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 로드 - 사라진 소녀들
스티나 약손 지음, 노진선 옮김 / 마음서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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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출신의 작가 스티나 약손이 쓴' 실버 로드'는 어느 날 갑자기 잃어버린 딸을 찾으려 실버 로드를 헤매는 아버지를 주인공으로 하는 스릴러 소설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과거에 읽었던 '오두막'과 '붉은 낙엽'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오두막'의 주인공 역시 어린 딸을 찾기 위해 온 지역을 샅샅이 헤매었고, '붉은 낙엽'의 주인공 역시 어린 여아의 실종 사건을 두고 자신의 아들을 의심하는 내용이 전개되었다. 즉 '실버 로드', '오두막', '붉은 낙엽'을 이어주는 한 가지 키워드는 바로 '실종'이다. 사랑하는 가족의 '실종'은 남은 가족들에게 결코 잊을 수 없는 상처이자 아픔이다.

스웨덴의 어느 시골마을을 배경으로 하는 '실버 로드'는 공간적 배경만을 두고 봤을 때는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스웨덴은 위도가 우리나라보다 높은 북유럽이어서, 여름에는 낮이 밤보다 훨씬 길고, 겨울에는 밤이 낮보다 훨씬 길다. 한밤이 낮처럼 환한 경우를 '백야'라고 부르는데, '실버 로드'의 주인공인 렐레는 이 '백야'의 기간 동안 자신의 실종된 딸을 찾기 위해 실버 로드를 미친 듯이 질주한다.

사실 이 책은 초반에는 상당히 흥미로웠지만, 뒤로 갈수록 무엇인가 김빠진 사이다를 마시는 것처럼 무엇인가 밋밋하게 여겨졌다. 아마도 그 이유는 이 소설에서 여자아이의 실종사건과 그 실종사건의 내막이 밝혀지는 그 순간이 가장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긴장감 없이 그 내막이 독자에게 밝혀졌기 때문인 것 같다. 저자는 나름대로 반전이라고 생각하고, 그 내막을 공개했지만, 독자 입장에서는 그러한 공개 방식이 반전처럼 여겨지지 않고 다소 뻔하게 여겨졌다. 저자는 이 소설에서 배경 묘사와 인물 묘사에 많은 부분을 치중했지만, 스릴러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는 반전에는 많은 신경을 쓰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스웨덴은 세계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 중에 하나이며, 동시에 국민들이 느끼는 삶의 만족도 역시 상당히 높은 국가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책에서 보이는 스웨덴의 모습은 시종일관 지루하고, 우울하고, 탁하기만 하다. 저자는 왜 스웨덴에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을 살아도 살아있는 것 같지 않은 좀비처럼 묘사했을까? 이 책을 읽으며 막연하게 가진 스웨덴에 대한 환상이 깨진 것 같아 조금은 혼란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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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처럼 아름다운 클래식 이야기 - 모든 언어가 멈췄을 때- 음악 한 줄기가 남았다
이채훈 지음 / 혜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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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훈 작가가 쓴 '소설처럼 아름다운 클래식 이야기'는 비발디부터 시작되어 로린 마젤까지 이르는 서양 클래식 음악의 유명 작곡가들의 일생을 간략하게 살펴보는 책이다. 이 책은 전체 제7악장으로 되어있고, 각 악장이 마칠 때마다 '소설, 클래식을 만나다'와 같은 자전적 이야기를 저자가 삽입했다. 이를 통해 저자는 자신만의 음악 자서전을 집필한 게 아닐까 싶다.

