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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클래식 - 음악을 아는 남자, 외롭지 않다
안우성 지음 / 몽스북 / 2020년 8월
평점 :
나는 올해 클래식과 관련된 여러 책들을 읽어 보았다. 내가 읽은 책 중에서 대부분은 클래식을 좋아하는 클래식 애호가가 듣기 좋은 클래식 음악을 독자에게 소개하는 책이 절반 이상이었다. 그런데 바리톤 안우성이 집필한 '남자의 클래식'은 내가 올해 읽은 클래식 입문서 중에서 가장 뛰어난 책으로 평가하고 싶다. 그 이유는 이 책이 다른 클래식 입문서에서 찾아볼 수 없는 탁월한 전문성, 잔잔한 감수성, 편리한 실용성이 적절하게 균형을 맞추었기 때문이다.
먼저 이 책의 저자 바리톤 안우성은 국내와 국외에서 탁월한 음악성으로 그 전문성을 인정받은 현직 성악가이다. 따라서 음악가로서 그가 오랜 세월 듣고, 보고, 부르고, 느낀 것은 나와 같은 비음악가가 경험한 것과는 차원이 다를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이 책에서 저자는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를 소개하면서 자신이 독일 대학의 졸업연주회에서 이 '겨울 나그네'를 불렀을 때의 전과정을 이야기한다. '겨울 나그네'를 단순히 좋아하는 애호가가 아니라, '겨울 나그네'로 졸업연주회를 하는 성악가가 소개하는 '겨울 나그네'는 독자에게 더 큰 신뢰를 불러일으킨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최소한 음악적 전문성에서는 흠을 잡을 만한 곳이 없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이 책은 저자의 음악적 전문성을 강조하기 위해 어렵게 쓰이기보다는, 저자가 음악사의 풍성한 뒷이야기를 인용하며 독자가 음악을 더 친근하게 느끼도록 안내한다. 예를 들어 모차르트가 만든 노래 중에 독일어로 '레크 미히 임 아쉬'(leck mich im arsch)라는 노래가 있다고 한다. 이 노래를 번역하면 '내 엉덩이 안(항문)을 핥으시지'라고 하는데, 어찌 보면 말도 안 되고 참으로 황당한 노래지만, 모차르트가 실제로 이러한 노래를 작곡하고 남자들을 불러 모아 이 노래를 연습시켰다고 전해진다. 저자는 이처럼 엄숙하고 근엄하고 진지할 것으로만 여겨지는 클래식의 뒷이야기를 들추어, 클래식도 결국 사람이 만드는 사람 냄새나는 음악임을 알려준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장점은 저자가 소개하는 음악가의 음악을 유튜브로 바로 들을 수 있도록 QR코드를 수록했다는 점이다. 사실 이러한 편집은 요즘 나오는 대다수의 클래식 입문서에서 찾아볼 수 있는 편집인데, 저자가 소개하는 음악가의 음악 수준이 상당히 탁월하기에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인식하여 유튜브에서 그 음악을 듣는 재미가 쏠쏠했다. 이처럼 저자는 독자가 이 책을 통해 더욱더 깊은 클래식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도록 QR코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개인적으로 나는 음악의 아버지 바흐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기에, 이 책에서 소개하는 파블로 카잘스, 바흐의 커피 칸타타, 요요마의 바흐 프로젝트를 아주 흥미롭게 읽었다. 특히 요요마의 바흐 프로젝트 같은 경우는 워낙 최근에 요요마가 전 세계를 무대로 삼아서 진행한 프로젝트이기에 이를 책에서 소개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저자는 요요마의 바흐 프로젝트에 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문화의 일은 장벽을 쌓는 것이 아니라, 다리로 사람을 연결하는 것이라 말하는 요요마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이야 말로, 인간의 모든 감정을 다루고 있는 작품이라 확신한다. 그렇기에 전 세계 곳곳에서 바흐의 음악을 듣게 된다면 우리 사회에 변화가 생길 것이라 말한다. 한 인터뷰에서 그는 "문화는 사람의 감정과 사고를 훈련시키고, 이는 누구보다 바흐가 가장 잘 한 일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140쪽)
나는 요요마의 이러한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바흐의 음악을 정기적으로 듣는 사람은 내면의 질서가 잡히고 삶의 우선순위가 확립된다. 나는 매주 월요일을 '바흐의 날'로 지정해서,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클라비어 평균율', '무반주 첼로 모음곡', '바이올린 파르티타' 등을 감상한다. 나는 언제나 월요일의 첫 순간을 바흐와 함께한다. 나는 비록 요요마처럼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첼로로 연주할 수는 없지만, 그 누구보다 그 음악을 사랑한다. 그리하여 나뿐 아니라, 우리 가족들도 나 덕분에 바흐 음악을 많이 들으면서 지내고 있다.
클래식은 일상을 풍요롭게 하며, 단조로운 일상을 견딜 힘을 제공한다. 클래식에 관심은 많지만, 클래식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에게 '남자의 클래식'을 권한다. 코로나19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영혼의 위로가 필요한 지금 이 시대에, '남자의 클래식'을 통해 세상은 여전히 살만한 가치가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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