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NGE 9 체인지 나인 - 포노 사피엔스 코드
최재붕 지음 / 쌤앤파커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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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 기계공학부 최재붕 교수의 '체인지 나인'은 최 교수의 베스트셀러 '포노 사피엔스'의 후속작이다. 최 교수가 전작인 '포노 사피엔스'를 통해 일상에서 스마트폰과 하나 되어 살아가는 신인류에 대해서 논했다면, '체인지 나인'은 포노 사피엔스가 일상에서 추구하는 9가지 코드에 관해서 논하고 있다. 최 교수가 선정한 9가지 코드는 메타인지, 이매지네이션, 휴머니티, 다양성,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회복탄력성, 실력, 팬덤, 진정성이고 저자는 각각의 코드가 실제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어떤 파급효과를 일으키고 있는지 자세한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일단 이 책에서 가장 칭찬하고 싶은 부분은 디자인이다. 아직 문맹인 우리 아이가 흥미를 가질 정도로 검은색 배경의 신비로운 9각형은 독자로 하여금 이 책에 대한 기대감과 관심을 적잖게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만족스러운 표지와 달리 책을 읽어 내려가면서 책에 대한 여러 아쉬움이 적잖게 밀려왔다.

첫 번째 아쉬움은 저자가 선정한 9가지 코드에 어떤 일관성과 체계성을 발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일단 선정한 코드의 표기부터 일관성이 없다. 메타인지, 이매지네이션, 휴머니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팬덤은 영어이고, 다양성, 회복탄력성, 실력, 진정성은 한국어이다. 무엇인가 영어로 머리글자를 만들 거라면 전부다 영어로 하든지, 그것이 아니라 더욱더 독자와 소통하고자 하는 목적이라면 전부다 한국어로 하든지 둘 중에 하나를 분명하게 정해야 하는데, 생뚱맞게 영어와 한국어가 혼재되어 있다. 어차피 한글로 다 번역 가능한 코드명이면, 메타인지는 다중지능, 이매지내이션은 상상력, 휴머니티는 공감능력 등으로 번역하는 게 더 자연스럽지 않았을까?

그리고 이 코드를 하나하나 숙고해보면 사실 서로가 연결되어 있고 엄밀하게 구분되지 않는다. 사람의 진정성과 휴머니티를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사람의 이매지네이션과 실력을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 내가 보기에 실상 9가지 코드는 엄밀하게 구분될 수 없는 지극히 인위적인 분류이다. 그리고 이 9가지 코드를 설명하기 위해 다양한 사례를 언급하지만, 정작 아무런 이미지나 그림이 수록되어 있지 않은 것도 아쉽다. 이보다 얇은 쌤앤파커스의 '마이크로트렌드'에서는 다양한 그림과 사진이 수록된 것에 비해, 이 책은 비슷한 성공사례를 언급하면서도 아무런 이미지가 수록되어 있지 않았다. 단순히 저작권의 문제라고 하기에는 아쉬운 부분이다.

이 책을 읽으며, 개인이나 기업은 '포노 사피엔스' 시대를 맞이할 준비가 되었는데, 대한민국 정부는 이러한 준비가 거의 안 되어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회의 기술 변화에 걸맞게 정부의 정책이 펼쳐져야 하는데, 오히려 현 정부의 정책은 개인과 기업의 자유를 억압하고 규제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 같다. 포노 사피엔스에게 과연 국가는 필요한가? 포노 사피엔스는 국가에 무엇을 요구하고, 무엇을 기대해야 하는가? 앞으로 포노 사피엔스는 국가의 역할과 존재 의미에 대해 근본적 질문을 던질 것이다. 이러한 질문에 국가는 과연 포노 사피엔스가 납득할 수 있는 답변을 제공할 수 있을까?