저자는 클래식 음악을 전공한 음악인은 아니지만, 어릴 적부터 그 누구보다 음악을 사랑하는 음악 애호가로 자라났다. 대학을 졸업하고, 30년 가까이 MBC에서 PD로 있으면서 만들었던 <모차르트, 천 번의 입맞춤>, <비엔나의 선율, 마음에서 마음으로>, <정상의 음악 가족 정트리오>와 같은 음악 다큐멘터리는 그의 평생 자랑으로 남게 되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그 어느 작곡가보다 유독 모차르트와 베토벤을 향한 애정을 강하게 드러낸다. 이 책에서 오로지 제2악장은 모차르트에 집중하고, 제3악장은 베토벤에 집중하는 것을 보면 다른 어떤 음악가보다 모차르트와 베토벤을 편애(?)하는 저자의 음악 취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며 한 가지 확실히 알 수 있었던 것은, 모든 뛰어난 음악인들이 다른 음악인들과 다른 음악을 들려주기 위해 시도하는 여러 움직임이 당대에는 기괴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즉 후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클래식이라고 하면 고루하고 지루한 음악의 나열로 생각하지만, 불과 200년 전에 클래식 음악은 당대의 인기 가요였기 때문에 과감한 음악적 시도를 통해 사람들의 귀를 사로잡아야 했다. 클래식은 과감한 혁신의 역사였다.

"비발디가 활약한 바로크 시대는 중세의 교회 음악을 뛰어넘는 다양한 음악 실험이 이뤄지고 있었다. 이때 태어난 새로운 음악 양식들은 기존 관점에서 보면 낯설고 기괴하게 보였고, 그 때문에 '괴상한 음악'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그 시대를 가리키는 '바로크'란 말은 '일그러진 진주', 즉 제대로 가공되지 않은 보석이란 뜻이다. 하지만 그 당시의 실험은 오늘날 우리가 클래식이라 부르는 음악 장르의 기초를 만들어 냈다." (18쪽)

'바로크' 음악의 어원이 일그러진 진주에서 왔다는 말은 처음에 그 음악이 사람들의 귀에 얼마나 이상하게 들렸는지를 알려준다. 이렇게 일그러진 진주에 가까웠던 바로크 음악을 다듬어진 진주로 만든 음악가는 누구일까? 그는 바로 바흐가 아닐까? 우리가 그를 음악의 아버지로 부르는 것은 그를 통해 아름다운 진주 목걸이와 같은 음악이 처음 만들어졌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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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언 메이 레드 스페셜 - 퀸과 전 세계를 뒤흔든 홈메이드 기타 이야기
브라이언 메이.사이먼 브래들리 지음, 박혜원 옮김, 김도균 감수 / 미르북컴퍼니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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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개봉한 '보헤미안 랩소디'는 전 세계 음악영화 사상 최고의 흥행 기록을 세웠고, 네 개의 오스카상을 수상했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영국의 록 밴드 퀸(Queen)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인데, 이 영화를 통해 퀸의 기타리스트인 브라이언 메이가 다시금 주목받았다. 브라이언 메이의 기타 인생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기타가 바로 그가 아버지와 함께 만든 레드 스페셜이라는 기타이다. 브라이언 메이는 레드 스페셜과 퀸의 앨범 녹음과 콘서트 공연을 함께 했고, 지금도 그는 레드 스페셜로 라이브 공연을 한다. 레드 스페셜은 말 그대로 살아있는 전설이라 할 수 있다.

지난 2월에 미르북컴퍼니에서 출간된 '레드 스페셜'은 이 전설 같은 기타가 어떤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졌는지 소개하는 일종의 레드 스페셜 전기라 할 수 있다. 기타리스트인 브라이언 메이의 일생이 아닌, 그의 레드 스페셜 기타에 집중하는 '레드 스페셜'은 퀸의 음악과 기타를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각별한 책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레드 스페셜은 브라이언 메이에게 어떤 의미일까? 브라이언 메이는 레드 스페셜을 만들고 나서의 소감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아버지와 나는 아버지의 작업실에서 레드 스페셜을 만들었다. 아버지가 빈방 하나를 개조하여 쓰시던 작업실에 틈만 나면 들어가 이 년여 동안 대패와 끌, 톱, 사포 여러 장 같은 도구만 가지고 잡동사니들을 모아 기타를 만들었다. 욕도 참 많이 했지만, 결국 우리는 해냈다. 실수도 잦았고 뭔가가 잘못될 때도 있어서, 우리는 전부 망쳤다고 생각하곤 했다. 하지만 결국 다른 방법을 찾았고 결국 잘못을 바로잡았다. 인격을 수양하는 것이라고 할까. 이 기타를 만드는 일은 이 년 동안 우리의 삶이 되었고, 완벽함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해야 했을 뿐 아니라, 자신을 용서하는 법도 배워야 했다. 여러 가지 중요한 인생의 교훈을 찾을 수 있었다." (19쪽)

