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 - 하나님 나라로 가는 여덟 계단, 팔복
이상학 지음 / 넥서스CROSS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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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복음의 산상수훈은 이미 그 자체로 예수 그리스도의 완벽한 설교이기 때문에, 종종 산상수훈을 강해하는 설교자의 역량이 산상수훈의 깊이를 드러내는 데 역부족일 때가 있다. 더군다나 산상수훈의 팔복 같은 경우는 교회에서 가장 잘 알려진 본문 중 하나이기에, 팔복을 가지고 목회자가 설교할 때 성도들은 특별한 기대감 없이 설교를 들을 수도 있다. 따라서 산상수훈의 팔복을 가지고 설교하는 목회자는 다른 본문에 비해 팔복 설교를 할 때 몇 배나 심리적으로 부담을 느낄 것이다.

그런데 새문안교회의 이상학 목사의 팔복 설교집인 [비움: 하나님 나라로 가는 여덟 계단, 팔복]을 읽어보니, 이전의 팔복 설교와는 조금 결이 다른 팔복 설교를 만날 수 있었다. 이 목사는 이 책에서 팔복을 하나님 나라로 향하는 계단에 비유했다. 계단은 서로 분리되어있지만, 동시에 서로 연결되어 있다. 이 목사는 팔복이 일복부터 시작해 계단을 하나씩 올라가다 보면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고난 받는 팔복까지 다다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 목사는 이 책에 수록된 팔복 강해설교가 포항제일교회와 새문안교회의 강단에서 선포된 설교이며, 마틴 로이드 존스의 [산상수훈]과 임영수 목사[팔복강해]에서 많은 통찰을 얻었다고 밝혔다.

필자는 이 책만이 가진 고유한 장점을 ‘적절한 균형감’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인간의 고유한 지성과 감성과 의지를 골고루 강조해 어느 하나도 넘치거나 부족함이 없도록 신경 썼다. 예를 들어 저자는 이 책에서 헬라어 원문을 인용해 각각의 팔복 구절이 헬라어 원문으로 어떠한 의미인지 깊이 있는 해석을 시도했다. 그런데 저자는 헬라어 원문만을 이용해 딱딱하게 설교를 풀어가지 않고, 감동적인 예화를 언급하며 팔복 설교를 듣는 이의 마음을 부드럽게 만들었다. 그리고 모든 팔복 설교의 마지막에는 ‘복 있는 삶을 위한 제안’이란 이름으로, 이 설교를 듣고 어떻게 구체적으로 행동해야 할지 질문지를 수록했다. 이처럼 저자는 이 책을 하나의 안정적인 건축물처럼 짜임새 있으면서도 균형감 있게 만들려 노력한 것 같다. 저자는 서문에서 이 책의 궁극적인 지향점이 무엇인지 분명히 밝힌다.

“저수지가 자신을 비운 후에 채우고, 그 채운 것이 흘러 넘쳐 온 대지에 생명의 물을 공급하듯이 산상수훈과 그 궁전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해당되는 팔복은, 비움에서 채움으로 안에서 밖으로 성품에서 사역으로, 나에게서 시작해 세계로 나가는 길을 가르쳐주었습니다. 비우지 않고는 채울 수 없고, 채우지 않고는 흘러넘쳐 공급할 수 없습니다. 역으로 깨끗이 비우면 온전한 것으로 채울 수 있으며, 그렇게 채운 것은 독이 없으므로 흘러넘쳐 넉넉히 생명을 살립니다.” (13쪽)

저자는 이 책에서 우리가 하나님으로부터 무언가를 채우기 위해 안달복달하기 전에 내면의 더러운 죄악과 노폐물을 먼저 비우라고 강조한다. 그런 불순물이 우리 내면에 남아 있다면 아무리 귀한 말씀이 우리의 내면에 가득 채워지려하더라도 공간이 없고, 설령 귀한 말씀이 내면에 자리 잡더라도 오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해 한국교회가 참으로 혼란스럽고 힘겨운 시절을 보내는 지금 이 순간, 이 책을 통해 다시금 한국교회가 팔복으로 돌아가기를 바란다. 심령이 가난하고, 애통하고, 마음이 온유하고, 의에 주리고 목마른 한국교회를 예수 그리스도가 바라보시며 “하나님의 나라가 바로 너희의 것이다”라고 말씀해주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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