#포노사피엔스 #체인지나인 #change9 #쌤앤파커스 #코로나19 #언택트 #메타인지 #상상력 #회복탄력성 #실력 #팬덤 #진정성 #카이노스카이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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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모토 무사시 - 병법의 구도자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우오즈미 다카시 지음, 김수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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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지식인 '우오즈미 다카시'가 쓴 '미야모토 무사시'는 일본 지식의 산실인 '이와나미 신서'에 속하는 책이다. 이 책은 일본의 전설적 사무라이 미야모토 무사시의 생애와 사상을 다룬다. 미야모토 무사시가 한국인에게는 조금 생소한 인물이지만, 일본에서는 지금까지도 가장 존경받는 사무라이 중에 한 명이라고 하니 한국인으로서 그에 대해 한번 알아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이 책은 종장까지 포함해서 전체 5장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1장부터 3장까지는 미야모토 무사시의 생애가 기록되어 있고, 4장부터 종장까지는 미야모토 무사시가 추구한 '병법의 도'가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아무래도 미야모토 무사시의 생애를 책의 초반에 설명하는 부분이 한국인 입장에서는 조금 당혹스러울 수 있다. 왜냐하면 한국인 중에 일본 역사에 해박한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도 개인적으로 책의 초반부가 가장 지루했고, 이후에 미야모토 무사시가 집필한 '오륜서'에 관한 내용이 나왔을 때부터 책에 흥미를 느꼈다.

미야모토 무사시가 집필한 '오륜서'는 땅의 장, 물의 장, 불의 장, 바람의 장, 공의 장 이렇게 다섯 장으로 나누어져 있다고 한다. 그는 이 책에서 자신이 평생토록 갈고닦은 검술의 신묘한 도를 아낌없이 쏟아부었다. 따라서 이 책을 통해 그의 문하생은 미야모토 무사시와 같은 전설의 사무라이가 되기 위해 날마다 단련했을 것이다. '오륜서' 에서는 실력 있는 사무라이가 되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모든 일이 느닷없이 가능할 리 없다. 한 걸음씩 걸어가야만 한다. 오늘은 어제의 자신에게 이기고 내일은 한 수 아래인 자에게 이기고 훗날에는 한 수 위인 자에게 이기겠다고 생각하고, 조금씩이라도 향상될 수 있도록 매일매일 스스로를 이겨내 가야 한다. 천 일의 수련을 단이라 하고, 만 일의 수련을 련이라고 한다. 이런 단련의 축적이야말로 이기기 위한 유일한 도인 것이다." (250쪽)

미야모토 무사시는 말한다. 천 일의 수련이 단이고, 만 일의 수련이 련이기에 이렇게 단련된 사무라이만이 대결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말이다. 미야모토 무사시는 전성기에 육십여 차례의 승부에서 단 한 번도 패배한 적이 없는 천하제일 칼잡이였다. 그러나 그는 단순히 칼만 잘 쓴 검객이 아니라, 참된 도를 추구하는 구도자이기도 했다. 그는 구도자의 자세로 다음과 같은 아홉 가지의 법칙을 강조하기도 했다.

"첫째, 바른 마음을 가질 것

둘째, 병법의 도를 단련할 것

셋째, 무예만이 아니라 다양한 예술과 예능을 접할 것

넷째, 자신의 직종만이 아니라 여러 직종의 도를 깨우칠 것

다섯째, 세상일의 이해득실을 판단할 것

여섯째, 매사에 옳고 그름을 분별할 것

일곱째, 눈에 보이지 않는 것까지 꿰뚫어볼 것

여덟째, 사소한 일에도 주의를 기울일 것

아홉째, 쓸모없는 일에 관여하지 말 것" (209쪽)

참된 검술은 참된 마음에서 시작된다. 미야모토 무사시는 천하제일 검객으로서 야비하고 잔인한 방식으로 승리를 거두지 않고 바른 마음으로 바르게 전투하기 원했다. 미야모토 무사시의 전설 같은 인생은 2020년 여름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여러 도전을 준다. 비록 우리가 미야모토 무사시처럼 칼을 들고 누군가와 싸울 일은 없다고 할지라도, 인생의 치열한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비결을 미야모토 무사시에게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미야모토 무사시를 주인공으로 하는 만화 '배가본드'를 재밌게 읽은 독자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우오즈미다카시 #미야모토무사시 #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사무라이 #일본사 #이와나미신서 #검객 #배가본드 #카이노스카이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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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클래식 - 음악을 아는 남자, 외롭지 않다
안우성 지음 / 몽스북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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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올해 클래식과 관련된 여러 책들을 읽어 보았다. 내가 읽은 책 중에서 대부분은 클래식을 좋아하는 클래식 애호가가 듣기 좋은 클래식 음악을 독자에게 소개하는 책이 절반 이상이었다. 그런데 바리톤 안우성이 집필한 '남자의 클래식'은 내가 올해 읽은 클래식 입문서 중에서 가장 뛰어난 책으로 평가하고 싶다. 그 이유는 이 책이 다른 클래식 입문서에서 찾아볼 수 없는 탁월한 전문성, 잔잔한 감수성, 편리한 실용성이 적절하게 균형을 맞추었기 때문이다.