브라이언 메이에게 레드 스페셜은 과거의 역사가 아니라 여전히 새롭게 써 내려가야 할 미래의 역사라 할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브라이언 메이처럼 우리의 관심사를 무작정 돈 주고 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 보는 것도 우리 스스로의 자립심과 성숙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내가 레드 스페셜을 직접 만나보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이 책을 통해 레드 스페셜의 역사를 만날 수 있어 상당히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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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츠스케일링 - 단숨에 ,거침없이 시장을 제패한 거대 기업들의 비밀
리드 호프먼.크리스 예 지음, 이영래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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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블리츠스케일링'이란 책의 제목을 봤을 때, 책의 내용이 무엇일지 전혀 상상이 가지 않았다. 그런데 책의 뒷날개에 적힌 블리츠스케일링에 관한 정의를 보고 이 단어가 어떤 뜻인지 조금 알 수 있었다.

블리츠스케일링(BlitzScailing): 블리츠크리그(Blitzkrieg, 기습공격) + 스케일 업(Scale up, 규모 확장), 불확실한 상황에서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엄청난 속도로 회사를 키워 압도적 경쟁우위를 선점하는 기업의 고도성장 전략.

블리츠스케일링은 사업 초창기에 기업의 몸집을 키우는 데 올인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전략을 의미한다. 이 책의 저자인 리드 호프먼은 바로 페이팔과 링크드인과 같은 유명 기업을 블리츠스케일링의 전략을 통해 비약적으로 성장시켰다. 이 책에서 저자는 블리츠스케일링의 전략으로 여섯 가지의 전략을 제시하는데, 각각의 전략은 이론적이라기보다는 저자의 직접 경험을 통해서 만들어진 상당히 실무적이다. 블리츠스케일링은 독일어 '블리츠크리그'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블리츠크리그'는 원래 전쟁에서 주로 사용하는 용어였다.

"블리츠스케일링이라는 용어는 급작스럽고 전면적인 활동을 뜻하는 말로, 블리츠라는 말에서 비롯되었다. 독일의 하인츠 구데리안 장군은 2차대전 초반에 나치 독일이 고안한 초기 군사작전을 블리츠크리그라고 불렀다. 이 작전에서 진격부대는 안정적인 보급과 퇴각로를 구축하면서 느리게 이동하는 전형적인 전투 방식을 따르지 않는다. 그 대신 속도와 기습으로 공격적인 전략을 펼친다. 연로, 식량, 탄약이 떨어져 처참한 패배를 당할지도 모른다는 위험을 무릅쓰고, 속도전의 효과를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 이 같은 방법을 쓰는 것이다. 이렇게 빠른 속도로 진격하게 되면 적군은 당황하고 어쩔 줄 모르게 된다. 이로써 블리츠크리그에 나선 군대는 방어부대의 허를 찌를 수 있는 것이다." (42쪽)

