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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타르코스 영웅전 1 ㅣ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1
플루타르코스 지음, 신복룡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9월
평점 :
삶이 행복할 때 읽은 책보다 삶이 고단하고 힘들 때 읽은 책이 더 기억에 오래 남는다. 그 이유는 아마도 삶이 힘겨울 때 읽은 책을 통해 삶을 다시 시작할 힘을 얻었기 때문이리라. 이번에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을 처음 펼쳤던 때는 아이가 아파서 병원에 입원했을 때였다. 나는 병간호를 위해 집에서 개인 짐을 챙기다가 우연히 '영웅전;을 발견해 가방에 넣었고 병원에서 아이가 잠들었을 때 '영웅전'을 조심스럽게 펼쳤다. 아이가 언제 퇴원할지도 모르고, 일주일가량 잠을 제대로 못 자서 피곤한 상황에서 '영웅전'은 내게 이 어려움 역시 이겨낼 수 있음을 일깨워주었다.
'영웅전'을 처음 읽으며 이 책을 번역한 신복룡 교수님의 '옮긴이 머리말'에서 큰 위로를 얻었다. 신 교수님은 건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석좌교수에서 은퇴한 이후에 지난 몇 년간 '영웅전'을 일종의 사명감을 가지고 번역했다. 사실 현직에서 물러난 교수가 이렇게 방대한 고전을 번역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은퇴교수가 그렇게까지 힘들 게 번역해야 할 동기도 마땅치 않다. 그러나 신 교수님은 빈둥거림은 죄악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지극히 성실한 학문적 태도를 견지하여 '영운전'을 완역했다. 그는 사도 바울처럼 자신이 가야 할 번역의 길을 최선을 다해 달렸다. 그는 '옮긴이 머리말'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나는 이 책이 절망의 아픔 속에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꿈과 야망을 주는 데 도움이 되기를 진심으로 빈다. 이 책의 번역과 출판은 가난하고 좌절했던 나의 소년 시절에 대한 약속을 지키려 함이다. 그러므로 나는 조국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거나 눈앞의 고난에 좌절하는 젊은이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 그리고 그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그대의 삶이 이 영웅전에 등장하는 영웅들의 삶과 많이 닮았다고" (23쪽)
2021년에 을유문화사에서 번역한 '영웅전'은 전체 5권으로 번역 출판되었다. 내가 이번에 읽은 1권에는 테세우스, 로물루스, 리쿠르고스, 누마, 솔론, 푸블리콜라, 테키스토클레스, 카밀루스, 아리스테디스, 대 카토와 같은 10명의 위인이 각각 소개되었다. 이름만 들었을 때 로물루스와 솔론처럼 어디선가 들어본 이름도 있고, 테미스토클레스와 아리스티데스처럼 어디서도 들어보지 못한 이름도 있었다. 플루타르코스는 '영웅전'에서 단순히 영웅의 생애만을 나열하지 않고, 비슷한 생애를 살아간 영웅을 일대일로 비교했다. 이렇게 플루타르코스는 서로 다른 영웅의 생애를 비교하면서 그들의 생애에서 공통점과 차이점을 분별하고 영웅의 영웅 됨이 무엇인지 독자에게 알려준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사람을 영웅으로 부를 수 있을까? 영웅과 나와 같은 평범한 사람과의 차이는 무엇일까? 내 생각에 영웅은 인생의 여러 위험을 감수하고 탁월한 성취를 이루는 사람을 뜻하는 것 같다.
"그러나 우리는 세상의 귀한 것을 빼앗길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지레 가난하게 살거나, 친구를 읽는다는 두려움에 아예 친구를 사귀지 않는다거나, 자식을 잃을 것 같은 두려움에 자식을 가지지 않는 방식으로 자신을 모질게 만들 것이 아니라, 그러한 역경을 이길 수 있는 이성으로 강인하게 단련해야 한다." (285쪽)
우리는 가난해질 게 두려워 부자가 되는 것을 회피하는 이, 친구를 잃을 게 두려워 누구도 사귀지 않는 이, 자식을 잃을 게 두려워 부모가 되지 않는 이를 영웅이라 부르지 않는다. 영웅은 질 수도 있고, 잃을 수도 있고, 망할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전하고, 쟁취하고, 용기를 내는 사람이다. 사실 도전하는 사람만이 실패할 수 있다. 전쟁에 나간 사람만이 패배할 수 있다. '영웅전'에서 영웅은 항상 성공하고 승리하는 사람을 의미하지 않는다. '영웅전'에 소개된 대다수의 영웅은 때때로 실패하고 때때로 패배했다. 그렇지만 그들은 멈추지 않았다. 그리하여 결국은 그들이 목표로 하는 바를 성취했다. 우리가 삶이 고단할 때 '영웅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플루타르코스는 '영웅전'을 처음에 쓰면서 다른 사람들을 위해 이 책을 쓴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여러 영웅들의 행적을 돌아보고 그들의 미덕을 따라가다 보니 결국에는 이 책이 자기를 위한 것이 되었다고 고백했다. '영웅전'을 읽기 전까지 이 책은 유명gk긴 하지만 나와는 상관없는 고전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아이를 병간호하면서 틈틈이 '영웅전'을 읽으며 깨달았다. '영웅전'이 바로 나를 위해 쓰인 고전임을 말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변화되지 않는 현실에 내가 지금껏 노력하던 일을 다 내려놓고 싶었다. 그러나 '영웅전'은 지금은 내려놓을 때가 아니라 더 치열하게 움켜잡을 때임을 내게 가르쳐주었다. 뒤로 물러서지 않겠다. 타협하지 않겠다. 내가 선 자리에서 끝까지 싸우겠다. '영웅전'을 내 영혼의 칼과 방패로 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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