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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내가 달리기를 하며 배운 것들 - 인내하며 한 발 한 발 내딛는 삶에 대하여
안철수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0월
평점 :
우리나라에서 안철수 전 대표는 굳이 다른 말이 필요 없는 유명 정치인이자 기업인이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기호 3번으로 대통령 후보에 출마도 했지만 결국에는 낙선했고, 그 이후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현 박원순 시장에게 밀려 낙선해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입었었다. 그래서 작년에 선거가 끝나고 나서 안철수 전 대표는 독일로 아내와 함께 떠났었다. 그리고 그는 1년간 독일에 머물렀고, 현재는 미국에 머무르고 있다. 그가 창당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한 바른미래당이 지금 분당 직전에 이르렀는데, 과연 그가 내년 총선 직전까지 한국에 돌아올지에 대해 여러 의견이 분분하다. 그가 아직까지 한국에 돌아오지는 않았는데, 이번에 출간한 '안철수, 내가 달리기를 하며 배운 것들'이 안철수 복귀의 신호탄이 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안철수, 내가 달리기를 하며 배운 것들'은 말 그대로 달리기에 관한 책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이 1년간 독일에 머무르며 달리기의 가치를 깨닫게 되었고, 이 달리기를 통해 몸의 건강과 마음의 건강까지 찾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이 책은 총 3부로 되어 있는데, 1부는 '나는 뮌헨에서 진정한 러너가 되었다', 2부는 '나는 달리기에서 인내를 배운다', 3부는 '나는 내일도 완주할 것이다'라는 소제목이 달려 있다. 소제목을 쭉 살펴보면 "러너가 되었다", "인내를 배운다", "완주할 것이다" 이렇게 과거, 현재, 미래의 시제가 각각 쓰였음을 알 수 있다. 아마도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이 러너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통해 새롭게 태어났음을 강조하는 것으로 보인다.
저자는 이 책에서 달리기와 마라톤을 통해 인생의 여러 중요한 가치에 대해 배우게 되었고 고백한다. 마라톤은 프로 선수가 아닌 이상 개인전이라기보다는 팀플레이라고 할 수 있고, 모두가 함께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며 달리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한다. 마라톤에 보면 항상 앞서 달리는 '페이스메이커'가 있는데, 저자는 '페이스메이커'에 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페이스메이커의 역할은 앞서 달리는 데 있는 것일까, 아니면 따라오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데 있는 것일까? 그들을 통해 올바른 리더의 역할이란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충분히 더 좋은 기록을 세울 수 있는데도 다른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속도를 기꺼이 늦추는 사람, 한 사람이라도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 앞서 달리는 것 같지만 실제 역할은 다른 사람들을 지원해주는 사람이 진정 올바른 리더가 아닐까? 우리 사회에는 이런 페이스메이커 같은 사람들이 정말 많이 필요하다." (176쪽)
마라톤에서 페이스메이커는 기꺼이 자신을 희생해서 사람들이 마라톤을 완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들이다. 실제로 마라톤에서는 완주 목표 시간대별로 다양한 페이스메이커가 뛴다고 한다. 마라톤을 빨리 완주하고 싶은 사람은 빨리 달리는 페이스메이커를 따라가면 되고, 천천히 완주하고 싶은 사람은 천천히 달리는 페이스메이커를 따라가면 된다. 마라톤에서 페이스메이커(Pacemaker)는 곧 피스메이커(Peacemaker)라 할 수 있다. 페이스메이커의 섬김으로 마라톤에 평화가 찾아온다. 페이스메이커처럼 아무런 대가 없이 몸소 섬기는 사람이 이 땅에 평화를 만드는 사람이다.
안철수 전 대표가 외국에 머물며 이 책을 출간한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었지만 저자가 정치에서 완전히 은퇴했다는 암시를 전혀 찾을 수 없었다. 오히려 저자는 때가 차면 다시 정치계로 돌아올 것이고, 한번 시작한 이 정치라는 마라톤을 끝까지 완주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이 책을 통해 던지는 것이 아닐까? 안철수라는 개인에 대한 관심과 달리기라는 운동에 대해 관심 있는 사람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