 북한을 탈출했다는 것이다. 그 탈출 이후에 한 씨는 자신이 북한의 감옥과 수용소에서 경험했던 것을 글로 옮겨 적었는데 그 글이 바로 ‘노예공화국 복조선 탈출’이란 제목으로 국내에 출간되었다. 이 책은 전체 5장으로 되어있는데, 1장은 시련, 2장은 탈출, 3장은 만장, 4장은 량강도, 5장은 광명이란 제목이 각각 붙어 있다. 책의 말미에는 한 씨의 딸인 한봉희 씨가 쓴 자녀 후기가 간략하게 실려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처음 든 생각은 참으로 북한의 권력층이 같은 동족에게 몹쓸 짓을 많이 한다는 것이었다. 일제 강점기에 일제가 우리민족을 압제한 것은 민족이 달라서라고 말하겠지만, 북한에서 같은 민족끼리 이토록 사람을 억압하고 노예화하는 것은 그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 될 수 없다. 이 책의 저자 역시 북한에서 수감되고, 폭행을 당하고, 사형에 처해지는 수많은 사람들이 과연 누구의 죄로 인해 그러한 처우를 받아야 하는지 책에서 울분을 토한다.
“우리에게 무슨 죄가 있단 말인가! 살기 위해, 먹기 위해, 부모처자를 살리고 내가 살기 위해, 삶의 원천을 찾아 월경을 했고, 장사도 했고, 외국의 친척을 찾아간 것인데, 이게 왜 죄가 된단 말인가! 감방 안에 감금되어 죄수 밥 먹으며 살아야 할 자들은 바로 다름 아닌 정부와 당국자 너희들이다. 일을 해도 식량 배급을 주지 않았고, 로임도 주지 않으니, 백성들은 앉아서 죽으란 말인가! 차라리 식량 배급 제도를 폐지하라. 주변 나라들처럼 경제 제도를 개방하라. 감방 생활은 너희들 몫이다.” (62쪽)
이 책을 읽으며 북한주민의 처참한 인권을 외면하고 김정은 위원장의 남한답방만을 오매불망 기다리는 현 정부의 행태에 화가 났다. 김정은 위원장이 자신의 핵무기와 독재체제를 전혀 포기하지 않고 현 상태를 유지(status quo)하는 것이 과연 정의인가? 그렇다면 현 정부는 북한이 전혀 변화되지 않고서도 얼마든지 한반도 평화를 구축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최근에 탈북모자가 관악구에서 먹을 것이 없어 굶어죽는 사건이 발생했다. 현 정부는 이 사건에 대해 아무런 도의적 책임이 없나? 북한을 배신하고 남한에 온 배신자는 남한에서 굶어죽어도 되는 것인가? 탈북자가 삼 만 명이 넘어가는 이 시대에 남한에 온 탈북자와 북한주민의 인권은 외면하고 김정은 위원장과 운명공동체를 맺으려하는 현 정부의 행태에 한탄이 절로 나온다. 이것은 정의도 아니고 평화도 아니다. 독일의 본회퍼 목사가 말한 것처럼 "악에 맞서지 않는 것은 악에 동의하는 것이며 악을 위해 일하는 것"이다. 탈북자의 아픔과 북한주민의 고통에 동참하고자 하는 남한의 국민들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