먼저 이 책의 저자 바리톤 안우성은 국내와 국외에서 탁월한 음악성으로 그 전문성을 인정받은 현직 성악가이다. 따라서 음악가로서 그가 오랜 세월 듣고, 보고, 부르고, 느낀 것은 나와 같은 비음악가가 경험한 것과는 차원이 다를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이 책에서 저자는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를 소개하면서 자신이 독일 대학의 졸업연주회에서 이 '겨울 나그네'를 불렀을 때의 전과정을 이야기한다. '겨울 나그네'를 단순히 좋아하는 애호가가 아니라, '겨울 나그네'로 졸업연주회를 하는 성악가가 소개하는 '겨울 나그네'는 독자에게 더 큰 신뢰를 불러일으킨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최소한 음악적 전문성에서는 흠을 잡을 만한 곳이 없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이 책은 저자의 음악적 전문성을 강조하기 위해 어렵게 쓰이기보다는, 저자가 음악사의 풍성한 뒷이야기를 인용하며 독자가 음악을 더 친근하게 느끼도록 안내한다. 예를 들어 모차르트가 만든 노래 중에 독일어로 '레크 미히 임 아쉬'(leck mich im arsch)라는 노래가 있다고 한다. 이 노래를 번역하면 '내 엉덩이 안(항문)을 핥으시지'라고 하는데, 어찌 보면 말도 안 되고 참으로 황당한 노래지만, 모차르트가 실제로 이러한 노래를 작곡하고 남자들을 불러 모아 이 노래를 연습시켰다고 전해진다. 저자는 이처럼 엄숙하고 근엄하고 진지할 것으로만 여겨지는 클래식의 뒷이야기를 들추어, 클래식도 결국 사람이 만드는 사람 냄새나는 음악임을 알려준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장점은 저자가 소개하는 음악가의 음악을 유튜브로 바로 들을 수 있도록 QR코드를 수록했다는 점이다. 사실 이러한 편집은 요즘 나오는 대다수의 클래식 입문서에서 찾아볼 수 있는 편집인데, 저자가 소개하는 음악가의 음악 수준이 상당히 탁월하기에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인식하여 유튜브에서 그 음악을 듣는 재미가 쏠쏠했다. 이처럼 저자는 독자가 이 책을 통해 더욱더 깊은 클래식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도록 QR코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개인적으로 나는 음악의 아버지 바흐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기에, 이 책에서 소개하는 파블로 카잘스, 바흐의 커피 칸타타, 요요마의 바흐 프로젝트를 아주 흥미롭게 읽었다. 특히 요요마의 바흐 프로젝트 같은 경우는 워낙 최근에 요요마가 전 세계를 무대로 삼아서 진행한 프로젝트이기에 이를 책에서 소개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저자는 요요마의 바흐 프로젝트에 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문화의 일은 장벽을 쌓는 것이 아니라, 다리로 사람을 연결하는 것이라 말하는 요요마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이야 말로, 인간의 모든 감정을 다루고 있는 작품이라 확신한다. 그렇기에 전 세계 곳곳에서 바흐의 음악을 듣게 된다면 우리 사회에 변화가 생길 것이라 말한다. 한 인터뷰에서 그는 "문화는 사람의 감정과 사고를 훈련시키고, 이는 누구보다 바흐가 가장 잘 한 일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140쪽)

나는 요요마의 이러한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바흐의 음악을 정기적으로 듣는 사람은 내면의 질서가 잡히고 삶의 우선순위가 확립된다. 나는 매주 월요일을 '바흐의 날'로 지정해서,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클라비어 평균율', '무반주 첼로 모음곡', '바이올린 파르티타' 등을 감상한다. 나는 언제나 월요일의 첫 순간을 바흐와 함께한다. 나는 비록 요요마처럼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첼로로 연주할 수는 없지만, 그 누구보다 그 음악을 사랑한다. 그리하여 나뿐 아니라, 우리 가족들도 나 덕분에 바흐 음악을 많이 들으면서 지내고 있다.