블리츠스케일링은 이 전쟁 같은 치열한 경쟁 사회 속에서, 경영자가 자신의 기업에 승리를 안기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고 기업의 규모를 확장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그 과정에서 경영자는 막대한 비용이 들고, 때때로 실패가 두렵지만, 성공적으로 블리츠스케일링을 한다면 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와 같은 기업으로 상장하게 되는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강조한다. 블리츠스케일링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말이다. 초창기에 무조건 자리 잡지 못한 기업은 지속성을 유지할 수 없다. 규모의 경제를 체감하기 전까지는 어떤 식으로든 몸집을 키워서 살아남아야 한다. 따라서 이 책은 기업 경영뿐 아니라, 각자 자신의 분야에서 일가를 이루고자 하는 사람에게도 좋은 도전이 되는 책이다. 꼭 스타트업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전문분야에서 두드러지는 성과를 내고 싶다면 반드시 블리츠스케일링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여기, 블리츠스케일링 시대에 대해서 우리 모두가 알아야 할 것이 있다. 빠르게 변하는 세계에서 번영하는 유일한 길은 변화의 불가피성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것을 당신의 강점으로 이용하라. 단신이 중점을 두는 문제가 개인의 삶이든 나라의 운명이든. 첫째, 무한한 학습자가 돼라. 다른 사람보다 학습곡선을 빨리 오를 수 있다면, 거기에서 엄청난 가치를 창출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판도는 계속해서 변한다. 거기에 적응하는 방법은 학습뿐이다. 둘째, 첫 번째 응답자가 돼라.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행동에 나서는(그리고 빨리 행동하는) 사람들이 확실한 우위를 점할 것이다. 마지막은 상당히 모순적이지만 안정성의 원천이 돼라. 지속적인 변화와 불확실성의 세상을 사는 사람들은 확신과 지원이 필요하다. 폭풍 한가운데에서 다른 사람들이 혼란스러워할 때 안정과 평온을 제공한다면 당신은 자연스럽게 리더가 될 것이다." (443쪽)

아이를 키우다 보니 아이가 몇 주마다 급속도로 성장하는 '원더 윅스'(Wonder Weeks)를 맞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 '원더 윅스'를 거치며 아이는 이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급격하게 성장한다. 블리츠스케일링은 기업 차원의 아주 의도적이고 계획적인 '원더 윅스'라 할 수 있다. '원더 윅스', '원더 이어'가 없는 기업이 어떻게 스타트업 이후에 경쟁 사회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부터 시작된 블리츠스케일링의 통찰을 통해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힌트를 얻게 된다.

#블리츠스케일링 #blitzscaling #페이팔 #구글 #링크드인 #그루폰 #쌤앤파커스 #리드호프먼 #reidhoffman #크리스예 #startup #scaleup #실리콘밸리 #스탠포드 #카이노스카이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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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은 투표보다 중요하다 - 정치적 소비자 운동을 위하여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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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4월 15일 제21대 총선을 앞두고, 강준만 교수의 '쇼핑은 투표보다 중요하다'가 출간되었다. 선거를 며칠 앞두고, 강 교수는 왜 '쇼핑은 투표보다 중요하다'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했을까? 나는 강 교수가 이 책을 지금 시점에 출간한 것은 이 책을 통해 한국 정치계에 분명하게 던지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메시지가 없다면, 이 시점에 굳이 이런 제목으로 책을 출간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이 책은 '정치적 소비자 운동'이라는 이슈를 다룬다. '정치적 소비자 운동'이란 정치적 사안에 따라 소비자들이 상품 구매 여부를 결정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작년 여름에 현 정부가 주도한 반일 프레임의 주타깃이 된 '유니클로'의 매출이 줄어들고, 폐점이 속출한 것이 바로 '정치적 소비자 운동'의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치적 소비자 운동'이란 이슈를 다루며 강 교수는 현 정부에 대한 비판을 빼놓지 않는다. 그것은 "문재인은 최소한의 상도덕도 지키지 않았다"라고 말하면서 말이다. 문 대통령이 지키지 않은 상도덕은 무엇인가? 문 대통령이 장사하는 사람도 아닌데, 상도덕을 이야기하는 것은 사리에 안 맞는 표현 아닌가? 이런 반론에 대해 강 교수는 문 대통령은 자신의 취임사에서 자신이 여당과 야당 그리고 국민과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지만, 대다수 국민이 반대하는 조국을 법무부 장관에 임명 강행함으로써 자신의 취임사를 스스로 배신하고 국민을 기만했다고 평가한다.