클래식은 일상을 풍요롭게 하며, 단조로운 일상을 견딜 힘을 제공한다. 클래식에 관심은 많지만, 클래식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에게 '남자의 클래식'을 권한다. 코로나19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영혼의 위로가 필요한 지금 이 시대에, '남자의 클래식'을 통해 세상은 여전히 살만한 가치가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안우성 #남자의클래식 #몽스북 #바흐프로젝트 #BACH #BEETHOVEN #MOZART #CLASSIC #YOYOMA #바리톤 #클래식 #카이노스카이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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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움 - 하나님 나라로 가는 여덟 계단, 팔복
이상학 지음 / 넥서스CROSS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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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복음의 산상수훈은 이미 그 자체로 예수 그리스도의 완벽한 설교이기 때문에, 종종 산상수훈을 강해하는 설교자의 역량이 산상수훈의 깊이를 드러내는 데 역부족일 때가 있다. 더군다나 산상수훈의 팔복 같은 경우는 교회에서 가장 잘 알려진 본문 중 하나이기에, 팔복을 가지고 목회자가 설교할 때 성도들은 특별한 기대감 없이 설교를 들을 수도 있다. 따라서 산상수훈의 팔복을 가지고 설교하는 목회자는 다른 본문에 비해 팔복 설교를 할 때 몇 배나 심리적으로 부담을 느낄 것이다.

그런데 새문안교회의 이상학 목사의 팔복 설교집인 [비움: 하나님 나라로 가는 여덟 계단, 팔복]을 읽어보니, 이전의 팔복 설교와는 조금 결이 다른 팔복 설교를 만날 수 있었다. 이 목사는 이 책에서 팔복을 하나님 나라로 향하는 계단에 비유했다. 계단은 서로 분리되어있지만, 동시에 서로 연결되어 있다. 이 목사는 팔복이 일복부터 시작해 계단을 하나씩 올라가다 보면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고난 받는 팔복까지 다다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 목사는 이 책에 수록된 팔복 강해설교가 포항제일교회와 새문안교회의 강단에서 선포된 설교이며, 마틴 로이드 존스의 [산상수훈]과 임영수 목사[팔복강해]에서 많은 통찰을 얻었다고 밝혔다.

필자는 이 책만이 가진 고유한 장점을 ‘적절한 균형감’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인간의 고유한 지성과 감성과 의지를 골고루 강조해 어느 하나도 넘치거나 부족함이 없도록 신경 썼다. 예를 들어 저자는 이 책에서 헬라어 원문을 인용해 각각의 팔복 구절이 헬라어 원문으로 어떠한 의미인지 깊이 있는 해석을 시도했다. 그런데 저자는 헬라어 원문만을 이용해 딱딱하게 설교를 풀어가지 않고, 감동적인 예화를 언급하며 팔복 설교를 듣는 이의 마음을 부드럽게 만들었다. 그리고 모든 팔복 설교의 마지막에는 ‘복 있는 삶을 위한 제안’이란 이름으로, 이 설교를 듣고 어떻게 구체적으로 행동해야 할지 질문지를 수록했다. 이처럼 저자는 이 책을 하나의 안정적인 건축물처럼 짜임새 있으면서도 균형감 있게 만들려 노력한 것 같다. 저자는 서문에서 이 책의 궁극적인 지향점이 무엇인지 분명히 밝힌다.

“저수지가 자신을 비운 후에 채우고, 그 채운 것이 흘러 넘쳐 온 대지에 생명의 물을 공급하듯이 산상수훈과 그 궁전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해당되는 팔복은, 비움에서 채움으로 안에서 밖으로 성품에서 사역으로, 나에게서 시작해 세계로 나가는 길을 가르쳐주었습니다. 비우지 않고는 채울 수 없고, 채우지 않고는 흘러넘쳐 공급할 수 없습니다. 역으로 깨끗이 비우면 온전한 것으로 채울 수 있으며, 그렇게 채운 것은 독이 없으므로 흘러넘쳐 넉넉히 생명을 살립니다.” (13쪽)

저자는 이 책에서 우리가 하나님으로부터 무언가를 채우기 위해 안달복달하기 전에 내면의 더러운 죄악과 노폐물을 먼저 비우라고 강조한다. 그런 불순물이 우리 내면에 남아 있다면 아무리 귀한 말씀이 우리의 내면에 가득 채워지려하더라도 공간이 없고, 설령 귀한 말씀이 내면에 자리 잡더라도 오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해 한국교회가 참으로 혼란스럽고 힘겨운 시절을 보내는 지금 이 순간, 이 책을 통해 다시금 한국교회가 팔복으로 돌아가기를 바란다. 심령이 가난하고, 애통하고, 마음이 온유하고, 의에 주리고 목마른 한국교회를 예수 그리스도가 바라보시며 “하나님의 나라가 바로 너희의 것이다”라고 말씀해주실 것이다.

#이상학 #비움 #새문안교회 #팔복 #산상수훈 #마태복음 #포항제일교회 #넥서스크로스 #카이노스카이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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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베레스트 솔로 - 유리의 지평선
라인홀드 메스너 지음, 김희상 옮김, 김동수 감수 / 리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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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 하늘에 가장 가까운 에베레스트(Everest) 정상에 오른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또한 에베레스트 정상에 한 번도 아니도 두 번이나 올라간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에베레스트 솔로'의 저자인 세계적 등산가 라인홀트 메스너는 에베레스트 정상에 무려 두 번이나 올라갔다. 그중에서 특히 두 번째 에베레스트 등정은 등에 산소통을 매지 않고, 홀로 에베레스트 정상을 밟았기에 개인적으로나 역사적으로 더 특별한 등정이었다. '에베레스트 솔로'는 제목 그대로 라인홀트 메스너가 1980년에 에베레스트를 홀로 등정할 때의 모든 과정을 담고 있었다.

나는 과거에 라인홀트 메스너의 '산은 내게 말한다'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었다. 이 책은 그가 에베레스트뿐 아니라 세계의 여러 높은 산을 등정하면서 느낀 여러 단상들을 모아놓은 책이었다. 그 책은 내게 산을 좋아하는 산사나이의 야성과 열성을 충분히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그러나 이번에 읽은 라인홀트 메스너의 '에베레스트 솔로'는 산사나이의 야성과 열성뿐 아니라 산사나이의 두려움과 외로움을 느끼게 했다. 그의 에베레스트 등정은 두려움과 외로움이 애당초 거세된 등정이 아니라, 오히려 두려움과 외로움을 뚫고 진행된 등정이었다. 두려움과 외로움을 동력 삼아 그는 에베레스트에서 한 걸음씩 전진했다.

"두려움이야 늘 따라다니는 것이죠. 두려움 없이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위기의 순간에 두려움이 커지는 것이야 당연한 일이죠. 떨어지는 건 아닐까, 바람에 날려가는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은 죽음이 인생의 일부라는 점을 아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억누를 수 없죠." (21쪽)

'에베레스트 솔로'는 전체 8장으로 나누어져 있고, 책의 뒷부분에는 부록으로 그가 에베레스트를 등정했을 때 찍은 사진들과 에베레스트 관련 지도들이 수록되었다. 그러한 사진들과 지도들을 보면 라인홀트 메스너가 맨몸으로 혼자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했다는 것이 어떠한 의미인지 조금이나마 알 수 있다.

자칫 세상에서 편안한 길 혹은 쉬운 길만을 찾아다니는 우리에게 라인홀트 메스너는 말한다. 세상의 편안한 길과 쉬운 길만을 찾아다니는 자는 에베레스트 정상에 서는 것과 같은 성취감을 결코 맛볼 수 없다고 말이다. 성취감은 내가 오늘 흘린 피와 땀과 눈물의 무게로 결정된다. 오늘 하루 나는 내 앞에 놓인 에베레스트를 오르기 위해 얼마만큼의 피와 땀과 눈물을 흘렸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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