"이는 문재인이 취임사에서 약속한 내용과는 상반된 것이다. 어렵고 고상한 이야기할 필요 없다. 그는 최소한의 상도덕을 지키지 않은 것이다. 문재인을 비판하기 위한 뜻으로 하는 말이 아니다. "아니 그 신성한 촛불집회를 감히 소비자 운동으로 보다니!"와 같은 식의 반응에 대해 반박하기 위해 하는 말이다. 촛불혁명이 진보의 것이었다는 착각 또는 욕심만 내지 않았다면, 국민 절대다수가 반대하는 일은 애초에 하지 말았어야 했고, 나름의 소신을 갖고 밀어붙였다면, 그 실패에 대해 정직한 해명을 했어야 했다. 이게 내가 말하는 최소한의 상도덕이다." (145쪽)

이 책은 전체 제8장으로 되어 있는데, 제3장, 제4장 그리고 제5장에서 유독 현 정부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두드러진다. 특히 제3장인 '왜 진보 언론은 자주 불매 위협에 시달리는가?'에서는 소위 '문빠'와 자칭 '어용 지식인' 유시민을 향한 날선 비판이 연이어 언급된다. 그렇다면 강 교수는 문빠에 대해서 왜 비판하는 것일까? 그것은 문재인 대통령은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문빠가 문 대통령을 조금이라도 비판하는 사람들에게는 과도한 비판을 일삼기 때문이다. 이는 최근에 문 대통령이 시장을 방문했을 때 '경기가 거지같다'는 식으로 말해서 곤욕을 겪은 반찬 가게 주인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문빠들의 타깃은 주로 정치인이나 공직자, 언론인이었다. 공격 좌표를 찍고 무차별 신상 털기와 악플, 문자 폭탄 테러를 가해왔다. 한 번 당해본 인사들은 문빠를 '히틀러 추종자', '문화대혁명 홍위병'이라며 학을 땠다. 하지만 대통령은 자신의 지지 세력에 의한 자유민주주의 파괴 행위를 묵인해왔다. 문빠는 눈에 뵈는 게 없는 괴물처럼 됐다. 이제는 반찬 가게 주인까지 공격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그 여주인에게는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형벌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짓을 숨어서 벌여온 문빠들 그 누구도 처벌받지 않았다." (97쪽)

그렇다면 강 교수는 왜 문빠와 함께 유시민도 비판할까? 그 이유는 유시민이 2020년대를 1984년의 철 지난 진영논리로 재해석하는 우를 계속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시민은 소위 '조직 보위론'이란 개념을 가지고, 자신의 진영에 속한 사람은 어떻게든 보호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즉 유시민과 문빠는 머리와 몸의 관계다. 문빠의 머리는 유시민이고, 유시민의 몸은 문빠이다. 현 정부는 바로 유시민과 문빠의 장막에서 보호받고 있는 셈이다.

"어용 저널리즘 요구에 선봉에 선 유시민은 아직도 이른바 서울대학교 프락치 사건 또는 서울대학교 민간인 감금 폭행 고문 조작사건이 일어났던 1984년 9월의 세상에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민주화가 이루어질 대로 이루어진 오늘날에도 유시민이 그 시절의 선명한 선악 이분법의 사고 틀에 갇혀 있으니 말이다." (93쪽)

그렇다면 문빠와 유시민의 끝은 어떻게 될 것인가? 달도 차면 기운다는 말처럼 이미 권세의 정점에 있는 그들의 끝은 하락세밖에 남은 것이 없어 보인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그들의 생명력과 전투력은 건재한 편이다. 지난주 유시민의 말처럼 범진보진영에서 제21대 총선에서 180석을 확보할 수 있을까? 그리고 향후 민주당에서 재집권에 성공할 수 있을까? 그 과정에서 문빠와 유시민은 어떤 기여를 하게 될 것인가? 현재 권력과 차기 권력을 둘러싼 한국 정치의 치열한 수 싸움에서 과연 누가 살아남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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